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작-동화] 이연숙 '놀고 싶어서'
삽화=용정운
놀고 싶어서
이연숙
어느 날 나무로 만든 커다란 대문이 떼어졌다. 그러자 대문의 널판 사이로 얼핏얼핏 보였던 바깥 풍경이 다 보이기 시작했다. 밭에서는 콩잎이 논에서는 벼들이 일렁거리는 것도 보였다. 우리 집에 자주 오던 택배 아저씨는 마당까지 차를 쑥 밀고 들어왔다. 오토바이를 탄 우체부 아저씨도 보이고 가끔 큰 모자를 쓴 할머니들이 지나갔다.
하지만 내 관심사는 시시때때로 지나가는 점박이에게 있다. 점박이는 우리 집에서 조금 떨어진 옆집에 산다. 점박이네 아저씨가 트럭을 몰고 나가면 뒤따라 매일 달려 나간다. 정말 부러웠다. 점박이 아저씨네 트럭이 나가고 들어오는 기척만 나면 나는 자동으로 몸을 세우고 대문 밖을 주시했다.
대문을 떼어낸 어느 날, 달려가던 점박이가 멈춰서 나를 바라봤다.
“이리 와. 나랑 놀자. 멍.”
점박이가 귀를 쫑긋하더니 천천히 마당으로 들어왔다. 목줄에 예쁜 방울이 달려있었다. 나는 꼬리를 흔들며 마중 나갔다.
킁킁킁 코를 들이대며 먼저 인사했다. 좋은 냄새가 났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와! 드디어 친구가 생겼다.’
정말 맘에 들었다. 내 꼬리는 주책없이 흔들렸다. 점박이와 나는 한참 놀았다. 더 놀고 싶은데 점박이네 아저씨가 우리 집 앞에 트럭을 멈춰 세우더니 점박이를 불렀다. 점박이가 트럭을 따라 자기 집으로 달려갔다.
다음 날, 점박이가 트럭을 따라 달리다가 또 집 앞에 멈췄다. 점박이가 꼬리를 흔들며 들어왔다.
“어서 와. 멍멍멍.”
나는 점박이를 부르며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다. 오늘은 더 많이 놀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점박이랑 씨름하며 노는데 점박이가 슬금슬금 피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껏 기분이 좋아진 나는 마구 점박이를 껴안으며 달려들었다.
“아야! 깽”
“왜 그래?”
“네 목줄에 걸리잖아.”
점박이는 불쾌한 표정을 보이고는 그대로 달려 나갔다.
“나랑 같이 가자.”
나도 점박이를 향해 달렸다. 철컥! 목줄이 나를 붙잡았다. 내 목줄에 달린 긴 줄은 처마 기둥에 묶여있다. 나는 점박이가 달려간 쪽을 바라보며 목청껏 불렀다.
“점박아, 점박아 이리와 나랑 놀자. 멍멍 멍멍.”
나를 잠깐 흥분시켰던 점박이는 그날 이후 우리 마당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우리 아줌마가 줬던 껌도 아껴놓고 점박이를 기다렸다. 종일 엎드려 있다가 점박이가 지나가면 후다닥 일어나 불러댔지만 소용없었다.
‘아, 나도 나가고 싶다.’
날마다 집 앞을 지나가는 점박이를 보며 지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친 나를 완전히 힘 빠지게 한 일이 생겼다.
옆집 아저씨 트럭이 지나가고 잠시 뒤 점박이가 달리는데 점박이 옆에 매끈하게 생긴 어떤 녀석이 같이 달리고 있었다. 점박이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은 점박이와 걸음을 맞춰서 신나게 트럭 꽁무니를 따라 달렸다. 내가 점박이한테 차였나 보다. 점박이 옆에 있던 그 녀석을 혼내주려고 펄쩍펄쩍 뛰었지만, 마당 밖까지는 나갈 수 없었다. 밥도 먹지 않고 오직 떼어낸 대문 밖만 바라보고 혹시나 트럭 소리가 나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러다 밤이 깊으면 내 집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잠을 잤다.
바사삭 할짝할짝.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내 밥그릇에 입을 대고 물까지 할짝거리며 들이키고 있었다.
“누구야! 크응~”
누군가 깜짝 놀라서 저만큼 물러섰다. 가로등 불빛에 모습이 보였다. 가슴에서 목까지 흰털이 빽빽했다. 크고 까만 눈이 당당해 보였다. 목줄에 끊어지고 닳아진 짧은 끈이 매달려 있는 것이 집 나온 떠돌이 같았다. 내 밥을 다 먹어 미안한지 화를 내는 나에게 한마디 응수도 하지 않고 힐끗힐끗 몇 번 나를 보더니 쌩하게 자리를 떴다.
