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최근 부동산관련 기사를 보면 4·1대책이후 실수요자가 움직이면서 거래량과 집값이 동시에 상승하고,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며 신도시 미분양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매수세와 매도세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호가만 오르고 실제로 매매가 성사된 경우는 많지 않다는 기사도 있다. 심지어 4·1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시적으로 상승했던 가격이 이미 하락세로 전환되었다는 기사도 있다. 4·1대책이 한시적인 취·등록세 감면 등에 의한 일시적인 대책으로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고 대책 종료 후에는 다시 거래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4·1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으나 여전히 혼돈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주변에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만큼 체감하는 회복세 정도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다.
현재 가장 불확실한 것은 정책적 변수보다는 경제적 변수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3%대보다 낮은 2%에 머물렀다. 유럽발 재정위기 등 대외경제악화 요인에 따른 수출둔화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 이후 역대 3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어느 정도 안정국면으로 전환되고, 미국경제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대외경제 여건은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경제도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로 전환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의한 양적 완화정책이 시행되면서 엔화 약세에 따른 국내 경제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엔저로 인한 국내경제의 영향을 크게 3가지로 나누고 있다. 먼저 엔화 환율의 급격한 약세는 원화 환율 변동성을 높여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내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주식시장을 위축시킨다. 둘째, 엔저로 인해 수출이 감소하고 관광수지가 악화되어 경상수지를 감소시킨다. 셋째, 결국 앞의 요인들로 인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킨다. 엔저 약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2% 초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그 중 가장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거시경제 변수이다. 단순한 이유지만 경제가 성장해서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해야 집을 살 생각도 하고 투자도 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과거 경제성장률과 주택가격 추이를 보더라도 그 밀접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먼저 1986년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과 주택가격 추이를 비교해 보자. (이용가능한 주택가격지수가 1986년부터이기 때문에 1986년 이후 추이 비교)
먼저 1986년∼1988년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개최특수로 인해 두 자리 수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당시 주택시장은 과열현상을 보이면서 높은 가격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후 1989년 경제성장률이 다소 떨어지고 91년부터 본격적인 신도시건설을 통한 주택200만호 공급이 시작되면서 주택가격은 97년 외환위기 전까지 안정화가 지속되었다. 외환위기로 인해 주택가격이 하락했으나 99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주택시장은 호황국면을 맞이했다. 2003년 경제성장률이 2.8%로 떨어진 것을 제외하면 2000년에서 2007년까지 경제성장률은 4-5%대로 안정적인 성장률을 유지했다. 90년대 초부터 약 10년간 가격이 안정되었던 만큼 경제여건의 호전과 함께 주택가격 상승률도 높았다.
2012년에 이어 2013년 경제성장률도 2%초반에 머무를 경우 부동산시장 회복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림 1> 한국 경제성장률과 주택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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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통계청 ‘경제성장률’, 국민은행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외국사례로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은 사회경제의 성장 패턴뿐 아니라, 인구구조도 상당히 우리와 유사하다. 그 만큼 부동산시장의 변화 패턴도 상당히 유사하다.
일본도 1990년대 초 버블붕괴 이전까지 ‘부동산 불패신화’를 갖고 있었던 만큼, 부동산은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르는 자산이었다. 그런 일본에서도 버블붕괴 이전 두 번의 부동산 침체시기가 있었다. 두 번 모두 오일쇼크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 시기였다.
1985년 미국 등 세계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의 무역수지 확대를 시정하고자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고를 형성하게 되었고, 이후 1986년에는 일시적으로 경제성장률이 1.9%로 하락했다. 그러나 일본은 급격한 엔고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원가절감 노력과 첨단기술을 통한 수출경쟁력으로 경상수지를 오히려 확대시킴으로서 전후 최대의 호황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결국 이러한 호황이 부동산버블로 이어져 90년대 초 버블붕괴 이후 경제성장률은 2%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장기침체구조에 빠지게 되었다.
<그림 2> 일본 경제성장률과 주택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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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일본 총무성 ‘경제성장률’, 일본부동산경제연구소 ‘맨션가격’
우리의 과거 경험과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경제성장이 수반되지 않는 한 부동산시장의 회복은 묘연하다. 경제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주택수요를 살리기 위한 부동산대책이란 없다는 이야기이다.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일시적인 부동산대책보다 일본의 엔저기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내경제 문제에 대한 대처가 더 시급하다. 우리 기업과 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업단위에서의 노력과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한 부동산시장의 문제에 대해 일본의 과거 경험을 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연구해야할 점이 많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일본이 1985년 이후 엔고기조가 형성된 것과 같이, 지금 일시적일 지는 모르지만 우리도 원고기조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 겹쳐지는 것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