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농부의 일도
주부의 일도 마치고
쟁반을 펼쳐 김을 재기 시작했다.
들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리는 단순한 작업에
아름다운 첼로곡을 틀어놓고는
하루를 돌아보며
평화로웠다.
조미김을 사먹어도 될 일이지만
영 맛이 없어
결국은 내가 해먹는 것인데
어쩌면 꼭 맛을 위해서라기 보단
이런 단조로운 일로
댓돌에 신발 놓듯 가지런히 놓이는
내 마음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참으로 신기한 것이
단순작업에 심취하는 동안
머릿속은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저 스스로 방향을 찾는지
들썩이던 것들이 가라앉곤 하였다.
가령 햇빛 환한 데서 바느질을 한다거나
이렇게 늦은 밤
김을 구워내는 일.
혹은 화분을 죄다 끌어내
분갈이에 힘쓰거나..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는
김재진 시인의 마지막 조언이
이제야 내게 제대로 스민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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