“누리, 다 먹었어? 그렇지 이제 입맛 돌아왔구나? 잘했어.”
밥그릇이 깨끗이 비워지자 아줌마는 나를 쓰다듬으며 폭풍 칭찬하고 더 많이 줬다. 시원한 물도 가득 따라줬다. 내가 먹은 것도 아닌데 칭찬받으니 새로 챙겨준 밥을 조금 먹었다. 어제 온 떠돌이 때문에 점박이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내 밥그릇엔 아직 밥이 많이 남아있고 물도 많이 있다.
어두워지고 집 밖의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아줌마도 집안에 들어가서 커튼을 내렸는지 창문으로 불빛이 희미하게 비쳤다. 나는 마당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왔다! 멍!”
나는 벌떡 일어났다. 떠돌이가 어슬렁어슬렁 마당으로 들어오더니 내가 닿지 않는 곳에 앉았다. 배가 고팠는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내 눈치만 봤다. 오늘도 떠돌이가 캄캄한 밤에 찾아온 것은 분명코 내 밥을 노리고 있는 거다.
“너 배고프지? 이리 와 먹어. 멍멍.”
나는 밥그릇을 밀어주고 자리를 비켜줬다. 떠돌이가 슬금슬금 밥그릇 쪽으로 다가왔다. 눈치를 살피며 몇 번 깔짝거리더니 순식간에 비워버렸다. 그리고 물도 그대로 핥더니 그릇 두 개가 깨끗이 씻어졌다. 떠돌이는 혓바닥으로 입을 쓱쓱 닦고 편안한 자세로 앉았다. 하지만 내가 닿지 않는 거리에 있어서 나는 장난치며 놀 수도 없었다.
“야, 내 밥만 먹고 뭐 하는 거냐? 멍.”
나는 새침하게 앉아 있는 떠돌이를 향해 소리쳤다. 그래도 떠돌이는 꼼짝도 하지 않고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당장 가버려. 멍.”
화가 나서 떠돌이에게 소리쳤다. 떠돌이가 슬그머니 일어났다.
“다시 오지 마! 멍멍멍”
나는 더 세게 소리쳤다. 떠돌이가 아무 말도 없이 어슬렁어슬렁 집 밖으로 나갔다.
‘그런다고 그냥 가냐?’
나는 소리쳤지만 슬펐다. 떠돌이의 쌀쌀맞은 태도가 괘씸하기까지 했다. 이러려고 밥도 남겨주었나 했다. 이제 떠돌이도 떠났겠다고 생각하며 나도 내 집으로 들어가 엎드려버렸다.
다음 날 아줌마가 밥을 많이 담아놓고 일찍 집을 나갔다. 집이 텅 비었으니 정말 심심했다. 오고 가며 간식 주고 머리 만져주는 아줌마도 없으니 마당으로 나가기가 싫었다.
킁킁. 아침인데 떠돌이가 집 밖 길에서 어슬렁거리며 마당을 살폈다. 나는 얼른 일어나서 마당으로 나갔다. 아무도 없어서 심심했는데 떠돌이가 어떻게 알고 아침에 왔는지 신기했다.
“빨리 들어와. 아무도 없어. 멍멍”
밤에만 찾아오던 떠돌이가 아침부터 찾아오니 정말 좋았다. 배가 고팠는지 다른 날보다 훨씬 많았던 밥을 금세 먹었다. 저녁마다 밥만 먹고 조금 앉았다 가던 떠돌이가 아침부터 배부르게 밥을 먹어서인지 오늘은 아예 내 옆에 드러누워서 먼저 장난을 걸어왔다. 모처럼 떠돌이와 씨름하며 놀았다.
점박이 아저씨 트럭이 지나가고 곧이어 점박이와 친구가 같이 뛰어가다가 슬쩍 쳐다봤다. 나는 보란 듯이 더 신나게 놀았다.
점심때가 지나서 우리 아줌마 차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줌마가 차에서 내리더니 떠돌이를 봤다. 나는 아줌마 눈치를 보며 떠돌이를 향해 빨리 가라고 사납게 짖었다.
“너는 어디서 왔니? 우리 누리랑 잘 놀아라.”
아줌마가 떠돌이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말했다. 아줌마가 다른 밥그릇에 밥을 떠서 내가 닿지 않는 곳에 놔두었다. 떠돌이가 아줌마가 따로 놔둔 밥을 맛있게 먹었다. 마치 자기 밥이라는 듯 내 눈치도 안 보고 먹었다.
정말 신나는 날이었다. 밥을 다 먹은 떠돌이가 발랑 누워서 내 장난을 받아줬다. 나는 내 줄이 닿는 데까지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았다. 떠돌이는 더 넓게 더 멀리 달리기를 하며 마당을 뛰어다녔다. 묶여있는 나는 떠돌이를 잡을 수가 없었다. 화가 나서 마구 짖어댔다. 떠돌이는 약 올리는 것처럼 귀를 뒤로 팍 넘기고 잡아보라며 텃밭이며 꽃밭이며 날뛰고 다녔다. 나는 더 크게 소리쳤다.
