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몸이 길이다 / 장민정 초등학교 옆 담장 위에 나팔꽃 피었다 엄지와 검지로 슬쩍 비비기만 해도 으깨어지고 말 실같이 가느다란 몸 높은 담 위에 올라 앉아 해맑게 웃고 있다 뼈마디 하나 없이 어린 매화나무는 어떻게 휘어잡았을까 짱짱하게 뿌리내린 나무들과 팔짱은 어떻게 끼었을까 햇볕 한 조각 이슬 한 방울 남들이 먹다 남긴 먹이를 근근이 주워 먹던 어린 시절부터 햇빛 쏟아지는 운동장이 보고 싶어 죽겠다고 얼마나 많이 애원하고 설득했는지 굽이굽이 달팽이 무늬 회전로가 길게 놓였다 높이높이 별박이 연을 띄우기 위해 부레를 끓이고 사기가루를 발라 쇳소리 나는 튼튼한 연줄을 만드는 사람처럼 밤을 지세며 한 발짝씩 멀리멀리 돌고 돌아 기어이 기어오른 끈질긴 힘, 담 위에 올라앉아 성찬을 즐기는 첫 아침 태양을 향해 활짝 웃고 있다 별박이 연을 날리듯 아래는 내려다보지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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