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호 자 상 담
방원중학교 교사 최 영 근
내담자의 성장과 발전을 돕고자 하는 상담자의 노력은 내담자를 직접 상담하고 지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내담자의 생활 지도에서 보호자와의 상담은 내담자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으나, 이 분야는 아직 충분히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 상담자 자신뿐만 아니라 보호자 측에서도 상담을 부담스럽고 불편한 일로 여길 수 있고, 상담자가 상담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있으며, 상담자 스스로 보호자 상담의 방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일수도 있다.
내담자를 둘러싼 중요한 환경인 상담자와 보호자가 조화롭고 협조적인 교육적 노력을 기울일 때 내담자는 가장 잘 성장할 수 있다. 보호자 상담은 이러한 조화로운 교육적 노력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이며 방법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1. 보호자 상담이란?
가. 일반 상담과 보호자 상담의 차이
일반적인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 2자 관계를 기본으로 한다. 즉, 상담에 참여하는 내담자는 제 3자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상담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일반 상담에서는 개인의 심리적 문제는 물론 자녀문제, 부부문제, 원가족 문제, 배우자 가족과의 문제 등이 포함되어 개인의 일생 전반과 관련된 내담자 자신의 다양한 관심사에 초점을 둔다.
이에 비해 보호자 상담은 내담자의 부모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나 궁극적인 목표는 내담자의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한 차원에서 이루어지므로 부모 자신의 다양한 관심사보다는 자녀의 건강한 사회생활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즉, 내담자인 보호자의 문제보다는 자녀의 문제를 주로 다룬다는 것이 일반 상담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 될 것이다.
나. 보호자 상담과 교육 및 자문
보호자 상담은 보호자 교육 또는 보호자 자문과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다. 보호자 교육은 주로 집단 형태로 이루어지며 과정이나 내용면에서 다른 것 과 구분된다. 보호자 교육의 내용은 교육집단 지도자에 의해 정해지고, 그 과정은 보통 교육적 형태를 띠어 지도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교육 방법은 교육 주제에 알맞게 주로 강의식이나 토론식 방법을 사용한다. 참여자들은 배운 원리를 가족상황에 적용하도록 격려 받고 그 결과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보호자 자문은 그 시작부터 주된 초점이 내담자에게 맞춰져 있다. 즉, 자녀(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자문가(부모)는 자문가(상담자)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다. 자문 과정에서 보호자 교육의 직접적 방법이 적용될 수 있는데, 여기에서 교육은 자문의 본질이 아니라 자문 과정 속에 필요에 의해 포함되는 하나의 과정이 된다. 이때 내담자 또는 부모에게 보다 전문적인 상담이나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다른 상담자나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 역시 자문의 역할이다.
보호자 교육이나 보호자 자문이 내담자에게 초점을 두어 내담자의 문제 행동 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 보호자 상담은 내담자의 변화에 앞서 부모 자신의 변화를 강조한다. 부모가 상담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힘으로써 내담자의 문제행동이 온전히 내담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보호자 자신의 영향이 있음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어 스스로의 변화를 시도하게 되 는 것이다. 즉, 내담자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지각하고 있으며 그 지각을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내담자의 문제 행동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힘을 기르게 한다.
보호자 상담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부모의 자기 이해 뿐 아니라 내담자에 대한 심리적 · 발달적 이해가 필요하다. 따라서 보호자 상담은 자녀(내담자)를 위한 보호자 교육과 보호자 자문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다. 보호자 상담의 목표
보호자 상담은 내담자를 위해 그 부모에게 이루어지는 상담이다. 부모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내담자가 문제를 극복하고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구체적인 보호자 상담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Muro & Dinkmeyer, 1977).
