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암탉과 달걀 세 개/ 정기철
나에게는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던 형이 있었다.
방학이 되어 형이 집으로 내려오면 어머니는 우리 큰아들 고생했다며
암탉을 잡아 통째로 삶아주고 닭 둥지에서 새 달걀을 꺼내다 주시곤 하셨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삶은 통닭도 먹고 계란도 마음껏 먹는 형이 너무나 부러웠었다.
하루는 아침에 돼지에게 구정물을 주러 헛간에 갔다가
풀 섶 위에 둥우리를 틀고 앉아있는 옆집 붉은 암탉을 발견 하였다.
나는 대 광주리로 암탉을 가두고 그 위에 큰 돌을 얹어놓고 학교에 갔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내내 온통 붉은 암탉 생각뿐 이었다.
내일은 매일 싸오는 보리밥에 깍두기 도시락 대신
하얀 쌀밥 위에 노란 계란 부침을 덮은 도시락을 가져와
읍내 아이들처럼 자랑하며 먹을 상상을 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달걀 위쪽에 조심스레 구멍을 내어 마시고
달걀껍질은 안에 쌀을 씻어 넣어 화롯불에 얹어 달걀밥을 만들어서
볼록하게 올라온 하얀 밥을 손으로 떼어 먹는 상상도 해보았다.
또 형처럼 달걀을 화롯불 재속에 파묻어 두었다가
껍질이 누르스름하게 구워졌을 때 꺼내서 먹으면 참 구수할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헛간에 가보았다.
여태껏 도망가지 못하고 갇혀있는 암탉을 보고는 안심을 하였다.
저녁때 옆집 귀녀네 엄마가 와서 “기철아! 너 혹시 우리 붉은 암탉 보지 못했느냐?”
하고 물었다. 나는 보지 못하였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팔딱팔딱 뛰기 시작 하였다.
불안해서 밤새 잠을 이룰 수도 없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도 가슴이 두근거려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헛간에 가보았다.
광주리 안에 갇혀있는 붉은 암탉이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는 것 같았다.
저녁 때 귀녀 엄마가 다시 찾아와 “요번 장날에 계란 한 꾸러미 팔아
귀녀 신발 사주기로 약속 했는데 암탉이 보이지 않는다고“고 하소연을 하였다.
가슴을 졸이며 헛간에 숨어있다가 풀 섶을 기대고 잠이 든 나는
밤새 하얀 달걀귀신이 나타나 혀를 날름거리며 쫓아오고
무서워서 요리조리 도망을 다니는 꿈을 꾸었다.
셋 째 날, 학교에서 수업시간 내내 두려움과 아쉬움의 갈등을 하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사흘 동안 갇혀있느라 물 한 모금 못 마시어서
비척비척 하는 암탉과 그 동안 낳은 달걀 세 개를 들고 옆집으로 갔다.
귀녀 엄마는 우리 기철이 참 착하다며 머리를 쓰다듬고는 달걀 세 개를 내게 주셨다.
선물로 받은 달걀을 들고 집으로 들어설 때 나의 마음은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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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코스모스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7.11.08 달걀귀신은 물에 팍팍 삶으면 죽는데요. 물귀신은 불에 끓여서 날려보내야 죽고요... 믿거나 말거나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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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모리스 작성시간 07.11.08 잘 읽고 가요~~ 제가 어릴땐 시골이 아니여서 그런 잼나는 추억은 없지만... ^^ (흔히 말하는 읍내에서 책방을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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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코스모스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7.11.14 모리스님은 읍내에서 책방 하셨으면 책 많이 볼수 있었겠네요. 시골 학교에는 도서관이 없어 책보기가 정말 힘들었었는데.....난 책방 하는집하고 빵집하는 집이 젤 부러웠어요. 전 초등학교 때 삼국지를 여러번 보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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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꽃수레 작성시간 07.11.14 젤~~~부러운 점심이 계란덮인 하얀 도시락 이었죠??진짜 그밥이 왜그렇게 맛나보이던지~~~근데 지금먹어보면 별맛 없더라구요~~~그래도 그시절이 가끔은 그리워져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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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코스모스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7.11.14 제 아내에게 계란 덮인 도시락 얘기 했더니만 웃어요. 자기는 초등학교 때 M&M 쵸코렛 먹고 살았대요. 서울 아가씨였거든요.난 지금도 계란이 맛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