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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공부방 36 --- 우리 곁에 다가온 일본의 불교문학

작성자김호성|작성시간10.11.07|조회수140 목록 댓글 0

 

 

 

  저희 일본불교사연구소에서는 오는 11월 7일 두번째 학술세미나를 동국대 덕암세미나실에서 갖습니다. 주제는 『일본중세불교설화(발심집)을 읽는다』입니다. 이번 텍스트는 제목에 나와있는 그대로 일본 중세시대에 편집된 불교설화입니다. 가모노 쵸메이(鴨 長明, 1153/1155? - 1216)라고 하는 스님이 스스로 발심을 일으키고자 하는 뜻에서 일본의 불교인들이 어떻게 발심을 일으키고 수행하였는지를 이야기하는 설화를 모은 것입니다. 이 『홋신슈(발심집)』에 대한 연구를 해온 류희승 선생의 번역으로 지난 2001년 『일본중세불교설화』(불광출판부)라는 제목으로 우리 앞에 등장하였습니다. 읽어보시면 누구나 느낄 수 있으리라 봅니다만, 우리의 『삼국유사』를 읽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그만큼 보편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류희승 선생의 번역이 부분역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서 번역의 문제점도 여러가지로 제기될 터인데, 새롭게 완역이 되었으면 하는 꿈을 꿔봅니다.

 

  설화 말이 나왔으니, 여기서 『모래와 돌(사석집)』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역시 일본 중세시대에 무쥬도교(無住道曉, 1226-1312)스님에 의해서 엮어진 설화집입니다. 전체 10권으로 이루어진 책인데, 너무나도 고맙게 이 『사석집』을 정천구 선생이 번역해 주셨습니다(소명출판 간). 2권으로 나와 있는데, 저는 아직 상권 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무쥬스님의 펜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발심집』과 비교해 보면, 무엇보다도 하나의 설화를 제시한 뒤에 편자가 부가하는 평설(評說) 부분에서 차이가 납니다. 가모노 쵸메이가 간략하게 언급하는 데 그치고 있다면, 무쥬스님의 경우에는 길게 길게 말합니다. 그만큼 교학적인 깊이가 남다르고, 대승불교 전체의 안목이 여기서 다 드러납니다. 저와 같이 회통(會通)불교라고 하는 우리 불교의 전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에게는, 속된 말로 표현하면 “환장합니다!”. 언젠가는 이 『사석집』을 우리나라 불자님들과 함께 읽으면서 그 세계를 음미해 보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평설에 보이는 무쥬스님의 불교는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어떤 큰스님의 세계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서사류(敍事類)는 마저 다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우선, 현대소설입니다. 바로 다치하라 마사아키(立原正秋, 1926-1980)의 『겨울의 유산』입니다. 바로 저희 연구소 개원기념 세미나 때 읽은 책입니다. 안동에서 태어난 작가(한국명 : 김윤규)가 일본으로 귀화한 뒤, 만년 그의 자서전적 소설로서 남긴 것이 이 작품입니다. 안동 봉정사(작중에서는 '무량사')와 일본 가마쿠라 원각사(작중에서는 '건각사')에서의 참선 체험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선(禪)소설'로 평가되는 작품입니다. 다치하라의 '광펜'임을 자처하는 김형숙 선생께서 일찍이 번역한 책인데, 두 번의 출판사에서 다 품절이 되었던 것을 저희가 다시 살려내서 금년 봄에 동국대출판부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기념으로 세미나를 하였고, 제가 「겨울의 유산에 나타난 한,일불교」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일본불교사연구』 창간호, 2009)

 

