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빔국수 이돈형 비빔국수를 시켜 놓고 끼니때마다 비빔국수를 먹을 수 있다면 행복이겠다 싶다가 나는 왜 이 비빔국수가 좋을까 자문하다가 비빔이라는 말에서 섞임에 백기 든 사람처럼 잠깐 헝클어지다가 갓 나온 비빔국수를 젓가락으로 뒤섞는다 설기 썬 상추와 채 썬 오이 위에 앙증맞게 얹힌 한 알의 메추리알까지 흰 면을 슬몃슬몃 내주고 무서움도 매서움도 아닌 달고 맵고 신맛이 어우러진 양념에 설핏설핏 물드는 면발 면면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아낌없어 송골송골 땀방울 꽤나 맺히게 하려는지 얼맵게 뒤섞여지면 젓가락 끝부터 혀에 갖다 대게 된다 살과 살을 비벼도 타들지 못하고 사람에게 맨 마음 비벼 봐도 비벼지지 않을 때가 많아 비빔국수를 한 젓가락 휘휘 감아 돌리는 동안 면들이 부러워 죽겠다 ―시집 『나의 태몽은 나무랄 데가 없으니까요』 2025.11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