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 /
이화은
짧은 시 몇 행이
시보다 긴 수상 경력을
무겁게 매달고 있다
제 몸집보다 큰 똥 덩어리를
영차영차
힘겹게 굴리던 말똥구리를 기억한다
쇠불알을 찬 듯
아무래도 아랫도리가 너무 무겁다
감자가 알이 굵어지면
지상의 줄기는 시드는 법
수확의 계절은 아직 먼데
서리 맞은 듯
오늘 저 시의 신색이 수상하다
치자꽃이 피었다
무릎이 깨졌을 때도
사랑이 깨졌을 때도
어머니의 처방은 한결 같았다
한숨 푹 자거라
한숨 푹 자는 동안 거짓말처럼
무릎도 사랑도 아물었다
잠 밖에서 어머니는
수은 방울 같은 내 눈물을 쓸어 모아
어디다 감추셨는지
한숨 푹 자고 나면
눈물은 말라 있고 사랑이 아문 자리에
치자꽃이 피어 있었다
어머니가 달랜
모든 상처는 순결했다
맑은 시간이
치자꽃의 꽃말을 우려내고 있다
쓸쓸한 중심
꽃은
그 나무의 중심이던가
필듯말듯
양달개비꽃이
꽃다운 소녀의 그것 같아
꼭 그 중심 같아
中心에서 나는 얼마나 멀리 흘러와 있는가
꿈마저 시린
변두리 잠을 깨어보니
밤 사이 몇 겁의 세월이 피었다 졌는지
어젯밤 그 소녀 이제는 늙어
아무 것의 한 복판도 되지 못하는
내 중심 쓸쓸히 거기에
시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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