  다음 우리로 말하면 역사소설에 해당하겠습니다만, 일본에서는 군사기록이야기라는 뜻의 군기물어(軍記物語)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번역된 것은 『헤이케이야기(平家物語)』입니다. 오한욱 선생의 번역으로 문학과 지성사(2006)에서 나왔습니다. 역시 상, 하 2권입니다. 헤이케는 헤이안(平安)시대 말기에 정권을 농단하던 다이라노 기요모리(平淸盛)와 그 일문을 말하는데, 이 이야기는 그들이 멸족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동시에 미나모토(源) 가문이 일본 최초의 군사정부인 가마쿠라 막부를 세워가는 과정입니다. 일본 역사에 조금의 상식만 갖추고 본다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로 말하면 고려때 최씨무신 정권의 성립과 몰락과정을 어떤 산중의 스님, 무상의 가르침을 철저하게 터득한 분이 담담하게 그려나가는 것입니다. 한없이 보고 보고 또 보고 싶은 책입니다. 이 안에 온갖 인생사가 다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희곡도 하나 번역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다이쇼(大正)시대의 문인 구라타 하쿠조(倉田百三, 1891-1943)의 작품 『스님과 그 제자』입니다. 시인 김장호 선생의 번역으로 동국역경원의 현대불교신서 중에 하나로 나왔습니다. 작은 문고본입니다. 정토신앙을 우리 입장에서가 아니라, 아미타불의 입장에서 재구축한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악인이야말로 더 먼저 은총을 입어서 극락에 왕생할 수 있다, 고 말한 분입니다. 스스로 악의 존재임을 자각함으로써 타력의 불교를 열었던 분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분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해서, 직접 신란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인간에게 악과 구원의 가능성을 묻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에서는 내년 봄의 제3회 학술세미나 교재로 이 책 『스님과 그 제자』를 읽고자 합니다. 언제 가능하면 『스님과 그 제자』를 실제로 연극으로 한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제 수필과 기행문을 아우르는 교술(敎述類)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의 불교 수필이라고 하면 역시 백미는 『도연초(徒然草)』일 것입니다. 일찍이 을유문고판으로 우리에게 소개되어서, 읽은 분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작품이지요. 작자는 요시다 겐코(吉田兼好, 1283-1353)라는 스님입니다. 이와 함께, 앞서 든 설화집 『발심집』의 편자 가모노 쵸메이가 쓴 『방장기(方丈記)』는 『도연초』와는 쌍벽을 이루는 중세불교수필의 고전입니다. 『방장기』는 당시의 천재지변 등 여러가지 재앙 앞에서 인간의 무상을 담담한 필치로 그리고 있습니다.

 

  기행문 역시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는 천태종의 엔닌(圓仁, 794-864)스님이 쓴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인데, 당나라에 불법체류하면서 고생고생한 일기입니다. 신복룡, 김문경 두 분 선생에 의해서 두번에 걸쳐서 번역되었습니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역사적 성격이 강한 사서(史書)라 볼 수도 있을 것같습니다만, 기행문이 문학이라면 문학서로 읽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하나는 일본 국내, 즉 에도(지금의 동경)를 출발해서 동북지방(奧)을 돌아오는 하이쿠 시인 바쇼(芭蕉, 1644-1694)의 『오쿠로 가는 작은 길(奧の細道)』(『바쇼의 하이쿠 기행1』, 김정례 역, 바다출판사)입니다. 여기에는 다수의 하이쿠가 들어 있어서 압축과 상징의 세계 역시 느낄 수 있을 것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바쇼의 하이쿠 같은 것들이 옮겨진 것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바쇼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 사이교(西行, 1118-1190)의 와까(和歌, 5.7.5.7.7)같은 작품도 번역되면 좋을 것같습니다만, 아직 안 된 것같습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잇펜(一遍, 1239-1289)스님과 같은 분 역시 와까를 여러 편 남기고 있습니다만, 이를 정확히 읽어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중세 일본어를 어디서 배울 수 있다면 좀 배워볼 터인데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평론 하나 소개하면서 이 글을 접고자 합니다. 『일본 불교문학의 이해』라는 책입니다. 일본의 다이쇼(大正)대학 교수들의 논문집인데, 우리에게 번역되어서 동국대출판부(2006)로부터 출판되었습니다. 제가 다치하라 마사아키 작품의 원제를 일본어로 알아낸 것도 이 책을 통해서입니다.

 

  저는 일본불교를 좋아라, 하는 입장에서 그것을 가장 쉽게 느껴볼 수 있고 전해볼 수 있는 매개체로서 불교문학작품을 읽고 있는 입장입니다. 문학을 전공으로 하거나 문인들의 경우에는 또 접근하는 방법이나 느끼는 것이 다르리라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세계의 맛을 온전히 음미하려고 한다면 일본의 불교에 대한 이해 역시 필수적으로 요구되리라 봅니다. 제가 옮긴 『인물로 보는 일본불교사』(마츠오 겐지 지음, 동국대출판부, 2005) 외에 여러 권의 책들이 이미 국내에 번역되어 있습니다. 어느새, 우리가 모르는 결에 일본의 불교문학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스스로 무관심했음에도 말입니다.  

 

 

***  Everyday 공부방의 하나입니다. 몇 번인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안숙경 시인 덕분으로

"한국불교문학"이라는 동인지로부터 청탁을 받아서 쓴 글입니다.

거기 먼저 싣고

나중에 우리 카페에 다시 실은 것입니다.

 

첨부파일 우리 곁에 다가온 일본의 불교문학.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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