• 내담자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보호자 역할에 대한 이해 도모하기
• 부모-자녀 관계 증진을 위한 절차를 습득하도록 돕기
• 보호자들로 하여금 내담자 훈육 방법과 보호자들의 생각에 대해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기회 제공하기
• 보호자들로 하여금 자녀 양육의 문제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다른 부모들에게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돕고, 집단에서 서로 격려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2. 상담자가 만나는 보호자의 유형
가. 자발적 내담 보호자
내담자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 혹은 내담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상담자의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 보호자가 먼저 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 자발적 내담 보호자이다. 이러한 보호자는 상담자가 줄 수 있는 도움을 원해서 스스로 찾아오는 ‘고객’이므로 보호자 상담에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고 변화를 위하여 노력하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다. 부모-자녀 관계나 자기 자녀에게서 문제를 발견한 후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부모가 어떤 일을 하여야 하는지,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에게도 어떤 변화가 필요하며 어떻게 그러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알고자 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으며 기꺼이 상담자와 협조하고자 한다. 상담자가 보호자에게 먼저 상담을 요청한 경우라 하더라도 보호자가 내담자의 문제에 대해 이미 지각하고 있거나 내담자의 성장을 위해서 노력하고자 하는 태도가 강하다면 자발적 내담 보호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의 보호자 상담에서는 내담자에 대한 상담자의 생각과 느낌을 부모에게 전달하고, 부모의 자녀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인정하며, 자녀에게 보호자와 상담자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영역에 초점을 맞추어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나. 불평, 불만형 보호자
불평, 불만형 보호자는 상담자의 상담 및 지도에 관해서, 혹은 다른 보호자에 관해서, 심지어 자기 자녀나 배우자에 대한 불만을 상담자에게 토로하기 위해 상담을 요청하는 보호자를 말한다.
이 경우 보호자는 상담자에게 도움이나 조언을 구하조가 하는 의지가 적으며, 특히 상담자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에는 상담자가 곤혹스러운 느낌을 가지기 쉽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속한 체제나 자신에 대해서 누군가가 불만을 토로하면서 방어적인 태도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상담자 자신에 대해서 보호자가 불만을 표현하는 경우, 상담자는 방어적 태도가 아닌 공감적으로 이해하려는 상담자로서의 태도로 보호자를 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충분히 듣고 이해하려는 태도로 진지하게 경청하고 수용한다면 보호자는 상담자의 입장에 대해서 들어보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내담자에 대한 불만을 상담자에게 털어놓되 보호자 자신의 변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없는 보호자도 상담자가 자주 만나게 되는 유형의 하나이다. 즉, ‘내가 어떻게 해야 자녀가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자발적으로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는 보호자와는 달리 단지 ‘아이의 이러저러한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에 그치거나 ‘아이의 문제가 다른 사람 탓이다’ 라고 보고 자신의 행동이나 특성이 아이의 문제에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 경우다. 이러한 보호자는 상담자가 잘 들어주고 이해하여 주면 처음에는 ‘얘기하고 나니 시원하다.’ ‘이해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등의 반응을 보이지만, 나중에는 ‘그래도 아이가 변화가 없다’고 다시 불평하기 쉽다. 따라서 이런 보호자를 상담할 때는 보호자의 불평을 잘 듣는데서 그치지 말고, 내담자의 문제와 보호자 자신의 행동 특성이 어떻게 관련되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생각해보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다. 상담자의 요청으로 내방한 보호자
내담자가 어떤 문제를 일으켰을 때 상담자의 요청으로 상담 받는 경우의 보호자로, 주로 내담자가 처벌 대상이 되는 보호자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상담자들을 가장 좌절하게 만드는 보호자가 이런 유형의 부모일 것이다.
