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
양재동 화훼공판장 72시간
● 방송 : 2009년 3월 7일 (토) 밤 8시, KBS 1TV
● EP : 김재연
● PD : 정재학
● 글, 구성 : 박미연
높은 빌딩이 즐비한 삭막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향기로운 봄날을 꿈꾸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봄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양재동 꽃시장.
꽃은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운 꽃을 다루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밤잠도 잊은 채 하루 종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양재동 꽃시장에는 매 순간 치열한 삶의 열기가 계속되고 있다.
꽃에 웃고 꽃에 울었던 양재동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
꽃에 담긴 우리네 인생살이의 희로애락을 만나본다.
■ 도심 속 작은 정원 양재동 꽃시장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봄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 1991년 처음 문을 연 양재동 꽃시장은 경매에서부터 도매, 소매까지 꽃이 유통되는 전 과정을 다 살펴볼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꽃 도매시장이다. 9500여 농가와 140여 단체가 출하하는 이곳에서는 24시간 꽃과 함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로 언제나 분주하다.
“아유 불경기인데 이렇게 좀 경기가 돌아가야 꽃도 하나라도 더 사다가
밥상에다가 놓고 그러는데 이 불경기에 누가 그러겄어?
못하지. 그러니까 우리도 타격이 큰 거지.” - 김정명(60) <하역업19년> -
졸업과 입학이 몰려있는 2월, 밸런타인데이라는 특수에도 불구하고 경제 불황의 여파로 꽃을 찾는 사람의 수가 점차 줄고 있어 시장 상인들의 근심도 그만큼 늘어가고 있다. 양재 꽃시장을 채우는 사람들의 마음 속 봄날은 언제쯤 찾아올까.
■ 양재동 꽃시장에서 만나는 세 개의 공간
● 불철주야, 잠들지 않는 양재동 생화도매시장
오전 0시부터 시작해서 보통 3시-4시가 돼서야 끝이 나는 절화경매. 하지만 중도매인들의 진짜 하루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쏟아지는 졸음을 커피 서너 잔으로 이겨내며 그들이 향한 곳은 꽃시장 내에 자리한 생화도매시장. 아름다운 꽃을 다루는 일이지만 그들의 하루는 결코 만만치 않다. 밤낮이 뒤바뀐 새벽일, 4-5시간 자고 나오는 게 전부인 고된 생활 속에서 가족도 친구도 제2순위가 된지 이미 오래전 일. 그들에게는 꽃이 삶의 전부요, 제일 가까운 벗이다.
꽃 장사 초년생의 꽃시장 적응기
지금은 무조건 마이너스예요
마이너스 나는지 알면서 하는 거예요.
선택은 이미 한 거니까 열심히 해야죠.
- 김영식(29) 중도매인 -
이곳 양재동 꽃시장에서 일을 시작한지 이제 2주째인 29살의 김영식씨. 장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모든 게 순탄치 않는 그의 꽃길 인생이 이제 막 출발지점을 지났다.
그의 청춘일기도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꽃을 다루며 산다는 것
마음은 좀 아프죠. 그래도 내 자식인데
자식 졸업식장에도 못 가보는
그런 부모가 돼서...
그럴 때는 이런 직업 자체가
조금 후회스럽긴 해요.
- 김승록(48) 중도매인
항상 누군가를 위해 꽃을 다루는 일이 직업인 승록 씨. 정작 자신에게 꽃이 필요한 순간을 즐길 여유는
포기한 채 살아왔다. 오늘은 막내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
가게일이 바빠 함께 가서 축하해 주지 못했다. 전날 밤 손수 만든 예쁜 꽃다발을 졸업식에 보냈다는
그의 말에서 아들에 대한 그의 깊은 사랑이 묻어난다.
● 손끝에서 더해지는 꽃의 아름다움!
- 꽃을 사랑하는 지하화원 점포 사람들
시중보다 더 싼 가격으로 예쁜 꽃을 살 수 있는 지하 화원에는 94개의 점포가 입점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화환, 꽃다발, 꽃바구니 등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입학과 졸업, 밸런타인데이라는 특수를 맞은 요즘, 밤늦은 시간까지 고된 작업이 연속이지만 꽃이 좋아 시작한 일, 피곤해도 일하는 게 행복하다는 상인들! 그들에게 꽃을 다루는 일은 여느 직업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꽃과 함께한 20년 꽃길 인생
거의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야근 밤샘 하는데요.
늘 그래도 좋아 힘든데 힘들어도
그 다음날 되면 다시 꽃 만지고 싶어요.
