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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가시버시 / 심창섭
전생의 인연으로
촌수寸數도 없이 함께하는
당신과 나의 오늘이
결코 이런 모습은 아니겠지요
아직은 손을 놓지 말아요
[최우수]
안부 / 성수진
종일 뜬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 긴 겨울이 다 어떻게 갔나요···
불안한 이 봄, 지낼만 한가요? 똑!똑!
빗방울이 한번씩 문안하는 소리
세상이 다 흔들리는 줄 모르고
[우수] 2편
발표시간 / 이란희
저요 저요!
햇빛 향해 너도나도
초록 손 번쩍 드는 아침
고성사람들 / 박하
파도 올 때마다 몸을 낮춘다
서로 기대 떨어지지 않는다
여기가
우리 자리라며
떠나지 않는다
[장려] 5편
마음주름 / 고미순
말이
눌러앉는다
거울 앞에서
나를 다린다
펴지지 않은 채 구겨져 간다
바다조폐공사 / 이성학
밤낮으로 찍어낸
은빛 엽전 꾸러미
그늘 한 점 섞이지 않은
가장 정직한 통화가 익어 간다
흥미진진 / 임재걸
인생이란
신이 쓰는 드라마
복선이 깔려있는 줄
몰랐다
섬 / 신경자
근심 생길 때마다 다녀간
어머니 손길
긴 한숨 끝 혼잣말도
눌러 담가 익혔지
그리움이 닮았다 / 공태연
백악기로 돌아가고 싶은
공룡의 긴 모가지
부추김치 맛있게 익었데이
하늘길 떠난 어매 목소리 듣고파
나도 긴 목을 뺀다
<심사평>
디카시가 멀티언어예술로 자리 잡으며 나날이 성장해 가고 있다.공모전도 늘어나고,도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디카시집을 출간하는 시인들도 늘어나고 있다.이번‘2026제9회 경남고성 국제한글디카시공모전’에도1,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응모했다고 한다.그만큼 디카시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가 즐기는 일상시,혹은 생활시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일 게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40편의 작품들도 사진+문자(5행 이내))=50:50이라는 비율을 염두에 두고 작품성과 독창성,조화성을 두루 갖춘,더 좋은 작품을 쓰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역력했다.하여 심사하는 데 배로 힘들었다.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디카시 만의 순간 포착이 창의적으로 잘 나타나 있는가,영상과 문자가 조화롭게 한 편의 작품으로 잘 녹아 있는가,얼마나 참신하고 얼마나 독창적인가를 심혈을 기울여 심사숙고한 끝에「가시버시」를 대상 작품으로 선정했다. ‘가시버시’는 부부를 이르는 순 우리 말이다,사진을 보면 녹슨 가시철사에 콘크리트 덩이가 매달려 있다.가시철사와 콘크리트는 집을 짓는 데 필수 재료다.그리고 집은 가족들이 사는 곳이고,그 중심엔 부부가 있다.녹슨 가시철사와 콘크리트 덩이를 연결해 부부로 표현한 것도 놀랍지만,그 이미지를 내세워 부부의 바람 잘 날 없었던 지난한 세월과 아픔의 더께를 상징한 것도 참으로 독특하고 영리하고 신선했다.그러면서“아직은 손을 놓지 말아요”라는 말로 애틋하면서도 끈질긴 부부애를 강조하고, ‘가시’라는 동음이의어를 시 제목과 사진에 병치해 그 안에 든 이중의 의미를 맛보게 하는,언어 감각적 재치와 케미가 무척 참신하고 인상 깊었다.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한「안부」는 겨울나무에서 봄나무에로 가려는 간절함과 그리움을 물 위에 비친 나무 그림자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파문으로 크로즈업한,그 서정미가 아련하고 다정한 한 편의 편지 같아,자꾸만 애잔하고 아름다운 그 이미지에 눈길이 갔다.우수작인「발표 시간」은 마치 사진이 살아 있는 듯 생생하고,구도도 참 좋아,보고 있으면 매우 기분이 좋아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그리고 시 속의‘아침’이라는 시어 때문에 아,나도 이런 발랄한 아침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동감 넘치고 볼륨 있는 귀여운 시이다.「고성 사람들」은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도 그 자리에 꽉 붙어 있는 따개비의 특성을 내세워 고성 주민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표현해냈다.사진에 비해 시가 약간 밋밋한 감은 있으나 전체적으로 조화를 잘 이룬 편이다.
그 외 장려상으로 선정된 다섯 작품-「바다조폐공사」,「섬」,「마음 주름」,「흥미진진」,「그리움이 닮았다」-도 디카시가 지닌 좋은 요소들을 살리려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들이 곳곳에 잠재해 있어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맘껏 맛보게 해준다.디카시가 좋은 점은 사진을 찍을 줄 안다면,누구나 참여하고,누구나 쓸 수 있고,누구나 읽고,즐길 수 있는,활짝 열린 문학 장르라는 점이다.수상한 모든 분과 응모해주신 모든 분께 축하와 깊은 감사를 드린다. (김상미, 김유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