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자마자 지성이를 만났습니다. 오늘도 지성이는 저희를 웃으며 반겨줍니다. 언제나 그렇듯 지성이의 미소는 참 귀합니다. 지성이의 미소는 저에게 하루하루를 기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지성이를 만나 밥은 먹었는지, 잘 잤는지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습니다. 지성이는 언제나처럼 웃으며 잘 먹었다고 잘 잤다고 고개를 끄덕여줍니다.
지성이는 2층에서 여느 때처럼 이용인 분들과 함께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지성아 선생님들 왔어. 3층에 가서 선생님들한테 AAC 사용하는 거 보여줄 수 있어?”
TV보는 것을 좋아해서 여가시간을 TV보는 것으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성이가 혹여나 가기 싫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지성이는 손에 꼭 쥐고 있던 리모컨을 저에게 건넸습니다. 지성이가 리모컨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기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고맙다고 인사하며 지성이에게 리모컨을 어디에 두고 올라갈지 얘기한 후 함께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지성이와 의사소통 하기위해 AAC를 활용해보았습니다. 지성이는 항상 그랬듯이 능숙하게 AAC를 조작했습니다. 지성이는 “안녕하세요”와 “저는 최지성입니다”, “잠시만요”를 가장 많이 누릅니다. 그래서 제가 질문을 너무 많이 할 때면 “잠시만요”를 항상 누릅니다. 그상황을 통해서 기다리는 법을 한 번 더 곱씹습니다. 지성이를 위한 질문을 하려고 했던 것인데 너무 제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지성입니다.” 둘레에 나갔을 때 어떤 말을 하면 좋겠냐는 저의 질문에 지성이가 처음으로 만든 문장입니다. 오늘 AAC로 문장을 만들면서 자신의 이름을 가장 많이 누른 것 같습니다. AAC를 만질 때 지성이는 항상 웃으며 조작합니다.
그리고 지성이에게 우리가 부산에 갈 때 어떤 것을 타고 가냐고 물어봤습니다. 이미 예약을 해논 상태라 알고 있었지만 한 번 더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지성이는 기차를 눌렀습니다. 부산에 무엇을 타고 가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지성이가 여행을 기다리는 것 같아보여서 행복했습니다.
오늘은 지성이와 함께 둘레를 둘러보는 날입니다. 시설을 둘러싸고 있는 기관들을 둘러보고 지성이와 함께 사진으로 골라보며 지성이가 원하는 둘레를 만들고자 합니다. “지성아 오늘 밖에 나갈 거야 좋지?”하니 끄덕입니다. 지성이와 함께 날씨를 보기 위해 바깥을 바라봤습니다. 어제부터 장마철이라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와는 다르게 날씨가 좋아 다행입니다. 어제부터 날씨 때문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AAC로 지성이와 의사소통 할 수 있었습니다. “네, 아니오, 잠시만요” 등의 짧은 문장을 통해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지성이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이야기 해줍니다. 고개를 젓거나 손을 움직인다던가 웃는다던가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줍니다. 그래서 지성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싫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이 감사합니다.
또 지성이와 퍼즐 맞추기와 한글 따라 쓰기를 했습니다. 지성이는 퍼즐 맞추기를 정말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색으로 이루어진 퍼즐을 너무 잘 맞추고 글자를 따라 쓰는 것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지성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직접 보고 같이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간 가는줄 모르게 같이 동영상을 보며 퍼즐을 맞췄습니다. AAC는 지성이에게 의사소통 뿐 만 아니라 친구가 되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AAC 조작법에 대해 조금 더 능숙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성이와의 꾸준한 대화를 통해 상장추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성이가 둘레 분들을 만들고 부산여행을 갈 때 도움이 될 만한 상장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지성이의 생각과 의견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테블릿PC를 보고 있는 지성이에게
“지성아. 선생님한테 달력 좀 보여줄래?”
지성이가 웃으면서, 천천히 캘린더를 누릅니다.
“선생님이 우리 언제 언제 밖에 나가는지 알려줄게”
지성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지성이가 쇼핑을 하러 가는 날과 부산 여행을 가는 날을 가장 좋아합니다. 쇼핑 가는 날을 계속 손가락으로 눌러봅니다.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성이도 저와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성이에게 둘레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성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묻고 의논하고 부탁해야합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원하는 것을 이루어 주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룰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지성이의 눈으로 이룰 수 있게 돕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아닌 지성이의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성이에게 부산 여행을 가기 전 둘레 사람들을 만나 부산여행에 대한 조언과 필요한 준비물을 추천받는 이유에 대해 설명이 필요합니다.
“지성아 우리가 부산여행을 가기로 했잖아. 그런데 부산에 뭐가 있고, 무슨 음식이 맛있는지 아직 모르지?”
고개를 끄덕입니다.
“우리가 밖에 나가서 마을 분들에게 저희에게 좋은 정보가 있으면 알려 달라고 여쭤보러 갈거야.”
“지성이가 나중에 궁금한 점이 있거나 부탁할 일이 생길 때, 다시 찾아간다면 잘 알려주고, 함께해 주실 거야.”
“지성이게 친구가 여러 명 생기는 거야.”
의사표현이 확실한 지성이가 웃어 줍니다. 고마웠습니다.
지성이에게 잘 설명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어렵습니다.
아침부터 밖에 나가는 것을 기다리며 하루 종일 웃음 짓던 지성이의 미소가 떠오릅니다.
