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의회의 활동 재개를 기다리며>
그 어느 때보다도 교수협의회의 역할과 활동이 절실하게 그리고 절박하게 요구되는 최근 우리 대학의 현실과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협의회’는 지난 9월25일 총회에서 무기한 휴회를 결정하였습니다.
회원들의 안타까움과 슬픔, 회한이 진하게 서려있는 그 결정을 우리 대학의 모든 동료 교수들에게 알립니다.
해마다 모집단위와 전공명칭이 바뀌는 1년 주기의 학과개편을 계속하고 있는 우리 대학의 구조조정이 어떤 원칙과 비전에 입각해서 결정되고 시행되는 것인지 이젠 구성원 그 누구도 묻지 않습니다. 그러한 구조조정에 의해 소속 학과를 잃게 된 교수들이 당장 내년에 우리대학의 구성원으로 남을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도 이젠 아무도 질문하지 않습니다. 우리 대학의 현행 승진과 재계약 규정은 합리적으로 설정되어 있는지, 해당규정이 요구하는 연구와 교육업적을 충족시키고도 승진이나 트랙전환, 재계약의 권리를 박탈당하거나 제한받는 교수들은 없는지, 이젠 그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전공영역과 제반여건들이 천차만별인 교수 전체를 한 줄로 세우는 교수 성과평가제도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평가 결과를 바로 통상 임금의 삭감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적법한 것인지 이젠 그 누구도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묻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협의회’는 회원의 참여부족이라는 크나큰 벽을 넘지 못하고 휴회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질문들, 모든 이의제기들, 모든 제안들, 모든 요구들은 우리 대학의 진정한 주체들, 진정한 주인들만이 던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경우에만 그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고, 그럴 때에만 그 목소리가 무엇인가를 정말 바꾸어내는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협의회’의 힘은 오로지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수들에서 비롯됩니다. 결국 교수협의회를 있으나마나한 존재, 실질적으로 무력한 존재로 만들어놓은 것은 바로 우리, 우리 교수들입니다.
교수협의회의 휴회 결정은 그러한 현실을 뼈저리게 받아들인 결정입니다. 협의회가 실질적 힘을 거의 잃고난 후에도 꾸준히 참여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써온, 그러다 결국 최후의 순간까지 협의회를 지키게 된 소수의 회원들이 내린 마지막 결정입니다. 소수 회원의 알량한 긍지와 자존심 위에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협의회’를 마냥 세워둘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협의회’는 명실상부하게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전체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의 이름으로 당당히 발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협의회를 지키며 버티어온 소수의 교수들, 다들 몇 년 후면 이 대학을 떠나야 하는 늙은 교수들에겐 대학의 먼 미래를 걱정하며 이의를 제기할 자격도 능력도 너무나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협의회가 해산이나 폐쇄가 아니라 ‘휴회’를 결정한 것은, 대학의 미래를 위해 동료들과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야겠다고 결심하게 될 더 젊은 교수들, 그렇게 다시 뜻을 모아 협의회 활동을 재개할 교수들이 다시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또한 그런 날이 반드시 와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학이 잘 가르치는 대학, 발전하는 대학, 건강한 대학, 대학다운 대학이 되기 위해선 교수협의회도 정녕 필요하다는 우리의 죄없는 믿음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교수들이 존재하고 협의의 정신이 존중되는 대학이라면 교수협의회는 당연히 살아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10월 14 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