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을 보다 / 양애경 어릴 적 아버지만 드시던 꿀단지 하얀 자기(磁器) 뚜껑은 끈적끈적 아버지가 찻숟갈로 꿀을 떠먹고 혀를 휘~ 돌려 숟갈을 빨고는 다시 한 숟갈 뜨는 걸 보면 ‘더러워라’ 하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혼자 다락에 올라 훔쳐 먹는 꿀맛은 달콤하긴 했지 하긴 꿀은 벌들이 빨아먹은 꽃꿀과 꽃가루를 토해낸 거잖아 침투성이이잖아 아니, 침 그 자체이겠네 키스는, 상대의 침을 맛보는 일 맛을 보고서 ‘아, 괜찮네’ 싶으면 몸을 섞기도 하고 몸을 섞는 게 괜찮다 싶으면 아이를 만들기도 하잖아 몸과 몸끼리 서로를 맛보는 일 어차피 침투성이 더러울 것 하나 없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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