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떠난 줄 알고 묵은 옷을 벗었다가
갑자기 불어닥친 한설(寒雪)에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어깨는 잔뜩 움츠린 채, 동동걸음으로 바뀌었고,
이구동성으로 “아이구 추워!” 소리가 절로 나니
마지막 꽃샘추위의 허세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3월도 어느새 중반으로 치달아 두 번째 휴일이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새벽출근길에 나섰더니
밤새 고운님 지키던 새벽달이 중천(中天)에서
빙그레 웃는다.
달빛에 반짝이는 하얀 눈이
휑하니 부는 바람을 뒤로 한 채,
포근한 세상으로 나를 끝어들인다.
어스름 먼동은 터오고 , 햇살이 퍼진다.
얼핏 내어다 본 창밖 풍경은 날씨가 추운 것 빼고는
눈부신 햇살이 대지에 머물러 마음조차 활짝 밝아진다.
문득 어릴적 고향산천의 봄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문득 고향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느릿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다.
생뚱맞게 휴일 이른 아침에 전화를 했으니
황당할 법도 하지만, 그 친구 반갑게 받아준다.
문득 차 한잔의 나눔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화를 했으나 귀찮아 하지 않고
대꾸해주는 친구가 있어 행복한 아침이다.
내 삶이 늘 이런 친구들로 넘쳐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눈부신 설원(雪原)으로 마음은 내달린다.
아마도 내일쯤, 난 그 설원에서
야생마(野生馬)처럼 내 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