강원펜 번역문집 이화주 원고
초록초록초록
이화주
소나기가
쪽동백 숲을 지나가며
목소리 높여
잎새들과
인사 나눈다.
‘초록초록초록 온 세상이 초록이네요.’
‘네네네네, 온 세상이 초록초록초록입니다.’
아침 바다
이화주
아기 해를 낳은
아침 바다가
천만 개의 물거울을 꺼내 들고
소리치며 달려왔다.
어서어서 아기 해를 받아 안으라고.
‘어, 어, 와 아〜’
말을 잃어버린 날, 엄마가 꼭 끌어안았다.
“꼭 저랬어.
널 처음으로 받아안은 내 가슴도
찬란한 아침 바다였지.”
늙은 호박과 낡은 운동화
이화주
밭에서 온 할머니
늙은 호박 한 덩이 내려놓고
낡은 운동화 벗어놓는다.
운동화 한 짝 홀딱 뒤집힌다.
뒤집힌 운동화
반듯하게 놓으며
할머니가 한마디 하신다.
운동화야,
황금빛 호박 부러워하지 말렴.
황금 궁전 지은 건
바로 너란다.
이화주 약력
198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고, 《아동문학평론》에 동시가 추천됨. 동시집 『뛰어다니는 꽃나무』, 『내 별 잘 있나요』외 그림책 『사자는 생각 중』 외 손바닥 동화 『모두 웃었다』 등 여러 책을 냄. 초등학교 교과서에 동시가 여러 편 실렸었으며 윤석중 문학상을 수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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