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나누던 상대의 입에서 마치 배설물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느낀 경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입냄새가 대변 냄새 같다”는 목격담이 꾸준히 올라온다.
실제로 입에서 배설물과 유사한 악취가 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많은 사람이 생각하듯 장이나 위가 원인인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은 입안 세균 활동과 치주질환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미국치과협회(ADA)에 따르면 구취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입안 세균이 음식물 찌꺼기와 세포 잔해 등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황화합물(VSCs)이다.
대표적으로 황화수소, 메틸메르캅탄 등이 있다. 썩은 달걀이나 부패한 채소와 비슷한 냄새를 만든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은 이보다 더 강한 ‘분변 냄새’를 호소한다.
일본 가고시마대 연구진은 구취 환자 823명을 분석한 결과, 구취 정도가 심할수록 치주질환의 진행 정도도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치주질환 치료와 혀 세정 후 구취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오호 다카히코 일본 가고시마대 명예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강한 구취의 상당수가 치주질환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안 세균이 단백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인돌(indole), 스카톨(skatole) 등 분변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이 생성될 수 있으며, 특히 치주염이 있거나 잇몸 깊숙한 곳에 세균이 증식한 경우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취 개선의 핵심은 입안 세균과 세균의 먹이가 되는 설태,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취의 약 80~90%는 입안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혀 표면에 쌓이는 설태(혀 백태), 치아 사이 음식물 찌꺼기, 잇몸 염증, 치주질환 등이 대표적 원인이다.
많은 사람이 “입냄새가 심하면 본인이 먼저 알지 않느냐”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후각은 같은 냄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민감도가 떨어지는 ‘후각 적응’ 현상을 보인다.
따라서 본인은 자신의 입냄새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주변 사람은 훨씬 강하게 냄새를 느낄 수 있다.
또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위장병이 입냄새의 주원인인 경우는 많지 않다.
미국 MSD 매뉴얼은 “입냄새가 소화 상태나 장 기능을 반영한다는 믿음은 오해”라며 대부분의 만성 구취는 구강 내 원인과 관련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역류성 식도질환, 식도 게실, 일부 전신질환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어 증상이 지속되면 진료가 필요하다.
구취를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철저한 구강 위생 관리다.
전문가들은 하루 두 차례 이상 양치질과 함께 치실 또는 치간칫솔 사용을 권고한다.
특히 혀 뒤쪽에 쌓인 설태는 구취 세균의 주요 서식지로 알려져 있어 혀 클리너를 이용한 관리가 도움이 된다.
혀 표면의 혐기성 세균은 입냄새 생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치주염이나 충치가 있는 경우에는 아무리 양치를 열심히 해도 냄새가 반복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배설물 같은 강한 입냄새가 지속된다면 단순한 구취 문제가 아니라 치주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며 치과 검진을 받아볼 것을 권고한다.
결국 입에서 나는 ‘배설물 냄새’의 진짜 범인은 장이 아니라 입안 세균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방치할수록 구취뿐 아니라 치주질환,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원인 진단이 필요하다.
이윤정 기자
https://lady.khan.co.kr/health/article/2026060413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