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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의 여인 / 작사/반야월. 작곡/박시춘. 노래/오기택.
1. 장대같이 쏟아지는 밤비를 헤치고
나의 창문을 두드리며 흐느끼는 여인아
만나지 말자고 맹세한말 잊었는가
그대로 울지말고 돌아 가다오
그대로 돌아 가다오
깨무는 그 입술을 보이지를 말고서
2. 바람불고 비 오는밤 어둠을 헤치고
우산도 없이 걸어가는 나의 젊은 여인아
사랑의 슬픔은 젊은한때 있는사연
눈물을 거두고서 돌아 가려마
그대로 돌아 가려마
비 개인 뒷 날에는 밝은태양 비치고
논픽션 :‘우중 남행’- 비는 오는데, 그들은 떠나다! (노원신문) 2012-04-30
논픽션 :‘우중 남행’- 비는 오는데, 그들은 떠나다! 노원문인협회 문학기행
도시의 밤은 어둠이 오지 않는다. 어느날 하루 마음 편하게 쉬지 못하는 도시인에게 반짝이는 불꽃은 또 하루 연장의 상징이다. 일상보다 더 큰 세상을 상상하며 그렇게 잠들지 못하는, 애써 깨어있어야 하는 시인, 문인들이 비 오는 거리를 배회하듯 모여들었다.
4월 21일 0시 00분. 어둠을 ?아 해를 찾아 남으로 가는 밤길, 사위가 어두워질수록 차 안은 그리운 얼굴들로 환하게 달구어진다. 누구는 봄 기운 쐬러 병원을 탈출하고, 누구는 전시회를 앞두고 눈 씻으러 버스에 올랐다.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 나누고 두순배 돌 쯤 간간히 코고는 소리도 들렸으리라.
예보대로 봄비 깔리는 밤길을 달려 5:30분. 남해바다 앞 여수 돌산에 이르렀다. 오동도 동백 아직 못 다 지고 기다리는데, 해는 이미 떴는지 어쨌는지 알 수가 없지만 바위틈으로 길을 낸 향일암에 올라 조용히 바닷비에 적신다.
난간에 올라앉은 금오(金鼇 돌거북) 등을 타고 오르는 바람이 제법 거세다. 아침 산책에 정신 차리고 내려가는 길엔 온통 갓김치다. 장모님댁도 있고 큰며느리도 있는데 일행이 찾은 곳은 처갓집 갓김치. 갓은 지금이 제일 물이 좋은 때란다. 갓 딴 갓으로 양념한 생갓, 2년쯤 삭힌 숙성갓, 물김치로 담은 물갓, 갓시래기국에 살짝 대쳐 무친 갓무침까지 갓밥상이다.
눈물처럼 뚜욱 뚝 떨어진다는, 이날 아침에도 봄비에 시달릴 동백을 남겨두고 일행은 동으로 발길을 돌려 하동으로 향했다.
각자 깜냥껏 세상을 살아왔겠지만 모난 것 없이 순한 사람들, 세파에 찌들지 않고 격의없는 인생들이라 발길 적시는 봄비마저 보듬고 즐길만 하다. 말 많은 요즘 세상의 ‘신춘詩’ 이야기에서 부부로 40년을 지낸 축시까지 읊조리는데, 와인의 여인이 보랏빛 물방울로 차안을 은은히 유혹한다.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 중 평사낙안(平沙落雁 모래톱에 내려앉는 기러기)을 그대로 옮겨놓은 지리산 아래 섬진강 마을. 퇴적평야에 곡식이 잘 여물겠고, 물길 열렸으니 물산 또한 넘쳐났을 땅임이 한눈에 보인다. 그 땅에서 망해가는 조선의 최참판댁 무남독녀 서희는 격랑의 세월을 맞이했을 것이다. 흙빛이 젖어들고, 풀빛 살아나는 고즈넉한 한옥에서 ‘서사敍事’를 만난다. 박경리 선생이 빚어낸 대하(大河)에서 생명의 힘, 모성의 뿌리를 느낀다.
고창 선운사의 무성한 나무들의 이야기를 언뜻 듣다가 세상 떠돌이 미당(未堂)의 고향 질마재로 들어선다.
아늑하게 감싸는 산등성이에는 울긋불긋 꽃 피어나고, 마을 안배미에는 재배하는 복분자가 한창 잎을 달고 있다. 저 앞 바다에서부터 바람이 불어 마당을 쓴다.
자화상 (서정주 <시건설> (1939))
--전략--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트여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별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덕거리며 나는 왔다.
이 땅에서 이름 석자라도 남기려면 굽이굽이 신화를 풀어내는 준령은 아니라도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하거늘 수락, 불암의 봉우리는 몇 사람을 품어낼지~~~ 그 골 아래 200여 문인이 정한수로 먹을 갈고 붓을 고르며 교유하고 있다.
이번 기행을 기획한 박태주 소설가는 “힘줄을 뽑는 창작의 고통 속에서 살다가 일탈(?), 모처럼 잡은 이번 기행은 참으로 머무는 곳마다 文氣가 넘치고 연신 내리는 빗님은 운우의 정을 노래하느라 바빴지요. 이제 돌아와 보니 절로 글 쓸 소재만 남는군요.”이라고 긴 여운을 남겼다
고창 청보리밭에서 남긴 강순자의 시 한편을 느끼며 여행을 마친다.
두고 온 마음 강순자
넓은 들판을 걸어보고 싶었다.
달려보고 싶었다.
옆에 있는 아무나의 손이라도 붙잡고
푸르른 저 멀리까지
단 몇 분만이라도
걷고 싶었다
달리고 싶었다
자유를 알아버린 새의 날개짓으로
청보리는 아직도 파닥이고 있겠구나
비에 젖어 알알이 떨고 있는데
대롱마저 바람에 쏠려 한꺼번에 몸짓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