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수필. 소설.

그와 그녀 그리고 그놈

작성자나하나|작성시간23.09.14|조회수11 목록 댓글 1

                                       그와 그녀 그리고 그놈

                                                                                                                                          강신홍

 

   해는 건너 마을 뒷산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그는 버스 정류장에서 회사일로 늦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는 그녀의 손을 꼭 쥐며 웃음을 보낸다. 그들은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정류장 주변의 밝음은 서서히 사라지고 어둠이 대신한다. 오르막길 저 위로 불 꺼진 교회 건물 위 밝은 십자가가 어둔 하늘로 날아가는 듯했다.

   “김 권사님 딸 아직도 못 찾았데요.”

   “그래요? 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 가출할 아이도 아니고...”

   “내년에 인문고에 진학하려고 열심히 공부한다고 권사님이 자랑스럽게 애기하셨는데...”

   가로등 없는 길은 어둠 속에 겨우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산비탈에 만들어진 길은 차 두 대가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었지만 울퉁불퉁한 흙길이었다. 오르막 길을 올라서자 저 아래로 그녀의 마을 불빛이 간간히 보였다. 길 아래쪽 비탈은 과수원이 들어서있어 길가에는 나무 기둥으로 울타리가 쳐져있었다.

   내리막길을 걸어가던 그들 앞에 한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과수원 쪽을 내려다보는 그의 모습은 용변을 보는 듯 했다. 흠칫 놀라기는 했지만 시골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인지라 가던 길을 이어갔다.

   “내년 봄 4월로 예식 날짜를 잡자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네요.”

   “알았어요. 부모님께 전해 드릴게요.”

   그 때 그는 등 뒤에 인기척을 느끼며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몽둥이가 그의 어깨를 스쳐지나갔다. 비껴지는 바람에 그 놈은 자신의 몸을 이기지 못하고 우리 앞으로 튀어나왔다. 순간 이 놈이 무엇을 노리는지 알아채고 그는 그놈이 돌아서는 찰라 그의 허리를 향해 돌진했다. 그의 안경은 떨어지고 그 놈은 몽둥이를 놓쳐버린 채 두 몸뚱이는 길 아래로 뒹굴다 떨어졌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요!” 그녀는 외쳤다.

   그 소리에 실어 그 또한 목청껏 소리쳤다.

   “야! 이 개새끼야! 너 죽여 버릴거야!”

   그 놈은 비탈길 아래로 사라졌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조용히 안아준다. 그녀의 핸드백 끈이 끊어질 정도로 몸서리 쳤음을 알았다.

   안경을 찾아야했다. 이 어둠 속에서는 바다에 떨어진 바늘 찾는 기분이었다. 포기하려는 때 마침 트럭이 라이트를 비추며 다가왔다. 자초지종을 간단히 들려주고 라이트를 이리저리 비춰 줄 것을 부탁했다. 멀쩡한 상태의 안경을 한 구석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서로의 가슴을 진정 시키며 그녀의 집으로 어둠 속 길을 걸었다.

   “오늘 있었던 일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요. 말이 퍼지다 보면 점점 부풀려지겠죠.”

   46년 전 일어났던 이 일은 그와 그녀 사이에만 한 사건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장민정 | 작성시간 23.09.16 소설 한토막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