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정록
높은 데 꾸역꾸역 몸 올려놓지마라
뭐든 잡아먹으려고 두리번거리는 놈하고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흘깃거리는 것들이나
꼭대기 좋아하는 거여, 상록회장에
이장만 안 했어도 십 년은 더 사셨을 거나.
대통령한테 마을 밤나무단지 하사금 타내려다 시비가 붙어
코뼈가 가
라앉은 것도 책임 떠맡은 죄 때문이 아니냐
남자는 가장 하나만으로도 허리가 휘고 그늘 벗을 날 없는 겨.
가장 힘들어서 가장인 거여.
나비수건
고추밭에 다녀오다가
매운 눈 닦으려고 냇가에 쪼그려 앉았는데
몸체 보시한 나비 날개, 그 하얀 꽃잎이 살랑살랑 떠내려가더라.
물 속에 그늘 한 점 너울너울 춤추며 가더라.
졸졸졸 상엿소리도 아름답더라.
맵게 살아봐야겠다고 싸돌아다니지 마라.
그늘 한 점이 꽃잎이고 꽃잎 한점이 날개려니
그럭저럭, 물 밖 햇살이나 우러르며 흘러가거라.
땀에 전 머릿수건 냇물에 띄우니 이만한 꽃그늘이 없지 싶더라.
그늘 한 점 데리고 가는 게 인생이지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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