“지성아. 오늘 비 오면 못 나갈 수도 있는데 어떡하지?”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던 지성이의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아니야 지성아. 오늘 비 절대로 안올거야. 우리 나갈 수 있어!”
다시 지성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소중한 자신의 동물 그림책을 보여줄 수 있는지 물어봤을 때, 고개를 젓던 지성이가 오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마음의 문을 열어준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지성이의 그림책을 사진으로도 남길 수 있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지성이가 직접 나가 마을을 둘러보며 도움을 줄 사람들을 찾아봅니다. 지성이와 약국, 빵집, 마트 등을 둘러보면서 리스트 작성과 AAC를 만들기 위한 사진을 찍습니다. 지성이 스스로 원하는 둘레 사람들을 만들기 위한 노력입니다.
밖을 나가기 위해 양말을 신었습니다. 1층에 내려가 윤순이 부원장님께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우리 지성이 친구 만들러 나가는구나. 지성아 우리 지성이의 강점이 뭐지?”
지성이가 미소를 짓습니다.
“그렇지 예쁜 미소지. 나가서 예쁜 미소로 인사하고와”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신발을 신습니다. 지성이가 직접 자신의 신발을 손으로 가리킵니다. 나가자마자 바람이 솔솔 불었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 것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문 앞을 나서자마자 지성이이게 묻습니다.
“지성아 우리 어느 쪽으로 갈까?”
기다려 주었습니다. 가장먼저 지성이가 선택한 곳은 양지의집 직업체험 카페 ‘일꿈터카페’와 사회복지법인 씨.피재활원 도자기 공방입니다. 평소에 지성이를 알고 깨시는 도자기 강사님과 직원 분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지성이가 선생님들께 인사를 하기위해 평소에 연습했던 AAC를 보여드립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기다려줍니다. 환한 미소로 버튼을 누르자 음성이 나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지성입니다.”
도자기 강사님께서 놀라 인사하십니다.
“안녕하세요 최지성이군요. 선생님 알죠?”
지성이가 미소를 짓습니다.
부산에 가본 적이 있는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묻습니다. 지성이의 모습에 모든 분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내일 방문할 곳을 선택하기위해 이곳을 시작으로 마을 한 바퀴를 돌아봤습니다.
“지성아 여기 빵집이야. 여기 내일 들리고 싶어?”
고개를 저었습니다.
“지성아 약국이다. 약국을 내일 들리고 싶어?”
고개를 끄덕입니다.
내일 나가볼 곳을 한 번 더 묻기 위해 11곳의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지성이에게 묻고, 지성이가 원하는 곳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처음 양지의집을 나서자마자, 장애물들이 나타났습니다. 건물의 입구, 보도블럭 등 의 매개시설 등이 지성이의 이동권을 침해하고 있었습니다. 평평한 보도블럭을 찾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울퉁불퉁한 곳을 지날 때마다 미소를 짓던 지성이의 얼굴이 어두워집니다.
“지성아 미안해. 너무 울퉁불퉁하다. 그치?”
지성이에게 미안했습니다. 오늘 아침 지성이를 만나기 위해 오는 길에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주 내내 외출하려고 계획을 해놨었는데 지성이의 접근권과 이동권은 보장되지 않는 다는 생각에 안타까웠습니다.
지성이와 양지의집에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장애물을 만나고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지성이 뿐 만 아니라 장애인 분들의 이동권과 접근법을 보장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지성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빛내줄 수 있는 둘레사람이고 싶습니다.
지성이와 오늘 찍은 사진들을 가지고 다시 만났습니다. 사진이 담겨있는 종이를 한 장씩 넘기는 지성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모습이었습니다.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넘겨 봅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 지성아 아까 거기 갔던 곳이다. 그치? 우리 과자보고 간식으로 사면 좋겠다고 했던 곳이네.”
지성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보입니다.
느려서 기다리는 것이 아닌, 신중하게 고민하는 지성이를 기다렸습니다.
지성이의 모습에 감탄하는 우리의 모습에 지성이가 선택할까, 말까 장난을 칩니다. 그 모습까지 소중하고, 감사했습니다. 떡집, 일꿈터 카페, 도자기 공방을 지성이가 직접 골랐습니다. 뭔가 아쉬워 보였습니다.
“지성아 아쉬워?”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 우리 한 곳 더 정할까?“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시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살펴봅니다. 김밥천국과 요거프레소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듯합니다. 김밥천국 종이를 건네줍니다. 지성이가 직접 가보고, 선택한 4곳을 내일부터 천천히 가보려고 합니다.
내일 다른 기관에서 양지의집을 방문하신다고 합니다. 윤순이 부원장님께서 지성이가 손님들께 AAC사용 하여 직접 소개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소개를 하기 위해 지성이와 한번 연습을 해보려합니다. 지성이에게 묻고 의논합니다.
“지성아. 우리 내일 손님들께 지성이 자기소개 해볼래?”
지성이가 고민합니다. 오늘 너무 일들을 했기 때문에 지치진 않았을까 걱정됐습니다.
지성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지성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성이가 직접 만든 문장들입니다.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지성이에게 고마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지성이의 멋있는 모습을 너무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멋졌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해준 지성이에게 감사합니다.
항상 도움을 주시고, 조언해주시는 엄태욱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서로 함께할 수 있음에 더 소중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