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선비가 산사(山寺)에 모였는데,
우연히 아내자랑을 늘어놓게 되었다.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한 노승이
한참만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러 높으신 선비님들은
말씀들을 거두시고 내 말을 들어보시오.
소승은 옛날에는
한다 하는 한량이었소.
처가 죽은 후 재취하였더니 어떻게 고운지
차마 잠시도 떨어지지 못하고 다정하게 지내게 되었지요.
☆☆☆
그런데 마침 외놈들이 쳐들어와 재물을 노략질하는 데
소승이 사랑하는 아내에 빠져 싸우지 못하고
아내와 도망쳤다가
끝내 외놈에게 붙잡혔소.
외놈 장수가
아내의 아름다움을 보자
소승을 장막 밑에 붙잡아 묶어놓고 아내를 이끌고
장막 안으로 들어가 자는 데
깃대와 북이 자주 접하여
운우(雲雨)가 여러 번 무르익고
아내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아내가 외놈 장수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겠소.
"남편이 곁에 있어 편안치 않으니
죽여 없애는 것이 어떻소?"
"네 말이 옳다.
좋다. 좋아."
☆☆☆
그 순간 소승이 그 음란함에 분통이 터져
있는 힘을 다해서 팔을 펴 묶은 오라를 끊고
장막 안으로 뛰어들어
청룡도를 찾아 남녀를 베어버리고
몸을 피해 도망한 후 머리를 깎고는
지금까지 구차하게 생명을 보존하고 있소이다.
그러니 선비님들
아내자랑을 어찌 믿을 수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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