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정말옥
종례 시간
선생님이 건네주신 편지
보낼 사람은 없는데,
마리아상 앞에 서서
편지를 읽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음악책 속 노래 가사
그의 홀로 있는 저녁이 더 어두워진다
기차 안에서 서성이는 얼굴에 꽃이 핀 남학생,
편지 속 이름과 같은 명찰
연하의 학생
지금 나처럼 그때를 기억할까 웃으며
비
정말옥
비행기가 구름 속에서
잠자리처럼 날고 있습니다
창가에 기대어
나도 구름 속에
있었습니다
네잎클로버를 발견할 때와 같은
기쁨이 몸 구석구석
퍼졌습니다
구름 속은 클로버 꽃들이 웃는
천국이었습니다
잠겨져 있던 뼈들이
풀어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네잎클로버가
되었습니다
비
정말옥
소나기가 내린다
장대 같이 지상에 꽂힌다
초목들이 몸을 뉘인다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한 물방울들이
허공에 튀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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