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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작품 소개

[스크랩] 화가 김성호

작성자호산|작성시간12.09.05|조회수802 목록 댓글 0

갈대  -2004 

 

 

갈대  -2005

 

 

 광야  -2003

 

 

 남도기행(까마귀)

 

 

남촌  -2005

 

 

따뜻한 겨울  -2004

 

 

망초  -2004 

 

 

 메아리  -2004

 

 

 바람 부는 날  -2005

 

 

사당이 보이는 풍경  -2005

 

 

산수유  -2004

 

 

신록예찬  -2005

 

 

 산촌  -2005

 

 

▶ 김성호 | 1954년 대구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교육대학원 졸업하고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개인전 11회를 열었으며, ‘풍경의 풍경-4인의 풍경해석(부산시립미술관, 2001)’, 'The Dog(사비나미술관, 2002)‘, ’다섯 사람 여행도-인도기행전(갤러리피쉬, 2003)‘, ’대구청년비엔날레(대구문화예술회관, 2004)‘, ’그리스화필기행전(사비나미술관, 2004)‘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넓은 마음과 낮은 풍경 / 김성호 평


-------------김준기(예술학)


화가가 만들어내는 그림이 자신의 삶의 체험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김성호의 경우처럼 완벽하게 자연을 대상화시키지 않고 자신의 내부로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주체의 마음을 화면 속에 담아내는 풍경그림이라는 것은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그림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십수년간 양평군 지제면 월산리에 자리 잡고 살면서 주변의 자연 풍경을 그려왔다. 김성호는 가로로 긴 프레임의 파노라마에 전통적인 필법을 어기는 새로운 필법으로 낮고 너른 풍경을 그림으로써 독특한 회화세계를 열어나가고 있다.


1.

김성호는 가로로 긴 프레임을 쓴다. 대부분 1:3의 비례를 넘나드는 그의 가로 프레임은 서구식 캔버스의 전형적인 틀 속에 고정된 시야를 벗어나 두루마리 그림과 같은 너른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장치이다. 피보나치 수열에 따른 1:1.618의 황금비율은 김성호의 프레임 속에서 보다 복잡한 층위의 변주를 만들어 낸다. 그가 바라보는 풍경은 위로 세워서 근경과 중경과 원경을 겹쳐 놓는 삼원법의 이상적인 대관산수 구도와는 다르게 눈길이 닿는 평범한 풍경에 한없는 애정을 풀어내는 옆으로 퍼지는 풍경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의 프레임은 높이 서거나 전형적인 황금비율의 틀 속에 고정되는 법이 없다.

이러한 프레임 설정은 김성호의 풍경 속에 등장하는 들과 산과 하늘의 삼분 구도를 철저하게 어긋나게 하는 독특한 면분할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의 화면에서 하늘은 들판과 야산을 보조하는 요소들로 이따금씩 등장하는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점을 1/3이나 1/2 또는 2/3 정도에 걸쳐놓음으로써 전체적으로 안정된 구도를 잡으려는 일반적인 경향들에 대해 일관되게 무심하다. 그것은 하늘에 대한 무관심이라기보다는 땅에 대한 관심이라고 말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그는 화가의 눈앞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장쾌한 풍광들을 견고하게 화폭에 담아내는 상식적인 풍경화가의 틀을 따르기보다는 땅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변모를 자상하게 어루만지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그의 풍경은 낮은 풍경의 일상적이고 친근한 모습을 담되 그 속에서 이상향을 찾으려는 관념적인 경향도 가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실경을 재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가 마음속에 그리는 풍경을 만들어내는 데에까지 다다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마음에 없는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관념산수와 김성호가 마음으로 만들어내는 풍경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김성호는 스케치와 사진을 통해 삶의 터전을 세세하게 담아내는 자료수집 단계를 거쳐서 풍경그림을 만든다. 화가로서 자신이 체험하는 현실 속에서 조형적 요소들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관념산수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2.

법을 따르기 보다는 법을 새로 만든다는 점도 새겨볼 일이다. 김성호가 동양화과를 나온 화가이며, 석채와 자연에서 채집한 광물질 등의 안료로 모필을 써서 비단위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그는 동양화 또는 한국화의 각종 법들을 깊이 새기고 있을 법하다. 그가 전통회화 방법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그의 풍경이 서구 인상주의 화풍을 거침없이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빛을 끌어들이며 풍경의 순간적인 느낌을 찾는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거니와 구도의 완벽함이나 풍경의 오묘함을 찾기보다는 자신이 체험한 자연의 느낌을 살리는 데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풍경들의 상황과 느낌을 찾으려는 그의 예민한 촉수는 법을 어기는 법을 통해서 가시화된다.

김성호가 전통회화의 법을 탈피한 결정적인 단서는 필선으로 윤곽을 그리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대상의 윤곽을 선으로 그려내는 구륵법(鉤勒法)을 완전히 벗어나있다. 그렇다고 음영이나 농담으로 그려내는 몰골법(沒骨法)에 가깝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성호의 붓질의 가장 큰 특징은 구륵법의 선묘를 완전히 탈피했을 뿐만 아니라 몰골법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냈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통회화의 붓질의 법을 어기는 데 있다. 윤곽선을 쓰지 않는 몰골법과 채색화의 전통을 이어서 새로운 화풍을 만들어낸 북한의 조선화의 경우, 전통의 계승과 전환의 관점을 공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김성호의 경우에는 이러한 옛것과 새것의 경계 자체를 넘어서는 전혀 다른 필법을 쓰고 있다. 따라서 그의 붓질을 두고 전통과 탈전통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다.

