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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환상동화> 봄을 파는 가게, 그후 이야기

작성자김문홍|작성시간20.04.03|조회수124 목록 댓글 1

<환상 동화>



                           봄을 파는 가게, 그 후 이야기

 

                                                                                                                                                    김 문 홍  

 

   


봄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습니다.

숲속 마을에 금세 소문이 퍼졌습니다.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된 봄을 파는 가게 앞에 숲속 친구들이 모여 웅성거렸습니다. 가게 주인인 바람이 헛기침을 두어 번 하자 모두 쉬쉬 입을 닫았습니다.

버들개지가 바람에게 물었습니다.

, 그 소식 들으셨나요?”

그럼, 듣다마다요. 글쎄 동화작가 최영희 선생님이 돌아가셨답니다.”

봄을 파는 가게 문을 열게 하신 분이지요.”

그럼, 하늘나라에 올라오셨으니 이곳에도 들르시겠군요.”

그래서 지금 새싹이 마을 어귀까지 마중 나갔답니다.”

가게 주인 바람이 돈이 없는 그에게 초록 모자를 씌워 주었던 볼품없는 새싹을 말합니다. 지금은 새싹이 아니라 사람 키만큼 자라 의젓합니다.

지금 무화과나무 밑의 가게 앞에 모인 숲속 친구들은 모두 선생님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봄을 파는 가게라는 동화를 쓰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었습니다. 자신들의 목숨을 있게 한 분이라 무척 설레었습니다.

초록빛 모자를 사러 왔던 꼬마 새싹, 흰색 장갑을 여러 켤레 사러 왔던 버들개지, 외상으로 물건을 사 갔던 가로수들까지 모였습니다.

조금 있으려니 마중 나갔던 볼품없는 새싹이 돌아왔습니다. 그 뒤에 하얀 치마저고리를 맵시 있게 차려입은 선생님이 서 계셨습니다. 모두 주섬주섬 앞으로 나서며 안타까운 인사를 한마디씩 했습니다.

선생님, 버들개지예요. 그동안 무척 아프셨다면서요?”

꼬마 새싹이라고 아시죠? 이제 여기선 아프지 말고 저희와 함께 살아요.”

외상을 좋아했던 가로수입니다. 선생님이 도와주셨던 봄을 파는 가겐 해마다 문을 열었답니다.”

최영희 선생님은 인사를 받을 때마다 머리를 쓰다듬거나 포근하게 안아주었습니다. 어떤 때는 몸에 붙어 있는 검불을 떼어 주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은 모두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여러분, 정말 반갑습니다. 저 아래 땅에선 이제 영영 이별이라고 발을 동동 구르며 온통 눈물 바람이었어요. 그런데 여기 하늘나라 숲속에선 멋진 환영식을 열어주는군요. 여러분을 서른여덟 해 만에 만나는군요.”

선생님은 숲속 친구들과 함께 가게를 다시 꾸몄습니다.

봄을 파는 가게는 겨울 끝 무렵에 잠시 문을 열었다가 봄이 되면 문을 닫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이곳을 병원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병원 이름도 어머니가 내뿜는 숨결을 닮게 <호호 병원>으로 지었습니다.

수술용 침대는 가운데에 놓고 그 옆에는 수술용 가위와 메스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청진기와 혈압계는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었습니다. 최영희 선생님을 원장님으로 모셨습니다. 숲속 친구들 누구도 선생님처럼 아파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먼지떨이로 진찰실 창문을 털던 볼품없는 새싹이 말했습니다.

, 그때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아세요?”

선생님은 잠시 의자에 앉아 가쁜 숨을 들이쉬며 말했습니다.

아니, ?”

바람이 저에게 초록 모자를 주지 않으면 어쩌나 해서요.”

그래, 맞아. 넌 그때 돈이 없어 가게 문 앞에서 울고 있더구나.”

그때 볼품없는 새싹은 작품을 쓰다 말고 생각에 잠겨 있는 선생님을 바라보았습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제발 가게 주인인 바람의 마음을 바꿔 달라고 빌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은 바람이 볼품없는 새싹에게 초록 모자를 주도록 이야기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때 만약 선생님이 잘못 생각하셨다면 전 꼼짝없이 얼어 죽었을 겁니다.”

선생님은 볼품없는 새싹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아니다. 목숨 있는 모든 것들은 반드시 삶을 누려야 하는 거란다.”

역시 우리 선생님은 멋진 동화작가예요.”

다음 날부터 숲속 마을 <호호 병원>은 바빠졌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개미가 허리를 다쳐 다람쥐 등에 눕혀져 왔습니다.

선생님이 허리에 붕대를 감아주며 속삭였습니다.

너무 일만 하지 말고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해요, 알았죠?”

이번에는 머리가 깨진 다람쥐가 업혀 왔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를 내달리다 그만 발을 헛딛었답니다. 아이들 장난에 팔이 꺾인 개나리, 괭이질에 뿌리 반 토막이 잘려나간 칡, 사마귀에게 날개를 물어뜯긴 메뚜기 등으로 진찰실은 눈코 뜰 새가 없었습니다.

볼품없는 새싹은 간호사를 맡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동안 선생님에게 받았던 은혜를 봉사로 되갚겠다고 했습니다. 밤이 이슥해서야 병원 문을 닫았습니다.

선생님은 새벽녘까지 책상 앞에 앉아 동화를 썼습니다. 별님들은 눈이 어두운 선생님을 위해 더 가까이 내려와 안간힘을 써서 빛을 밝혔습니다.

선생님은 병원 문을 열기 전에 반드시 가는 곳이 있었습니다. 숲속 마을 가장자리 낭떠러지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바위 아래로 몸을 숙여 저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는 일이었습니다.

홀로 남겨두고 온 딸을 지긋한 눈길로 내려다보았습니다.

어이구, 우리 혜정이...엄마 없어도 가뿐가뿐 제 할 일 잘하고 있네.“

일요일은 호호 병원 문을 닫았습니다.

병원 앞뜰에 숲속 친구들이 모여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 두 분을 초청했습니다. 이웃 숲속 마을에 사는 시인 두 분이었습니다. 동화작가 최영희 선생님과 잘 아는 사이라고 했습니다. 먼저 하늘나라에 오신 강구중, 주성호 시인 선생님이라고 했습니다.

음악회 끝 무렵에 두 분 선생님이 자작시를 낭송했습니다.

이듬해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 되었습니다. 숲속 마을은 잠시 병원 문을 닫고 다시 봄을 파는 가게의 문을 열었습니다. 선생님이 오시고 난 뒤부터는 돈도 받지 않고 봄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유난히 반짝이는 별 하나가 보입니다. 그곳 하늘나라에 숲속 마을이 있고, 그 숲속에 선생님이 살고 계십니다. 지그시 그곳을 올려다보면 혹시 선생님과 눈이 마주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이렇게 속삭여 주세요.

최영희 선생님, 잘 계시지요? 보고 싶어요.”

그러면 선생님이 이렇게 대답할지도 모릅니다.

난 그대들보다 더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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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부산아동문학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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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신건자 | 작성시간 20.04.03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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