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국풍(國風): 용풍(鄘風) 순지분분 (鶉之奔奔: 메추라기 날아다니네)
용풍(鄘風)의 여덟 번째 시 순지분분(鶉之奔奔)은 메추라기나 까치 같은 미물들도 제 짝을 지키며 일정한 질서 속에 사는데, 정작 고귀하다는 통치자는 짐승보다 못한 파렴치한 행실을 일삼는 것을 날카롭게 꾸짖는 풍자시의 절정입니다. 청년들에게 인간의 품격은 신분이 아니라 도덕적 행실에서 완성됨을 일깨워주는 시입니다.
[원문과 독음]
[제1장]
鶉之奔奔 (순지분분): 메추라기는 끼리끼리 짝 지어 달리고
鵲之彊彊 (작지강강): 까치들도 제 짝 찾아 함께 나는데
人之無良 (인지무량): 저 사람은 어찌 그리 어질지 못한가
我以爲兄 (아이위형): 내가 그를 형님이라 불러야 하는가.
[제2장]
鵲之彊彊 (작지강강): 까치들은 깃을 치며 함께 노닐고
鶉之奔奔 (순지분분): 메추라기도 제 짝 따라 분주히 가는데
人之無良 (인지무량): 저 사람은 어찌 그리 어질지 못한가
我以爲君 (아이위군): 내가 그를 임금이라 불러야 하는가.
[순지분분(鶉之奔奔) 각장별 풀이]
[제1장: 새보다 못한 형제]
풀이: 땅 위를 달리는 메추라기와 하늘을 나는 까치를 보십시오. 이 작은 새들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제 짝을 찾고 도리를 지킵니다. 그런데 사람으로서, 그것도 높은 자리에 있는 이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부도덕한 짓(당시 위나라 선공의 아들이 아버지의 첩과 통했던 사건 등을 암시)을 저지릅니다. 화자는 탄식합니다. "저런 짐승만도 못한 자를 내가 어떻게 형이라 부르며 존경할 수 있겠는가."
[제2장: 지도자의 자격을 묻다]
풀이: 1장과 대구를 이루며 비판의 강도를 높입니다. 새들의 질서 정연한 모습은 지배층의 무질서한 사생활과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인간의 도리인 '양심(良)'을 저버린 자가 어떻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느냐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임금이라 부르기조차 수치스럽다"는 말속에는 무너진 국가 기강에 대한 백성들의 분노가 서려 있습니다.
[원문 풀이]
메추라기는 짝지어 날아다니고, 까치도 짝을 찾아 펄펄 나는데. 사람으로서 어질지 못한 저이를, 나는 형이라 불러야 하는가.
까치는 제 짝과 사이좋게 나는데, 메추라기도 짝지어 날아다니는데. 사람으로서 어질지 못한 저이를, 나는 임금이라 불러야 하는가.
[오늘의 생각 거리]
미물과의 대비: 메추라기와 까치는 평범한 새들이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제 짝을 지킵니다. 이를 통해 인륜을 저버린 위정자의 추잡함을 더욱 극명하게 대비시킵니다.
무량(無良): 맹자가 말한 양심(良心)을 저버린 상태를 뜻합니다. 지위가 높을수록 더 큰 도덕적 책임(노블레스 오블리주)이 따름을 준엄하게 꾸짖고 있습니다.
[짧은 시]
1. 짐승의 도리
날갯짓 소리 가지마다 일정한데
사람의 길은 갈지자로 휘어졌다.
형이라 부르기에 임금이라 모시기에 내 마음이 먼저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