윤곽선에 의존하는 채색화는 강렬한 원색을 전달하는 데는 제격이지만 형태 안에 존재하는 물체의 다양한 색들과 그 색의 변화무쌍한 울림과 떨림을 담아내는 데는 매우 인색한 색면 그 자체일 따름이었다. 그는 선에 갇히는 채색화가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채색화를 지향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왔다. 전통 채색화의 법을 벗어남으로써 개방성을 가진 열린 그림으로 나아간 것이다. 색을 올릴 때 그는 먹을 쌓아 올리는 적묵법을 차용해 강한 부분은 두껍게 주고 약한 부분은 얇게 주는 방식을 쓴다. 밀도를 높이는 부분에서는 덕지덕지 안료를 겹쳐 발라서 묵직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또한 그의 그림에서는 한 화면 속에 거친 그림과 고운 그림이 공존한다. 그가 만들어 쓰는 장지에 비단 배접 화폭 위에서는 캔버스에 유화를 그릴 때처럼 고쳐 그리기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풍경화는 주체의 섬세한 자기 체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해낸 결과물이다. 가능한 한 풍광의 형상을 설명적으로 나열하여 드러내기보다는 감성적으로 작가주체가 습득한 강한 느낌을 드러내주는 그림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설명적인 요소를 가능하면 배제하고 남은 부분들로 강한 효과를 주는 그림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부분에 밀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감성 주체의 의지에 따라 완급조절을 하는 것을 말한다. 비단결에 곱게 지나간 색이 있는가 하면, 까치꼬리털로 만든 거친 붓의 두터운 자국을 남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 산수화에서처럼 여백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대신에 물감의 농도나 붓질의 밀도를 줄여서 표현한다. 자연에서 채집한 안료들은 그의 그림 전체를 옅은 중간 톤이 지배하는 부드러운 화면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아련한 색채의 화면은 자극적인 색감에 따른 과도한 감정분출을 자제하는 김성호의 취향을 드러내고 있다.


3.

이름없는 풀꽃들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는 듯한 붓질로 그려내는 씀씀이에서 낮은 풍경을 그리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갈대> 연작들은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의 모습을 거친 필채로 그려낸 역작이다. 들녘 한구석에 아무렇게나 자라난 마른 갈대숲을 그린 이 대작 앞에서 범인의 눈으로 보기에 그림의 소재가 될 것 같지 않은 장면을 그림으로 만들어 내는 그의 비범함에 경외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아무거나 그려도 그림이 되는 것. 이것이 김성호 그림을 낮은 풍경으로 부르는 이유이다. 대자연의 역동적인 순환을 담고 있지 않더라도 존재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의 깊이를 알려주는 저 낮고 하찮은 것들에게까지 한없는 애정을 보내는 것이 낮은 풍경을 그리는 김성호의 넓은 마음이다.

남도기행 그림들에는 호남들판의 생명과 삶이 녹아있다. 남도풍경들은 안 그래도 가로로 긴 화폭에 유난히도 많은 가로선들을 구사하고 있다. 앞서 말한 가로 프레임과 가로 선들은 낮은 풍경을 이루는 양대 요소이다. 산수유가 피어나는 이른 봄, 밭고랑 사이에는 땅을 일구며 새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희망이 담겨있다. 새봄의 들녘에는 소나무의 푸르름과 빈 들판에서 새로 돋는 희망의 새싹과 성급하게 먼저 피어난 꽃나무들이 제각각 생명의 존재를 알린다. 겨울들판의 잔설과 양철지붕과 전봇대들은 그 자체로 이미 남도의 일부인 것만 같다. 선운사와 무장읍성 등에서 직접 그린 현장 스케치 풍경그림들도 화가의 손길에 포착된 특유의 흐린 풍경들이다.


김성호의 풍경을 낮은 그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을 높게 두지 않고 낮고 넓게 두기 때문이기도 하다. 논과 밭의 고랑, 계절에 따라 달라 보이는 나무, 야트막한 산과 빼꼼하게 보이는 하늘, 꼬불꼬불한 길과 소박한 농촌가옥들, 들판에 가득한 꽃들과 아무렇게나 버려진 들판. 이 모든 것들이 남도의 정취를 자아내는 주인공들이다. 그의 풍경은 자연 속에 숨어있는 모든 것들을 통해 생명의 힘을 일깨워 준다. 조팝나무와 산수유 꽃들이 만발한 화려한 봄들판의 아스라이 넘어가는 색채들은 햇볕 따사로운 봄날의 고즈넉함을 자아낸다. 때로는 신록의 푸르름 속에서 시원하게 귓전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찬 대기의 울림을 들려주기도 한다. 신작로 한가운데에서 자동차 바퀴들을 피해 자라난 잡초들을 통해 생명의 질곡을 보여주는가 하면, 듬성듬성 이어진 인공의 흔적들마저도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너그러운 마음으로 쓸어안아 준다.


정해진 경로를 따라 그림을 그리는 것이 과거 전통시대의 그림 그리는 법이었다면, 김성호에게 있어 그 법은 넘어서야할 그 무엇이었다. 그는 법을 어기는 법을 터득함으로써 자신의 독창성을 획득했다. 그는 높고 깊은 풍경보다 낮고 너른 풍경을 찾아 나섰으며, 고귀함보다는 평범함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화가이다. 재현회화의 효용을 의심하는 21세기 탈현대적 미술지형 속에서도 여전히 김성호의 그림에 대한 존경과 경외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낮은 풍경을 그려내는 그의 넓은 마음에 대한 존경과 경외가 여전히 유용한 덕목이기 때문이며 그로부터 발현되는 회화적 진정성에 대한 믿음 또한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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