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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보다 / 양애경

작성자장민정|작성시간26.06.16|조회수17 목록 댓글 0

 

맛을 보다 양애경
 
어릴 적 아버지만 드시던 꿀단지
하얀 자기(磁器뚜껑은 끈적끈적
아버지가 찻숟갈로 꿀을 떠먹고
혀를 휘돌려 숟갈을 빨고는
다시 한 숟갈 뜨는 걸 보면
더러워라’ 하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혼자 다락에 올라
훔쳐 먹는 꿀맛은
달콤하긴 했지
 
하긴 꿀은 벌들이 빨아먹은
꽃꿀과 꽃가루를 토해낸 거잖아
침투성이이잖아
아니침 그 자체이겠네
 
키스는,
상대의 침을 맛보는 일
맛을 보고서
괜찮네’ 싶으면
몸을 섞기도 하고
 
몸을 섞는 게 괜찮다 싶으면
아이를 만들기도 하잖아
 
몸과 몸끼리
서로를 맛보는 일
어차피 침투성이
더러울 것 하나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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