-지하화원상인 김영미(46)-
평소에 꽃을 많이 좋아했던 김영미씨(46)는 80년대부터 취미로 해오던 꽃꽂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꽃 장사에 뛰어들게 됐다. 꽃을 다루며 산지 올해로 20년째. 하루 종일 서서 꽃을 다루는 일이라 몸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그녀의 얼굴에는 꽃을 닮은 환한 미소가 늘 함께 한다.
해바라기를 닮은 마음으로
과거에 전 장미 같았어요. 튀어 보이고
이뻐 보이면서 약간의 가시가 있고...
지금은 해바라기나 이런 꽃이 더 좋아요
한길만 보고 열심히 살아가는 그런거요.
-지하 화원상인 최요섭(37)-
멋진 선글라스에 남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지하점포 상인 최요섭씨. 전직 일식요리사에 외국에서 가이드 생활까지 여러 번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쳐 이곳 양재동 시장에 들어오게 됐다. 한 곳만 보는 해바라기처럼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며 살고 싶다는 그에게 꽃을 다루는 일은 어떤 의미일까?
●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분화온실 사람들
생화도매시장 맞은편에 있는 분화온실에는 난, 야생화, 관엽류 등의 식물을 만나볼 수 있는 대형 하우스에 총 120개 분화점포가 들어서 있다. 예쁘게 꽃을 피운 아기자기한 야생화와 선인장, 사람보다 키가 큰 식물들이 쭉 늘어선 온실 안에는 봄나들이 나온 가족단위 손님들로 분주하다. 금방 지는 생화와 달리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식물들로 생기 넘치는 분화온실! 정성스런 손길로 식물을 가꾸는 상인들에게서는 장인정신의 기운마저 느껴진다.
난을 가꾸는 즐거움
“손으로 만지고 분갈이 하고, 새싹 나올 적에
희열감. 봄에 꽃 몽우리가 돼서
터뜨릴 적에 그 기쁨은..
또다시 자기가 늙어 가는 줄도 모르고
봄이 언제 올까 꽃을 자르면서 다음 봄이
언제 올까. 또 다른 새로운 봄을 기다리지요.”
-이규한 난 전문매장 상인-
다른 분화점포와는 달리 철창으로 경비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 난초전문 점포 안. 천만 원이 넘는 고가의 난 때문에 보안은 필수다. 그런 이곳에 고가의 난보다 더 빛나는 마음으로 난을 사랑하는 이규한씨가 있다. 난을 가꾸며 살아 온지 올해로 20년. 난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무엇보다도 행복하다는 그의 난 예찬론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 꽃을 찾는 사람들 -꽃에 담긴 우리네 인생이야기
꽃은 사랑이다
인생의 특별한 순간 마다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 하는 꽃. 오늘도 일생일대의 날을 앞두고 꽃을 사러 온 한 남자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여자 친구에게 정식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장미꽃을 사러 왔다는 최성훈 씨.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한 남자의 프러포즈는 성공할 수 있을까?
꽃은 그리움이다
꽃을 보며 누군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마음속에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길을 지나다 우연히 꽃시장을 들어오게 됐다는 최호영 씨. 꽃을 보고 있으니 타지에서 홀로 외롭게 고생하고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며 이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살면서 한 번도 어머니께 꽃을 드린 적이 없다는 그는, 그렇게 한참을 꽃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꽃은 위로다
어떤 이가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길, 그 길이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남은 자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은 한 송이 국화꽃뿐이다. 지인의 죽음을 전해 듣고 직접 영정사진 앞에 놓을 꽃을 사러 오셨다는 한 할아버지는 얼마 전 대장암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아 몸이 많이 안 좋은 상태다. 소중한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에 마음을 담은 꽃이라도 직접 전하고 싶었다는 할아버지. 꽃은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뿐만이 아니라 남아있는 이들에게도 쓸쓸한 위로가 된다.
■ 마음속 봄날을 꿈꾸는 사람들의 공간, 양재동 꽃시장
받는 이보다 주는 이가 더 행복해지는, 행복 바이러스가 가득한 곳 !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도 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양재동 꽃시장 사람들! 경제 불황으로 꽃을 찾는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늘 긍정적이고 밝은 미래를 꿈꾸는 꽃시장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따뜻한 봄날이 성큼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2009년도 봄은 제 바람이라면 모든 국민들이 밝아지고
행복해지고 웃는 얼굴. 그런 게 제 바램이에요.
온 국민이 꽃처럼 활짝 피었으면 좋겠어요.”
-김희순(55) 중도매인 -
구입문의 www.kbsmall.net 02-782-4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