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본 정자(亭子) 풍경
곽영석
꿈에 조부님과 아버지를 뵈었다.
아버지의 머슴살이로 마련한 종산(宗山)
조부님이 지금의 고향에 정착하시면서
일가의 뼈를 묻을 안식처를 걱정하시자
5년 뼈 품을 판 돈으로 산 임야.
일제시대 작은 정자를 지어
너른 미평 평야를 조망했다는 장소(小土鼎)이다.
한국전쟁 때 타버린 정자 자리에는
이제 3개의 덩치 큰 납골묘원이 엎드려있다.
꿈에 사라진 정자 밑에서
화전을 부치는 아내와 낫을 갈고 있는
아버님을 뵈었다.
조부님은 정자 기둥에 기대어
장죽(長竹)에 담배를 피워무시다 반기셨다.
‘-어서 오너라, 고생하였다.’
아버지는 화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시다
획, 지게를 메고 돌아서시고
아내는 금방 부친 화전을 내게 내민다.
‘-고생했어. 이제 쉬어!’
문득 아내에게 내가 한 말을 듣고
꿈에서 깜짝 놀랐다.
‘-당신이 나 먼저 여기 와 있으면 아이들은 어떡해?
이어지는 꿈속에서 본 화장터
그리고 화장터 특유의 냄새
나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의 안내를 받으며
소각로 5개를 돌아보았다.
활활 타는 소각로와
또 다른 벽돌로 지은 소각로
그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아내에게 꿈 이야기를 하며
시골로 모신 어머니 가시려 보다 하고 말했다.
며칠 몸을 추슬러 시골 갈 계획을 세우는데
마침 아우가 점심 초대를 했다.
’형, 문중에서 아버지 납골을 요청해서
동생들과 지난 주말에 납골을 했어.
‘-아버지는 납골하지 말라고 유언하셨는데’
그래서 화가 나셨구나.
이 꿈이 영혼의 알림이었다면
아내는 나보다 먼저 세상을 등진다는 사실에
가슴이 그냥 먹먹해 진다.
(026. 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