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죽구두
손택수
세상은 그에게 가죽구두 한 켤레를 선물했네
맨발로 세상을 떠돌아다닌 그에게
검은 가죽구두 한 켤레를 선물했네
부산역 광장 앞
낮술에 취해
술병처럼 쓰러져
잠이 든 사내
맨발이 캉가루 구두약을 칠한 듯 반들거리고 있네
세상의 온갖 흙먼지와 기름때를 입혀 광을 내고 있네
벗겨지지 않는 구두,
그 누구도
벗겨갈 수 없는
맞춤구두 한 켤레
죽음만이 벗겨줄 수 있네
죽음까지 껴 신고 가야 한다네
손택수
전남 담양 출생. 1998년〈한국일보〉신춘문예등단.
시집『호랑이 발자국』『목련 전차』『나무의 수사학』『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붉은빛이 여전합니까』『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눈물이 움직인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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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모임(young57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