이런 보호자들은 스스로 자녀 교육을 위해서 상담을 요청하지 않는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진로를 위해서 오래 고심하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해도 그런 노력을 보호자가 인식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상담자가 보호자 상담을 요청해야만 마지못해 상담실에 오거나 전화를 받는다. 이런 보호자들은 자녀의 문제를 인정하기 보다는 사회 문제 또는 주변 환경(예컨대 또래)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거나, 혹은 자녀가 문제를 일으켰고 그로 인해 상담실에 와야 하는 입장에 처해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하여 몹시 화가 난 상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은 상담실 방문에 불만을 품어 상담의 진행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상담자가 요청하기 이전에 이미 자녀의 문제를 보호자 스스로도 느끼고 있으며, 문제의 악순환 과정에서 자녀와 서로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청소년 자녀에 대해 분노와 원망, 실망과 배신감, 무기력과 좌절감 등의 강한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또한 또래 친구들이나 사회 권위 체제에 대한 불만과 분노, 부모로서의 자신에 대한 회의 및 좌절감과 수치심, 배우자에 대한 원망 등등 갖가지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가지고 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문제 청소년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다’, ‘문제 자녀는 없고 문제 가정만 있다’는 등 ‘자녀의 잘못은 곧 부모의 잘못을 뜻한다’는 사회적 통념은 자녀의 문제 때문에 상담실 찾는 보호자의 입장을 방어적으로 만들기 쉽다. 보호자도 자신이 그러한 통념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많고, 사회적으로 그러한 통념이 있다는 것을 보호자가 알기 때문에 상담자도 보호자를 그러한 눈으로 볼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부정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가지고 상담에 임하기 때문에 상담자는 그만큼 더 보호자를 공감적으로 잘 이해하고 보호자가 상담자에게 진정으로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위에서 우리 아이에게 그런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이가 집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낸다.’ 등과 같이 자기 자녀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보호자를 상담하여 내담자의 변화를 위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는 아이에 대한 상담자의 관심이 구체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보호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아이에 대한 상담자의 관찰 내용, 상담자의 지도 내용과 내담자의 반응, 변화의 추이 등이 지속적으로 기록되어서 상담자의 말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자료로 제시되어야 할 뿐 아니라, 내담자의 문제행동과 긍정적 측면에 대한 상담자의 인식 및 인정도 자주 표현되도록 한다.
이런 보호자들에게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려면 일단 자신들의 입장과 견해 및 느낌들을 상담자에게 충분히 토해낼 수 있는 이해의 시간이 필요하다. 보호자 자신의 삶에서 어려움이나 좌절이 지나치게 큼으로 인해서 자녀교육에 무관심해졌거나, 자녀의 거듭되는 문제나 지난 노력의 실패로 인해서 지쳐버린 보호자야말로 무조건적인 존중과 공감적 이해의 태도를 지닌 상담자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상담자는 그 부모가 자녀로 인해 실망과 좌절을 겪어온 과정에 대해 이해의 태도를 가지고 들어야 한다.
그리고 자녀의 문제 행동이 보호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질책하여 상담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상담자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하는 것이 좋다
① 보호자를 처음 만나는 순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표현을 한다.
② 전화번호나 이메일 등 연결 가능한 대화 통로를 확보하여 긴급 시 통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한다.
③ 자녀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협력자임을 표현한다.
④ 자녀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협력할 것을 다짐한다.
3. 보호자 상담 과정
실제로 보호자를 만나서 상담을 진행하는 일반적인 과정과 각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할 구체적인 일들은 다음과 같다.
가. 보호자 맞아들이기
보호자 상담은 대개 상담실 내에서 이루어지며 상담에 임하는 보호자의 마음은 대부분 불편한 상태에 있으므로, 상담자는 보호자가 상담에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도록 맞아들여 주어야 한다. 상담자와 보호자의 성별 및 연령을 고려하여 서로 어색하지 않을 방법으로 맞아들여야 한다. 상담자의 편안하고 수용적인 태도는 보호자의 불편한 심경을 다소 누그러뜨리고 내담자를 위한 협조자로서 노력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또한 보호자가 찾아와 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보호자가 상담자를 찾은 것은 내담자를 위한 보호자의 노력을 의미하며 상담자와 함께 노력할 의사를 나타내는 것일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상담자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상담자도 보호자와 함께 내담자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 보호자의 심정 이해하기
1) 상담자가 학보호자 상담을 먼저 요청한 경우
우선 전화나 편지를 통해서 보호자 상담의 필요성을 상담자가 전달한 것에 대한 부모의 심경을 들어 보아야 한다. “어제 제가 전화로 말씀드린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는지요?”, “지난주에 제가 편지로 말씀드린 것을 보시고 놀라시지나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제 전화를 받으시고 마음이 많이 불편하셨을 것 같아요.” 등으로 보호자가 불안이나 불편감을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잘 들어야 한다.
