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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장화가 필요해/천수호-

작성자장민정|작성시간26.06.22|조회수10 목록 댓글 0

 

장화가 필요해

                                                      천수호

검은 마당을 한 바퀴 돌다가

걸음이 문득 멈추면

장화 한 켤레가 필요하다

삽으로 파고 들어가

얼굴 하나를 찾아오겠다 하면

검은 물이 먼저 배어나오고

모두가 손사래치며 물러선다

책에서 먼저 가족이 지워졌고

그게 전쟁이었다

그래도 파볼 마음

삽을 꾹꾹 눌러 밟으며 마당을 빙빙 돈다

여기가 아닐지도 몰라

그 위에 정원을 만들고 꽃으로 덮었다

장화 하나로는

피의 자리를 저벅거릴 수 없다

바닥이 자꾸 스며 올라온다

그늘진 마당에 서면 자꾸 총성이 들려

여러 발의 총알에 마당의 숨이 꺼지고

빗방울이 살해된 자리마다 보랏빛

하늘매발톱이 핀다

오래 죽은 이들의 대답이라면

또 한 켤레의 장화가 필요하다

장화도 없이

마당을 저벅이면

입술 찢어진 작약만

더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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