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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동화

[회원작품;신현득]연필과 지우개 싹이 텄대요

작성자백운 곽영석|작성시간26.06.21|조회수1 목록 댓글 0

연필과 지우개 싹이 텄대요

                                                                              신현득


이상한 농약이 발명되었습니다.
농약의 겉봉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연필과 지우개를 싹틔울 수 있음. 다른 것을 싹틔우는 데는 전혀 효과 없음. 상공부 특허품임.'
희한한 일도 있다 하고 여러분은 생각할 거예요.
"그것은 마술이다."
하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요.
이 약이 가짜라고 맨 먼저 생각한 사람은 식물 학자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식물 학회는 회장 이름으로 농약을 발명한 싹틔우기 농원을 고발했습니다.
그러자 싹틔우기 농원에서는 식물학자 30명을 불렀습니다.
"잘 보세요. 이것이 싹틔우기 약이에요."
하고 농원 원장은 약병 하나를 갖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헌 지우개 동강이 하나와 동강이 연필 한 개를 보였습니다.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 박사님들이 정해 주시는 땅에 이 지우개와 연필을 심겠어요. 지우개와 연필이 의심나시면 박사님들이 갖고 계시는 것으로 바꾸어도 좋아요."
식물 학자들은 농원에서 2km나 벗어난 식물 학회 회관 앞 꽃밭을 지정했습니다.
"이제 이 농약으로 지우개 연필을 싹틔운다면 약효를 의심하지 않으실 테죠."
원장은 꽃밭 흙을 파고 지우개 동강이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싹틔우기 약을 뿌렸습니다.
"너무 많이 뿌리면 약효가 없을 때가 있죠."
하며 싹틔우기 약을 한 방울 뿌렸습니다.
그리고 그 옆 1km쯤 되는 거리에 또 하나의 구덩이를 파고 동강이 연필을 심었습니다.
"너무 많이 뿌리면 효과가 적죠."
하며 싹틔우기 약을 조금만 뿌렸습니다.
그리고 싹틔우기 농원 원장은
"자, 의심나거든 곁에 지켜 서서 보세요. 일 주일이면 싹이 틀 거예요."
하고 훌쩍 가 버렸습니다. 일 주일이 지났습니다.

"야, 정말 싹이 돋아났다!"
싹이 트지 않으리라던 지우개와 연필에 싹이 텄습니다.
지우개가 오전에, 연필은 오후에 새싹이 돋아 흙을 밀고 나왔습니다.
지우개 싹은 나팔꽃을 닮은 쌍떡잎이었습니다. 연필 싹은 옥수수 싹을 닮은 외떡잎이었습니다.
다시 일 주일이 지났습니다.
지우개 싹에는 덩굴이 뻗기 시작했습니다. 지우개 잎은 역시 나팔꽃잎 같았습니다.
다시 일 주일이 지났습니다. 두 개 식물이 모두 꽃을 피웠습니다. 지우개 꽃은 오이 꽃 같았고 연필 꽃은 옥수수 같았습니다.
'세상에 이상한 식물도 있다.'
하고 생각하실 테지요? 두고 보세요.
다시 일 주일이 지나자 꽃이 지고 지우개가 조롱조롱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연필 나무에도 물론 연필이 열렸지요.
다시 이 주일이 지났습니다. 연필과 지우개가 노랗게 익었습니다.
"정말 지우개일까? 정말 연필일까?"
식물 학자들은 연필을 따 가지고 깎아 보았습니다. 공책에다 일기 하루 치를 써 보았습니다. 틀림없는 연필이었습니다.
틀린 글자를 지워 보았습니다. 틀림없는 지우개였습니다.
"과학이 혀를 내두를 일이다. 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있지?"
이렇게 되고 보니 어린이 신문이 그대로 있을 리 없지요.
'지우개 연필이 싹터서 열매 맺어!'
지우개 덩굴, 연필 나무 이야기가 어린이 신문 머릿기사에 올랐습니다. 이튿날에는 어른 신문도 어린이 신문 기사를 받아 쓰게 되었습니다.
"이거 망했구나!"
기사를 보고 제일 먼저 식물 학회 꽃밭에 달려온 사람은 연필 공장 전무였습니다. 다음에는 지우개 공장 사장이 달려왔어요.
"어떻게 된 겁니까? 누가 이런 씨앗을 내놓은 거예요!"
연필 공장 전무가 식물 학회 회장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지우개 공장 사장이 같이 소리쳤습니다.
"씨앗이 아니라 농약이랍니다. 싹틔우기 농약입니다. 우리도 그걸 믿지 않았었지요. 그런데……."
"박사님들은 무엇을 연구하셨어요? 무생물에서 싹이 트다니요. 이것이 엉터리라는 걸 왜 못 밝힙니까?"
연필 공장, 지우개 공장 사람들은 식물 학자들을 닦아세우고 싹트기 농원으로 들이닥쳤습니다.
"당신들은 누굴 망치려고 이따위 농약을 내놓았소!"
공장 사람들이 몰려오는 걸 보고 싹틔우기 농원 원장은 상공부 특허청으로 달아나 숨었습니다.
이 재미나는 사건은 연일 신문의 지면을 흥미롭게 채워주었습니다.
이 때 한 사람의 동화 작가가 중재에 나섰습니다.
"희한한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동화를 모르셔서 그렇습니다."
"동화를 모르다니?"
이번에는 연필 공장 사장까지 다 나섰습니다.
"여러분, 나무가 말을 하거나 걸어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일이 있나요?"
"있지요. 동화에서."
"잘 아시네요. 바로 그겁니다. 그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진 거죠."
"그렇군요."
이 말에 식물 학자도 농원의 원장도 지우개 연필 공장 사장도
"하하하."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 뒤부터 학교에서는 청소하다가 나온 동강이 연필이나, 지우개 동강이를 버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교실마다 통을 놓고 동강이 연필, 동강이 지우개를 모아 두었다가 식목일에 맞추어 화단에 심는 거죠. 싹틔우기 약 한 방울을 뿌리는 거죠.
연필 나무는 해바라기만큼 자라고, 지우개 덩굴은 박덩굴만큼이나 자랍니다.
교실에서는 유리창 밖으로 줄사다리를 매어 두고 지우개 덩굴이 오르게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연필 꽃이 피고 지우개 열매가 열리는 걸 쳐다보며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연필, 지우개가 없을 때 선생님은
"얘들아, 꽃밭에 가서 연필 세 개, 지우개 다섯 개만 따오너라."
하십니다.
집에서도 다투어 이 신기한 식물을 심어 가꾸게 되었습니다.
지우개 공장, 연필 공장 사장님도 이젠 싸울 생각 않고 차츰, 돈이 더 버리는 다른 공장으로 바꾸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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