“그만! 그만! 그만 뛰라고. 멍멍멍”
내가 하도 소리치자 아줌마가 나왔다. 떠돌이가 꽃밭 텃밭 가릴 것 없이 사정없이 뛰어다닌 바람에 꽃밭과 텃밭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아줌마가 떠돌이를 혼냈다. 떠돌이는 아줌마의 고함에 놀라 얼른 마당에서 집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아줌마는 떠돌이가 꺾어놓은 꽃나무와 텃밭을 살폈다. 중얼거리는 아줌마의 얼굴을 보니 화가 잔뜩 난 것 같았다. 나는 떠돌이가 나간 밖을 멍하니 바라봤다.
‘떠돌이도 아주 떠난 것일까?’
슬펐다. 밥맛도 없다. 아줌마가 준 밥과 물에 입도 대지 않았다.
밤은 더 깜깜해지고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길만 가로등 불빛에 어른거렸다. 그때 슬금슬금 떠돌이가 마당으로 들어왔다. 나는 벌떡 일어나 집 밖으로 나와 꼬리를 흔들었다.
떠돌이는 오자마자 내 밥과 물을 다 먹었다. 나는 좋아서 배고픔도 느끼지 못했다. 달밤에 체조라고 밤중인데 실컷 놀았다.
“너 고양이 몰아봤어? 새 잡아봤어?”
내 옆에 앉아서 떠돌이가 물었다.
“아니. 날아다니는 새를 어떻게 잡냐?”
떠돌이는 그런 건 식은 죽 먹기라며 으스댔다. 나는 고양이를 한번 혼내주고 싶었다. 내가 잡을 수 없는 거리에서 아주 천연덕스럽게 흘금거리며 다녔으니까. 그날 밤 나는 떠돌이랑 마당에서 잠이 들었다.
이른 아침 떠돌이가 내 목줄을 물어 당겼다.
“나랑 밖으로 나가자.”
“난 나갈 수 없단 말이야. 묶인 거 안 보이냐?”
“내가 도와줄게.”
떠돌이가 내 목줄에 달린 끈을 물었다. 나는 펄쩍펄쩍 뛰면서 발버둥 쳤다. 그 바람에 떠돌이가 기둥에 부딪히고 얼굴이 긁히고 말았다.
“아이코! 낑낑.”
떠돌이가 앓는 소리를 냈고 긁힌 얼굴엔 피가 맺혔다. 그래도 떠돌이는 내 목줄에 매달린 끈을 물고 힘을 썼다. 떠돌이의 근육이 더 불거졌다. 떠돌이는 줄을 물어뜯고 나는 나대로 당기기를 얼마나 했는지 내 목도 아팠다.
툭 목줄이 끊어졌다.
“됐다. 빨리 나가자.”
떠돌이가 밖으로 달려 나갔다. 나도 떠돌이를 따라 집 밖으로 달려갔다. 사정없이 들판을 달리자 참새들이 놀라서 후두둑 날아가고 이슬에 젖은 풀밭은 시원하고 상쾌했다. 끙끙 처음으로 시원하게 배변도 했다. 꽃냄새를 맡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야산에서 떠돌이가 친구를 소개했다. 검둥이는 털이 지저분하게 너풀거렸고 흰둥이는 재투성이에 꾀죄죄했다. 하지만 뛰고 달리는 모습은 거침이 없었다. 거부감은 금세 사라지고 한패가 되어 뛰어놀았다.
여기저기 만들어진 인삼밭은 숨바꼭질하기에 딱 좋았다. 흘깃거리던 고양이 녀석도 찾아서 높은 담으로 훌쩍 뛰어오를 때까지 신나게 몰았다.
“어때? 기분 좋지?”
떠돌이가 헉헉거리며 말했다.
“응. 정말 신난다. 내가 이렇게 잘 달릴 줄 몰랐어.”
우리는 풀밭에 앉아 숨을 골랐다. 얼마나 뛰었는지 힘이 다 빠져나갔다. 점심도 한참 지난 것 같았다.
“근데 목마르고 배고픈데 뭘 먹어?”
“오늘은 내가 한턱낼게.”
떠돌이가 친구들과 어느 집 닭장으로 갔다. 닭들이 이리저리 다니며 모이를 먹고 있었다. 꼬꼬댁거리는 닭 소리에 주인한테 들킬까 조마조마했다. 떠돌이와 재투성이가 덥석 한 마리씩 물고 잽싸게 달렸다. 나도 덩달아 떠돌이를 따라 달렸다. 야산에서 물고 온 닭으로 식사를 하자고 했다. 떠돌이가 먹어보라고 권했지만 나는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기만 했다.
