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좋은 시 읽기

주택 수리 / 안미옥

작성자장민정|작성시간26.06.07|조회수27 목록 댓글 0

 

주택 수리 



                                                                      안미옥

 

수리가 계속된다

그게 좋은 거지

 

이제 사로잡혀 있지 말자

 

마음 없는 물

마음 없는 돌

마음 없는 손

 

제 몸에 딱 맞는 구덩이에 빠진 코끼리

벗어나려면 구덩이를 더 크게 파야 할 텐데

 

마음 없는 창문

마음 없는 구름

마음 없는 사람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책에서 읽었는데

막 태어난 아기에겐 마음이 없대

마음은 한 달 후에나 생긴대

마음이 없어도 아기는 웃고

울 수 있다

 

물이 샌다

수도꼭지를 고쳐야 한다

 

그럼 신생아실에서 일하는 사람은

없는 마음에 둘러싸여 있는 거네?

 

기분이 어떨까

 

이거 봐

창들이 찌그러져 있어

 

오늘은 잠깐 기대었는데

내려앉는 싱크대

 

마음을 누르고 살다보면

없는 마음이 되기도 한다.

 

지금 내 기분이 이상하다

 

사람이 자라는 동안 마음도 함께 자란다면

거대해진 마음 때문에 어쩔 줄 모르게 되겠지

 

부서진 마음, 무너진 마음, 부족한 마음, 꽉 찬 마음 , 쏟아지는 마음, 넘어지는 마음, 터진 마음, 젖은 마음, 뾰족한 마음, 여린 마음, 단단한 마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다

 

과일장수는

과일이 썩어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다

 

나는 자주 마음과 영혼을 혼동했다

 

그럴듯한 마음과

영혼

 

구체를 경험한다는 건

그럴듯한 것과 멀어지는 일

 

여름 동안

케이크는 자꾸 무너진다

 

부서지지 않고 무너지니까

 

내게도 마음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다

 

키 큰 나무가 서 있는 길을 오랫동안 걸었다

 

벽에 물로 그린 그림이 마른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