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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의 「띵동」 감상 / 박연준

작성자장민정|작성시간25.10.15|조회수25 목록 댓글 0

띵동

 

                                                       김 현 (1980~)

 

 

마음에도

초인종이 있다면

 

비밀을 말하고 싶을 때 띵동,

 

문이 열리면

들어갔다 나왔다 가벼워질 텐데

 

문이 열리지 않아도

다음에 다시 와야지

하염없이 서 있을 필요가 없을 텐데

 

그 애가 띵동,

내 마음의 초인종을 누른다면

 

한 번은 문을 열고

한 번은 문을 열지 않을 텐데

 

그러면 그 애가 다시 오겠지

아니면 내가 가서 띵동,

 

우리 둘이라면

불안의 접시 위에 담긴 비밀을 나눠 먹고

접시쯤이야 쉬이 깨트릴 수 있을 텐데

 

누가 초인종을 누르면 

이불을 뒤집어쓴 우리는

비밀의 세계에 오직 둘뿐인 듯

서로를 조용히 바라보며 있을 텐데

​입술에도 띵동,

초인종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할 텐데

 

..............................................................................................................

 

   비밀을 전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비밀의 앞과 뒤에서 두려워하고 망설인다혹은 기다리거나 숨는다비밀은 때에 따라 즐거움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기쁨슬픔환희고통이 될 수 있다하물며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비밀이라면 아름답고 무시무시하지 않겠는가어쩌면 비밀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건 비밀을 주고받는 자들의 마음 상태일지도 모른다.

   시인 김현은 마음의 초인종을 상상한다. “비밀을 말하고 싶을 때 띵동” 벨을 누르고상대가 기척을 하고곧 당신의 비밀이 이쪽으로 건너올 것을 짐작하고이 모든 것을 준비할 수 있는 초인종이 있다면 어떻겠냐고 묻는다그렇게 되면 문이 열리지 않아도/다음에 다시 와야지” 하고 돌아갈 수 있겠다누군가는 하염없이 서 있을 필요가” 없고누군가는 불안의 접시 위에 담긴 비밀을 함께 나눠 먹은 뒤 불안’ 따위에서는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달콤한 상상 뒤 입맛이 쓴 건 우리 마음에는 초인종이 없는 까닭이다그러니 손톱을 깨물며 오늘도 고민할 수밖에당신에게 내 비밀을 전해도 나당신세계는 안전하겠습니까?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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