더불어 상담을 요청하게 된 배경과 이유를 보다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부모에게 설명한다. 구체적 자료(예컨대, 내담자가 그린 그림이나 쓴 글,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일어난 일을 관찰 기록한 일지 등)를 함께 제시하면 더욱 좋다. 이때 상담자는 내담자의 문제점만 부모에게 전달하지 않고 내담자의 장점 및 가능성에 대해서도 함께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내담자에게 문제가 발생하여 보호자 상담을 요청하였더라도, 상담자가 장점과 단점, 문제점과 가능성을 함께 지닌 존재로 학생을 보고 있음이 보호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담자의 내담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은 보호자의 불편한 심경을 누그러뜨려 주며, 내담자가 긍정적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호자에게 보여주기 때문에 부모가 더욱 협조적인 자세를 가지게 된다.
2) 보호자가 먼저 상담자를 찾아온 경우
먼저 보호자가 찾아온 이유를 잘 들어야 한다. 수용적이고 진솔한 자세로 보호자의 말을 경청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고자 하는 태도를 견지하여야 한다. 내담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호자가 느낀다면 그 문제가 무엇이며 언제부터 그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 또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 동안 어떤 노력을 해 왔으며 그 노력의 결과는 어떠했는지, 내담자의 문제와 관련하여 보호자는 어떤 느낌을 가지는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보호자와 내담자 및 주변 인물들이 가진 자원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잘 듣고 이해하도록 한다. 상담자나 학교에 대한 불만 때문에 보호자가 찾아온 경우에도 수용적 자세로 듣고 공감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다. 가족관계 이해하기
상담자는 보호자 상담을 시작하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된 상황이나 문제를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부모-자녀 관계를 포함한 가족관계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내담자와 보호자를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 즉, 내담자의 문제에만 국한해서 내담자 보호자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가 속해 있고 내담자에게 중요한 영향을 주고받는 가족 전체의 역동적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여야 보다 성공적인 보호자 상담이 이루어지게 된다.
라. 상담목표 설정하기
상담은 목표가 있어야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보호자 상담도 예외가 아니다. 보호자와 상담자가 느끼기에 ‘상담하기를 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되려면, 보호자 상담에서 무엇이 달성되어야 하느냐가 바로 보호자 상담의 목표가 될 것이다. “저와의 상담을 통해서 ○○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면 좋겠습니까?”, “그렇게 되기 위해서 보호자께서는 어떻게 해 보시겠습니까?”, “○○와 아버지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면 좋을까요?” 등과 같이 상담목표 설정을 위한 질문을 상담자가 제시함으로써 보호자 상담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한다.
상담목표를 설정할 때 주의할 점은 부정적인 측면이 적어지는 쪽으로 목표를 잡는 것보다는 반대의 긍정적 측면이 많아지는 쪽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밖에서 친구들과 싸우지 않는다.’는 목표보다는‘밖에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낸다.’는 목표가 더 좋은 목표가 된다. 얼핏 보기에 두 목표는 같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친구들과 싸우지 않는다.’는 목표는 대신 무엇을 더 해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지 않는다. 싸우는 대신 친구들과 말도 않고 함께 놀지도 않고 혼자서만 지내게 되면 학생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였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마. 보호자와 내담자의 변화를 위해 개입하기
대부분의 보호자 상담이 내담자의 변화를 위해서 이루어지지만, 변화가 필요한 사람은 내담자 자신만이 아닌 경우가 많다. 또한 내담자는 보호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담자의 변화를 위해서는 보호자의 도움이나 변화가 결정적인 경우도 많다. 따라서 보호자 상담에서는 변화를 추구하고 촉진하고자 할 때, 내담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개입에 관심을 두고 있어야 한다.
