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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외2 /도종환

작성자장민정|작성시간26.06.11|조회수21 목록 댓글 0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도종환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워 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몸 한 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아
골짝을 빠지는 산울음소리로
평생을 떠돌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흙에 묻고
돌아 보는 이 땅 위에
그림자 하나 남지 않고 말았을 때
바람 한줄기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모두 크고 작은 사랑의 아픔으로
절망하고 뉘우치고 원망하고 돌아서지만
사랑은 다시 믿음 다시 참음 다시 기다림
다시 비워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찢긴 가슴은
사랑이 아니고는 아물지 않지만
사랑으로 잃은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찾아가지 않지만
사랑으로 떠나간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비우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큰 사랑의 그 속에 들 수 있습니까
한 개의 희고 깨끗한 그릇으로 비어있지 않고야
어떻게 거듭거듭 가득 채울 수 있습니까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라
이 세상 그 어떤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는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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