식사를 마친 떠돌이와 친구들이 도랑물을 홀짝홀짝 마시더니 풀밭 여기저기 드러누워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배 속은 꼬르륵거리고 허기 때문에 나는 잠도 안 왔다.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목에 달린 끊긴 줄이 바람에 흔들렸다.
언젠가 빠르게 달리던 트럭을 피하다 수렁에 빠졌었다. 그때 아줌마가 허우적대던 나를 끌어올려 씻겨주고 닦아주었다. 벌벌 떠는 나에게 끓여주었던 북엇국을 생각하니 배 속은 더 꾸르륵댔다. 아줌마가 당장 나타나 안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에서 깬 떠돌이와 친구들이 다른 곳으로 사냥을 나가자고 했다. 힘도 없고 썩 내키지 않았다.
씩씩하게 앞장서 가는 떠돌이를 따라 친구들이 이동했다.
서서히 어둠이 오기 시작했다. 그냥 놀고 싶어서 뛰쳐나온 집 밖은 금세 어둠이 밀려오는 것 같다. 인삼밭은 더 까매지고 신나게 달리던 들판도 풀밭도 어슴푸레했다.
“빨리 와! 컹”
떠돌이가 크게 불렀다. 목줄을 끊던 떠돌이 모습이 훅 다가왔다. 떠돌이를 보며 힘주어 일어났다. 다리가 바들거렸다. 멈춰서 기다리는 떠돌이를 향해 발을 뗐다.
“누리야.”
어디선가 아줌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리야, 누리야, 개누리.”
아줌마가 나를 부르며 언덕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아줌마를 향해 쏜살같이 달렸다.
당선소감 / 이연숙
이연숙 님
아이는 이야기 주인공
내가 쓴 동화가 처음으로 신문에 활자화된 것은 대학 2학년 때였습니다. 과제로 제출한 창작 노트 속에 멋모르고 써놨던 <풀잎 이야기>가 학보 주간 교수님의 추천으로 학교 신문에 실린 것이죠. 그때의 씨앗이 이제야 싹트나 봅니다. 씨앗이 마르거나 썩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
교직에 몸담고 있을 때는 모든 아이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동화 속의 주인공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손 내밀어 주신 불교신문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문학이라는 큰 산에 저의 작은 목소리도 함께 할 수 있게 제 작품을 선택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도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제 더 큰 용기와 힘을 얻어 동화의 세계로 푹 들어가 보겠습니다. 자유와 따뜻함을 전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틈만 나면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더 놀아보라고 활짝 문 열어주지 못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지금부터 이야기 속에 하나하나 주인공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장점을 찾아주고 인정하면서 지도해주신 이성자 교수님 감사합니다. 같이 창작 공부를 하는 창작 연구소 글벗, 특히 합평하는 솔샘 글벗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알게 모르게 격려하고 지켜주는 가족도 고맙고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감성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얗게 눈 내린 오늘 누리와 함께 들판으로 산책하러 나가야겠습니다.
심사평 /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방민호 문학평론가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순수한 아이 마음 돋보여
불교적인 소재, 주제를 표현한 동화 작품들이 많이 응모된다. 절대, 이 소재나 주제만으로 배제하는 법은 없다. 오히려 신문이 <불교신문>이니만큼 오히려 주의해서 읽는다. 불교의 깨달음 추구와 아이들, 소년들의 마음을 연결 짓는 방식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선지 딱 떨어지는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뿐이다. 힘들뿐 불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새 봄 소식 기다리듯 늘 좋은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공상적이거나, 첨단적인 기술 문명의 맥락에서 찾은 작품들도 결코 그 자체로 밀쳐놓는 법은 없다. 언제나 그것은 그것대로 얼마나 완미한 구성을 이루고 있으며, 주제의식이 얼마나 ‘똑’ 떨어지느냐를 살필 뿐이다.
여러 훌륭한 작품들 가운데에서 결국 당선작으로 선정한 작품이 <놀고 싶어서>다. 이 작품은 ‘개’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흔한 소재의 동화다. 의인화는 아이들의 마음에 가까워질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기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놀고 싶어서’는 작품이 심히 자연스럽고도 맛깔스럽다. 결말에서 다시 주인에게로 돌아가는 마음의 갈등도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자유’와 ‘구속’의 아이러니는 만해 한용운의 시에서도 노래한 문제가 아니던가. 아이의 순수한 마음 세계와 이 주인공 ‘누리’의 마음이 똑 고르게 연결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당선작을 출품하신 작가에게 큰 축하를 드리며 더욱 정진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
[불교신문 3852호/2025년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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