변화를 위한 개입은 보호자, 내담자 및 가족에 대하여 상담자가 이해하고 평가한 결과 및 상담목표를 설정한 바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문제 해결 능력이나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가족이라고 판단되면, 올바른 문제 해결 과정과 의사소통 방식에 대하여 보호자가 깨닫도록 돕고 부족한 측면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왜곡된 인지 내용이나 사고양식을 지닌 보호자라면, 인지의 변화를 위한 다양한 인지상담 기법을 적용하여 변화를 촉진하여야 할 것이다.
보호자 상담을 하기 전에 이미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의 문제해결을 위해서 나름대로 어떤 시도를 한다. 그러한 시도에 대해서 상담자가 관심을 기울여서 잘 이해하려는 노력은 보호자로 하여금 존중받고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할 뿐만 아니라, 보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자세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게 할 수 있다. 또한 보호자가 기존에 시도한 방법들을 잘 검토하면 보호자의 개입방법에서 변화되어야 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다음은 상담 과정 중에 얻어야 할 정보를 영역별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필요한 질문들을 적절히 선택하여 상담 과정 중에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은 주로 상담 초기에 파악되어 목표 설정 및 개입 단계에서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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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역 |
얻어야 할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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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문제 |
•학생의 문제에 대한 상세한 정보 자녀에 대한 걱정이 무엇입니까? 그러한 걱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봅니까? 이 문제는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있을 때 일어납니까? 이 문제는 얼마나 자주 발생합니까? 이 문제를 지속/악화/호전시키는 요인은 무엇입니까? 이 문제를 일으킨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문제의 역사 이 문제 행동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습니까? 이 문제가 시작되던 당시 발생한 중요한 사건이 있었습니까? (별거나 이혼, 이사, 재정문제 등) •문제의 대처 방법 이 문제가 발생할 때 어떻게 합니까? 가족들은 자녀의 문제에 어떻게 반응합니까? 일부 성공적이었던 시도는 무엇이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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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관계 |
•부모의 양육 태도와 처벌 방식 자녀를 어떤 방법으로 양육합니까? 어떤 양육기법이 효과적입니까? 자녀는 말을 잘 듣는 편입니까?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어린 시절 주 양육자 자녀가 어린 시절에 누가 주로 키웠습니까? 자녀가 어린 시절에 누구와 애정이 깊었습니까? •부모-자녀 관계, 학부모의 부부 관계, 형제 관계 자녀는 학부모님과 어떻게 지냅니까? 부모님 두 분의 부부 관계를 어떻습니까? 자녀는 형제자매와 어떻게 지냅니까? •가족원이 지닌 의학적, 심리적 문제 가족 중에 의학적, 심리적 문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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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 방과 후 활동 |
•학업 수행과 학교에서의 행동 자녀는 학교생활이 어떻다고 합니까? 학교에 대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자녀의 학업 성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방과 후 활동 자녀는 학교 끝나면 어떻게 지냅니까? 자녀는 여가시간에 무얼 하고 싶어 합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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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관계 사회적 관계 |
• 친한 친구 자녀와 친한 친구는 몇 명이 있습니까? 이성 친구가 있습니까? 친구들은 어떤 학생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친구나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 자녀는 친구들과 어떻게 지냅니까? 자녀는 친구 관계에서 주도적입니까, 따라가는 편입니까? 자녀가 다른 사람을 사귀는 능력은 어떻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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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강 |
•병력-입원기록, 복용하는 약, 치료기간 의학적인 문제나 상해를 입은 적이 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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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타 |
•상담에 대한 부모의 기대 상담에 대한 기대는 무엇입니까? 학부모님이 원하는 상담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자녀에 관련된 사항 중 제가 알아야 할 어떤 다른 정보가 있습니까? |
4. 보호자상담을 위한 여건 조성
가. 사전 준비 사항
1) 상담 내용과 시간, 장소를 미리 알린다.
