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10월 세계인들은 경주를 주목했다.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 인쇄물로 추정되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하 『무구정광경』)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는 신라 경덕왕대인 750년께 석가탑 조성과 함께 봉안된 것으로 그 동안 가장 오래된 인쇄물로 알려져 왔던 일본 호류사 『백만탑다라니』(770)보다 20여 년 앞선 것이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인쇄 문화를 가진 나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약을 비롯해 인쇄물, 나침반, 종이 등 세계 4대 발명품을 만든 것을 긍지로 여기던 중국학계로서는 이 같은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곤란했다. 이에 중국학계는 1980년대 이후부터 중국국가문물국 및 중국인쇄박물관 등이 중심이 돼 “경주에서 발견된 『무구정광경』은 중국에서 인쇄된 것, 또는 이보다 더 이른 시기의 인쇄물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과학원의 반길성(潘吉星) 교수는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경』에 무주제자(武周制子)가 사용된 것이 보인다”며 “따라서 『무구정광경』은 신라의 인쇄물이라 볼 수 없으며 당나라 때 중국에서 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무구정광경』에 수록된 글자 중 8자가 측천무후 때만 한정적으로 사용되던 무주제자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신라의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무구정광경』은 701년 중국에서 한역(漢譯)돼 702년 낙양에서 인쇄된 것으로 이것이 702∼704년 신라에 전래돼 706년 경주 구황리 석탑에 봉안된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여기에 중국과학원 손기(孫機) 교수는 “한국의 고문헌에는 8세기에 인쇄활동이 있었다는 기록이 없으며, 한국 최초의 인쇄물은 1007년 총지사에서 간행된 『보협인다라니경』으로 볼 수 있다”며 “만약 신라가 751년 이전에 이미 『무구정광경』과 같은 수준의 인쇄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후의 300여 년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인쇄물이 없다는 것도 해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무구정광경』은 중국에서 간행돼 이를 신라가 수입한 것”이라는 중국학자들의 거듭된 공격을 받은 한국 서지학계는 중국학자들의 주장에 대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새로운 반박을 시도했다.
청주대 김성수 교수는「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간행에 관한 연구」(1997)에서 “다라니경의 서체가 신라 전통 금석문의 특징을 계승, 발전시켜 완성된 서체라는 점에서 『무구정광경』은 경주에서 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중국학자들의 거듭된 주장과 반박은 1999년 연세대 국학연구원이 주최한 ‘세계 인쇄문화의 기원’에 관한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그 절정을 맞았다.
중국학계의 대표로 참석한 반길성 교수는 “『무구정광경』의 글자 중 8자가 측천무후 시대 한정적으로 사용되던 무주제자이며 인쇄된 종이 역시 중국산 닥종이”라며 “이는 『무구정광경』이 측천무후 재위시(690∼705) 중국 낙양에서 간행돼 이것이 한국으로 전래된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한국학자들의 기다리기라도 한 듯 맹렬한 역공을 시작했다. 먼저 청주대 김성수 교수는 “△무주제자는 중국에서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통일신라와 고려시대 때에도 나타나며 △당나라 황제인 측천무후의 성은 조(照)씨로 피휘(避諱-황제의 이름이나 성을 피해 한자를 사용하는 것)로 인해 ‘조(照)’는 사용될 수 없음에도 『무구정광경』에는 ‘照’가 사용됐다”며 “이는 『무구정광경』이 중국에서 간행된 것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용인대 박지선 교수는 “『무구정광경』의 종이 재질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 종이는 당시 신라에서 사용하던 종이 가공법인 도침법(搗砧法)으로 제작된 신라 ‘닥종이’라는 점에서 『무구정광경』이 중국에서 제작됐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학자들의 연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 대진대 유복현 교수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문자이동 연구」(2002), 청주대 김성수 교수는 「무구정광경의 간행에 관한 중국측 반론에 대한 비판」(2003) 등의 논문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무구정광경』이 한국에서 간행된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임을 입증했다.
