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삶는 시간
곽영석
동화작가 곽종분 선생
치매로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실 무렵
달걀 삶는 시간을 물었다.
‘-야야, 그것도 모르나. 14분이다. 14분!’
‘-반숙을 만드는 시간은?’
‘-야가, 날 바보로 아나. 7분!’
그동안 모으고 쓰신 책
일찍이 도서관 등에 기증하시게 하고
주변 정리를 하시던 구순의 노작가.
새벽꿈에 노크도 없이
현관으로 들어오시며
달걀 한 바구니를 들고 오셨다.
달걀 바구니를 놓고
쪼르르 싱크대로 가시더니
개스 불을 끄시며 짜증을 내신다.
‘-내 못산다. 뭐 하고 있었나?
새벽에 또 책상머리에서 졸았나?
내 14분이라 안 했나?’
문득 정신 깨어 돌아보니
달걀을 찌는 냄비에 아직도 개스불이 파랗다.
불을 끄고 달력을 다시 보니
오는 25일이
49재를 지내는 막재이다.
어제 영화사와 청운사에 추모 연등을 걸고 왔는데
6재를 앞두고 구천을 떠나시려고
잠시 내게 오셨었나 보다.
*동화작가 곽종분 선생은 지난 2024년 무더운 여름을 지내고, 10월 12일 오후 1시 그의 동시집 ‘별을 헤는 꿈’처럼 별나라를 찾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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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청소년문화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