보호자를 만나기 이전에 상담자는 왜 보호자를 만나려 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미리 안내문을 통해 상담 내용, 시간, 장소를 보호자에게 알린다.
2) 내담자에 대한 기록을 검토한다.
상담자는 개별 내담자에 행동관찰 내용 등에 대해 그 동안 기록해 온 것들을 준비한다. 각 내담자에 대한 일화기록, 평정척도, 체크리스트 등 평소 사담자가 꼼꼼히 준비해 온 것들을 준비한다. 이 기록들은 보호자 상담을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고 또 어떤 것들은 내담자 지도를 위한 계획의 기초가 될 수 있다.
상담시 자료가 충분히 준비되어야 분명한 주제를 갖고 상담할 수 있고 원활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관찰한 내용에는 내담자의 사회 적응도, 친구 관계, 행동특성, 특별한 습관 등이 포함될 수 있다.
3) 면담할 내용을 미리 메모해 둔다.
4) 좌석배치 등 물리적 환경을 조성한다.
책상을 보호자와 상담자 사이에 가로 놓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무척 권위적으로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간격이 생길수록 그만큼 정신적인 간격도 생기는 것이다. 좌석은 보호바와 상담자가 서로 잘 볼 수 있도록 배치해야 한다.
나. 보호자 상담을 위한 장소
상담은 매우 사적인 상황이므로 상담 장소가 중요하다. 상담할 장소는 아늑한 곳으로 준비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한다. 특별히 상담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가능한 한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는 곳에서 상담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내담자뿐만 아니라 상담자에게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실에서의 상담은
첫째, 친숙한 환경이기 때문에 상담자가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둘째, 상담에 필요한 서류나 자료를 즉각 찾아볼 수 있다.
셋째, 책상과 다른 교육 자료들이 보호자와 상담자에게 만남의 목적이 학생의 행동 발달 내지는 문제를 의논하는 것임을 암시해 준다.
다. 상담 시간
몇 분 동안 상담을 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상담의 목적이나 성질, 그 때의 상황에 따라서 상담 시간이 결정된다. 내담자에 관한 정보를 듣기 위한 혹은 간단한 조언으로 끝낼 수 있는 경우에는 몇 십 분 정도만 할애하면 되겠지만,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경우라면 한두 시간 혹은 몇 회 지속되어야 할 수도 있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또는 도중에라도 상담에 할애될 수 있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호 간에 대화를 효율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라. 보호자와 래포(rapport) 형성 및 대화 방법
• 상호 신뢰할 수 있고 인정해 주고 지원해 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따듯하고 민감하게 수용해 주며, 사생활이 보장된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보호자와 상담자 간에 친밀감을 형성한다.
• 처음에는 긍정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내담자의 문제행동을 이야기하기 전에 좋은 점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보호자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도록 격려한다. 이는 보호자가 하는 말의 뜻과 감정을 공감해 줌으로써 가능하다.
• 상담자는 보호자의 언어, 표정, 손의 움직임, 목소리 등을 관찰하여 감정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한다.
• 보호자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적인 충고는 피하도록 하며, 다양한 해결책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의사결정은 부모가 하도록 한다.
마. 상담 내용의 기록
상담이 끝나면 상담 내용을 기록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이것은 상담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가는데 도움을 주며, 간혹 상담을 했다는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도 있다. 상담 기록을 위한 일정한 기록지(양식으로 인쇄되어 있지 않다면, 일정한 크기의 종이)를 미리 준비하면 좋다.
상담 중에 나오는 이야기를 모두 받아 적는 일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상담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만을 기록하거나 혹은 상담 중에는 기억하기 좋은 방식으로 메모해 두었다가 상담이 끝난 후 다시 정리하는 방식도 있다.
