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온 오이에
아기달팽이가 붙어왔기에
새로운 가족으로 맞았습니다.
마당에 있는 강아지 이름이 '낭자'니까
달팽이는 '달자'라고 지었지요.
투명컵에 상추와 앵두를 넣어주고는
달자야..잘자..
내일 또 만나.
그리 인사를 건네는데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듭니다.
'저 어린 달팽이를 자주 들여다보고
이름을 자주 불러줘야겠구나.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몸집이 커질까
날짜를 기록해야겠구나..'
다빈에게 새로운 식구를 들였다고 설레는 기분을 얘기하며
내 방으로 들어섰는데
그제서야 작년의 내가
기억났습니다..
마당에 기둥을 타고 예쁘게
올라간 더덕넝쿨을
달팽이들이 몽땅 뜯어먹길래
농약상에 가서 달팽이 죽이는 약을
사들고 왔던 나.
효과가 미비하자
성난 사자가 되어서는
보이는대로 달팽이를 잡아
압사시켰던 나였습니다.
아마 올해 여름도
더덕넝쿨엔 또다시 달팽이약을 뿌릴겁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달자라고 이름을 준 순간부터
우리 달자는
그 무리와는 동떨어진
별개의 종으로 생각이 듭니다.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주고
잘자라는 인사밖에 한 게 없는데.
단지 그 몇 분 사이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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