현재 국내외 학계에서는 ‘세계 최고의 인쇄물은 『무구정광경』이라는 것’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왜곡이 시도되고 있는 시점에서 서둘러 『무구정광경』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켜야 한다는 점에 학자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화약을 비롯해 인쇄물, 나침반, 종이 등 세계 4대 발명품을 만든 것을 긍지로 여기던 중국학계로서는 이 같은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곤란했다. 이에 중국학계는 1980년대 이후부터 중국국가문물국 및 중국인쇄박물관 등이 중심이 돼 “경주에서 발견된 『무구정광경』은 중국에서 인쇄된 것, 또는 이보다 더 이른 시기의 인쇄물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과학원의 반길성(潘吉星) 교수는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경』에 무주제자(武周制子)가 사용된 것이 보인다”며 “따라서 『무구정광경』은 신라의 인쇄물이라 볼 수 없으며 당나라 때 중국에서 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무구정광경』에 수록된 글자 중 8자가 측천무후 때만 한정적으로 사용되던 무주제자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신라의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무구정광경』은 701년 중국에서 한역(漢譯)돼 702년 낙양에서 인쇄된 것으로 이것이 702∼704년 신라에 전래돼 706년 경주 구황리 석탑에 봉안된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여기에 중국과학원 손기(孫機) 교수는 “한국의 고문헌에는 8세기에 인쇄활동이 있었다는 기록이 없으며, 한국 최초의 인쇄물은 1007년 총지사에서 간행된 『보협인다라니경』으로 볼 수 있다”며 “만약 신라가 751년 이전에 이미 『무구정광경』과 같은 수준의 인쇄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후의 300여 년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인쇄물이 없다는 것도 해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무구정광경』은 중국에서 간행돼 이를 신라가 수입한 것”이라는 중국학자들의 거듭된 공격을 받은 한국 서지학계는 중국학자들의 주장에 대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새로운 반박을 시도했다.
청주대 김성수 교수는「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간행에 관한 연구」(1997)에서 “다라니경의 서체가 신라 전통 금석문의 특징을 계승, 발전시켜 완성된 서체라는 점에서 『무구정광경』은 경주에서 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중국학자들의 거듭된 주장과 반박은 1999년 연세대 국학연구원이 주최한 ‘세계 인쇄문화의 기원’에 관한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그 절정을 맞았다.
중국학계의 대표로 참석한 반길성 교수는 “『무구정광경』의 글자 중 8자가 측천무후 시대 한정적으로 사용되던 무주제자이며 인쇄된 종이 역시 중국산 닥종이”라며 “이는 『무구정광경』이 측천무후 재위시(690∼705) 중국 낙양에서 간행돼 이것이 한국으로 전래된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한국학자들의 기다리기라도 한 듯 맹렬한 역공을 시작했다. 먼저 청주대 김성수 교수는 “△무주제자는 중국에서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통일신라와 고려시대 때에도 나타나며 △당나라 황제인 측천무후의 성은 조(照)씨로 피휘(避諱-황제의 이름이나 성을 피해 한자를 사용하는 것)로 인해 ‘조(照)’는 사용될 수 없음에도 『무구정광경』에는 ‘照’가 사용됐다”며 “이는 『무구정광경』이 중국에서 간행된 것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용인대 박지선 교수는 “『무구정광경』의 종이 재질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 종이는 당시 신라에서 사용하던 종이 가공법인 도침법(搗砧法)으로 제작된 신라 ‘닥종이’라는 점에서 『무구정광경』이 중국에서 제작됐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학자들의 연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 대진대 유복현 교수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문자이동 연구」(2002), 청주대 김성수 교수는 「무구정광경의 간행에 관한 중국측 반론에 대한 비판」(2003) 등의 논문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무구정광경』이 한국에서 간행된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임을 입증했다.
현재 국내외 학계에서는 ‘세계 최고의 인쇄물은 『무구정광경』이라는 것’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왜곡이 시도되고 있는 시점에서 서둘러 『무구정광경』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켜야 한다는 점에 학자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권오영/법보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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