기록을 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보호자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기록하는 목적을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 설명에도 불구하고 기록을 원하지 않으면 기록을 하지 말아야 한다. 때로는 녹음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반드시 사전에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이를 거절하는 경우에는 녹음을 하지 말아야 한다.
5. 보호자 상담 시 유의사항
가. 상담에 임하는 보호자의 불편한 심리상태를 이해한다.
보호자 상담에 임하는 상담자 자신뿐만 아니라 보호자 측에서도 상담을 부담스럽고 불편한 일로 여기기 쉽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보호자 상담은 내담자에게 문제가 있거나 문제가 예상되는 경우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호자들은 자녀의 문제를 곧바로 자신의 문제로 동일시하며 책임을 느끼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보호자 상담에 임하는 부모는 뭔가 잘못된 듯 한 불안과 걱정, 비난받을까봐 두려운 마음, 부모 노릇을 제대로 못했다는 죄책감 등으로 인해 불편한 심리적 상태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상담자는 이러한 부모의 심리상태를 충분히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나. 보호자를 격려한다.
상담자는 보호자의 호소 문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보호자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써 보호자가 충분히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지만, 지나치게 호소하는 문제에만 초점을 두어 문제에 압도되어 심각하고 무기력한 분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오히려 상담자는 보호자가 호소하는 문제를 안고 견디어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울인 시도나 노력을 이해하고,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문제의 악화를 막아온 작은 성공이나 비교적 효과를 본 시도나 행동을 찾아 강화해줌으로써 이를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기초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상담자는 가장 오랫동안 누구보다도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자녀를 지켜보고 돌보며 교육해 온 자녀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인 보호자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동안 자녀가 잘 자라도록 부모가 돕는 과정에서 성공한 점은 성공한 점대로 상담자가 내담자의 지도를 위해 보호자로부터 배우고자 하고, 보호자가 시도했던 점은 실패한 점대로 상담자가 알아둠으로써 내담자를 위해 보다 적절한 접근법을 찾아내기 위한 자료로 삼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 보호자의 개인적인 문제는 되도록 상담하지 않는다.
상담자는 내담자에 대한 관심사를 공유하다가 결국에는 그들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들을 노출시키는 보호자와 만나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상담자는 이러한 요청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하여 명확하게 일치된 의견은 없으나, 보호자 상담 과정에서는 보호자의 개인적인 문제를 되도록 다루지 않는 것이 좋다(한국청소년상담원, 2006). 상담에 대한 전문적인 소양과 능력이 있는 상담자라면 보호자의 개인적인 문제를 상담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상담자가 직접 상담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신에 그러한 보호자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이용 가능한 지역사회 상담기관을 추천하는 것이 필요 하겠다.
라. 내담자에 대한 표현은 긍정적인 어휘를 사용한다.
상담자가 보호자와 내담자의 문제 행동으로 인해 상담을 할지라도 되도록 내담자에 대해 긍정적인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 상담자가 의도하지 않더라고 무의식중에 부정적인 어휘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상담자가 자기 자녀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사용하게 되면, 보호자는 불쾌한 감정이 들 수 있고 마음의 문을 닫아 자칫 상담이 어렵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산만한 아이’보다는 ‘활동적인 아이’로, ‘고집이 센 아이’보다는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로 표현하는 것이 거부감이 덜 들 것이다. 다음의 표는 이러한 경우에 사용될 수 있는 어휘의 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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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어휘 |
부정적인 어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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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한 |
우수한 |
예민한 |
불쾌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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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는 |
융통성이 있는 |
늘 거절하는 |
파괴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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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률적인 |
자립심이 강한 |
격려가 필요한 |
선동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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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되는 |
자신이 있는 |
고집을 부리는 |
남을 고려하지 않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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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좋은 |
정직한 |
미숙한 |
게으른 |
|
신뢰할 수 있는 |
책임감이 있는 |
반항적인 |
편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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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
협조적인 |
버릇없는 |
지도 효과가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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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바른 |
훌륭한 |
부조화적인 |
산만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