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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향수(鄕愁 : 정지용)

작성자금강산|작성시간26.06.19|조회수16 목록 댓글 0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해설피 : 느리고 어설프게.
* 함초롬 : 가지런하고 고운 모양.
* 성근 : 드문드문한.

 

☆☆☆

1988년 월북 작가들에 대한 대규모의 해금 조치가 단행된 이후

비로소 밝은 세상에 얼굴을 내민 정지용의 대표작이다.

 

▣ 정지용(鄭芝溶) 작가 연보
1903년 충청북도 옥천 출생
1918년 휘문 고보 재학 중 박팔양 등과 함께 동인지 {요람} 발간
1929년 교토 도시샤(同志社) 대학 영문과 졸업
1930년 문학 동인지 {시문학} 동인
1933년 {가톨릭 청년} 편집 고문, 문학 친목 단체 {구인회} 결성
1939년 {문장}지 추천 위원으로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 김종한, 이한직, 박남수 추천
1945년 이화 여자 대학교 교수
1946년 조선 문학가 동맹 중앙 집행 위원
1950년 납북

시집 : {정지용 시집}(1935), {백록담}(1941), {지용 시선}(1946), {정지용 전집}(1988)

 

 

▼ 노래듣기(클릭)

https://www.youtube.com/watch?v=eWIxclVd1_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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