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소개/ 박두순
1950년 경북 봉화군에서 태어났다. 1977년 [아동문학평론]과 [아동문예]동시 신인상에 당선되어 아동문학 문단에 나왔고, 이후 [자유문학]시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동시집『풀잎과 이슬의 노래』『망설이는 빗방울』『사람 우산』, 동시선집『누군가 나를 지우개로 지우고 있다』『박두순 동시선집』, 시집『행복 강의』『찬란한 스트레스를 가지고 싶다』등을 발간하며, 어린이와 어른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 한국아동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박홍근아동문학상, 한국문협작가상, 자유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동시문학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와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 아동문학 발전에 기여했다.
출판사 리뷰
박두순 시인의 동시집이 10년 만에 출간되었다. 이번 동시집 『칼의 마음』에는 그간 발표했던 여러 시들 가운데 61편을 엄선해서 수록했다. 쉬워서 술술 읽히는 것도 있고, 어려워서 답답하게 읽히는 것도 있지만, 저자는 “쉬운 것은 재미있게, 어려운 것은 한 번 더 되풀이해 읽어 주기를 부탁하고 싶다.”고 독자들에게 권하고 있다. 그래야 시가 품은 마음과 생각을 알아차리고, 시의 맛을 더 깊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번 동시집의 시를 통해 지진이나 화재, 전쟁 등이 인류에게 끼치는 영향과 옛 역사와 문명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또 AI와 로봇, 전자 문명이 우리의 생활과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를 짚어 보았고, 우주와 천체의 신비함을 느껴 보는 자리도 마련했다.
첫 번째 수록된 동시 「팔 하나로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팔 하나를 잃은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팔이 하나라도 별을 기리킬 수 있고, 엄마를 꼬옥 안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맑은 심성이 아니고는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친구와 과자 나눠 먹기도 싫어하던 아이가 모아둔 용돈으로 지진 구호성금을 낸 이야기는 아이들의 마음에 또 다른 아름다운 지진이 일어나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산불에 여러 채의 집이 불에 타서 소실된 현장에서 타버린 벌집을 바라보며 자연의 피해도 헤아릴 줄 아는 아이들의 시선은 동시를 통해 발견한 소중한 수간이다. 박물관에서 만난 로봇에게 오히려 좋은 말을 배우게 되고, 인공위성 누리호의 발사 장면을 보며 “37만 개 부속품이/ 꼭꼭 손잡고 /어깨동무하고/ 하나같이 움직여/ 만든 성공이지”라고 말한다. “37만 개/ 부속품의 성공이지// 그렇게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우주로 나서겠어.”라는 인식은 우리 모두 서로 각자의 역할을 찾게 되고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나아갈 수 있다는 세계관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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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하나로도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박두순
한쪽 팔을 잃어버린
소녀에게 물었다
얼마나 괴롭고 불편하냐고,
아니요
한 팔로도
별을 가리킬 수 있고
한 팔로도
엄마를 꼬옥 안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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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꽃밭 / 박두순
산길에
나리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찍어 달라고 했습니다
원추리꽃도 찍어 주었습니다
산수국도 찍어 주었습니다
망초꽃도 찍어 주었습니다
핸드폰은
손바닥 꽃밭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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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마음 / 박두순
칼과 눈이 마주쳤다
번쩍, 칼도 날카롭게 눈을 빛낸다
또 눈이 마주치자
번쩍, 몸을 날카롭게 세운다
볼 때마다
번쩍이는 칼
이빨도 손톱도 날카로울 것이다
그래도 함부로
나쁜 마음먹지 않아
봐, 무도 당근도
가지런히 썰어 놓고
사과 배 맛나게 깎아 놓잖아.
그러려고 번쩍이지
그게 번쩍이는 마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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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예쁜 것 / 박두순
세계에서 일곱 번째 경치 좋다는
아프리카 ‘테이블마운틴산’에
오른 어린이
- 뭐가 제일 예뻐, 물음에
- 음, 음, 음
숨을 고르고 생각을 가다듬더니
- 나비요!
빼어난 경치도
기묘한 바위도
아찔한 절벽도 아닌
나비를 마음속에서
꺼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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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쇼 / 박두순
우주쇼
본 적 있니?
봄 들길에 나가 봐
여기 저기서
민들레꽃이
우주쇼를 하고 있지
그 꽃 누가 피웠나?
우주가 피웠지, 우주의
햇볕, 바람, 구름, 달빛이 들어 있지.
우주쇼 마지막 순서는
하얗게 하얗게
우주선을 날리는 거래
조그맣고 까만 씨앗 하나씩을 태워,
그 우주선에게
손 흔든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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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 / 박두순
키가 작을 때도
강아지풀
강아지풀
키가 클 때도
강아지풀
강아지풀
다 자랐을 때도
강아지풀
강아지풀
늘 그렇게 불러도
꼬리를 살랑살랑
강아지풀 귀는
꼬리에 들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