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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단편][쿠루기로]벨트 속의 사진

작성자kitami|작성시간06.04.06|조회수873 목록 댓글 10

 안녕하세요,

 벨트속의 사진의 속편인 기로로 시점에서의 이 이야기,

 너무 미루어져서 우선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군요.

 전 애초에 성실연재가 불가능한 사람입니다.

 음, 쿠루루사이드와 마찬가지로 스크랫치 해주시면 조금 나옵니다.

 처음에는 적은데요, 갈등이 고조돼지 않아서 그런거라고 우겨봅니다. 

 아, 그리고 이 글은 만화책만 참고 하였으므로 애니만 본 분은 조금 이해가 힘들지도 모릅니다.

 (사실 졸작 하나를 쓰기 위해 많은 애니 한 화를 뒤지며 쓰는 취향은 없기 때문에.)

 

우와, 이거, 이거 너무 가식적인 거 아냐?;;;;(지가 써 놓고 뭐래)

----------

 

벨트 속의 사진

 




 

 

 쏴아아아─


 

 새벽부터 계속 해서 붉은 텐트 위로 강한 빗발이 쏟아지고 있었다. 비가 텐트에 부딧히는 소리가 무척이나 크다. 몇 일 동안 내린 비는 군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짙은 습기를 머금어 몸의 컨디션을 좋게 만들어 주어 무척이나 기분을 좋게 해 주었지만, 그와 반대로 손이 많이 가는 정밀한 기계-예를 들자면 총이라던가-의 손질을 더욱 귀찮게 만들어 붉은 텐트 안에서 무기를 손질하고 있는 기로로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또 비냐…."라며 시작한 작은 신세타령을 하고 있을 때, 텐트 밖에서는 고양이의 소리가 장대비 소리에 묻혀 조그맣게 울리고 있었다. 신경이 쓰여 텐트를 열고 잠시 그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보니 못보던 작은 분홍색 고양이 한 마리가 풀 아래서 울고 있었다. 무시하려고 해도 쓸데없는 동정심 때문에 기로로는 담요를 들고 고양이에게 다다가 "이리 와."라고 말하였다. 언어가 다르니 말을 이해한지는 모르겠으나, 그 고양이는 순순히 나의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방수가 되는 담요인지라 대충 담요에 묻은 빗방울들을 털어내고는 기로로는 그 담요를 고양이에게 씌여주고 약간의 투덜거림-아까 언급했듯이 알아들었을리 만무하는-을 하며 손질을 하던 무기들을 마무리만 해 놓고는 계속해서 그를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을 뒤로 한채 잠이 들었다.


 

 

 텐트 위에 내리는 빗소리가 아닌, 텐트 쪽으로 다가오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뭔가의 소리에 조금 눈이 떠졌다. 옆에 있던 고양이도 그 소리에 깨었는지 조금 갸르릉 거린다. 그리고 곧, 나의 몸에 누군가가 손을 대었다. 약간 차가운 느낌이… 어째서인지 그리운 느낌이 나, 가만히, 그 손짓에 눈을 감았다.

 고양이가 갸르릉거린다. 그러다가, 기분 좋은 듯한 고양이의 소리. 그리고 곧, 누군가의 작은 중얼거림… 무어라고 말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다. 그렇지만, 왠지 적은 아닌 듯 했다. 약간 안심이 되어 다시 잠에 빠지려는 도중, 약간의 허전함과 낯익은 목소리.

 

─이 목소리는 쿠루루?

 

 

 "…누구?"

 잠이 덜 깨 약간 갈라진 목소리로, 다시금 이 텐트 안의 인물을 확인하기 위해 누구 인지를 물었으나…

"읏-?!"

 정확한 혈맥의 위치에 낯설고 얇고 날카로운, -그래, 주사바늘의 약간 서늘한 감촉이 기로로의 몸을 칩입했다.


이런 시츄레이션, 언젠가, 딱 한 번, 있던 것 같은데…?


 

++

 

 

"으음…."


 

 이상하게 몸이 전 같지가 않음을 무의식 적으로 느끼며, 기로로가 일어났다. 몸을 일으키며 기로로는 언뜻 시계를 봤다. 그가 일어난 시간은 평소보다 약 2시간 정도 늦다. 지구에 와서는 그나마 규칙적으로 생활 하여 몸의 컨디션을 비슷한 상태로 유지하였으나-군에서는 최전선 위치에 있었으므로 밤샘은 기본이었다- 오늘은 푹 잤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다. 정신이 헤이해 진건가, 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기로로가 텐트의 문을 열고 빗물에 축축해진 땅을 밟으며, 갑자기 시작된 두통에 머리를 짚으며, 기지로 걸어갔다. 어젯 저녁에 들여놓은 고양이가 야옹거리며 뒤따라오는 듯 했으나 무시하고 계속 걷자, 다시 어딘가로 가버렸다.

것보다 뭔가 허전한 것 같은데.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기지로 가는 동안 비를 맞아버려, 젖은 몸을 그냥 집 안으로 이끌까도 생각했지만 그 것은 예의가 아닌 듯 하여 집 뒷마당의 비밀 통로를 통해 케로로의 방문 앞에 도착했다. 빗물이 아직도 맺혀있어 어떡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내려온 노란색으로 칠해진 기계로 된 팔 하나가 나타나 나에게 뭔가를 뿌린다. 노란색 팔을 보아하니 역시 쿠루루인가, 라고 생각 되어 움찔하고 몸을 잠시 떨었지만 몸에 별 이상은 없었다. 단지 몸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던 빗물이 사라졌을 뿐. 쿠루루가 이런 것도 만든다는 생각에 이상함을 느끼며 문을 열었다.

 실컷 떠들고 있던 케로로들. 또 화가나 소리를 치려 했지만 갑자기 잠시 현기증이 일었다. 몸에 나의 것이 아닌 뭔가가 돌아다니고 있는 느낌. 아까의 스프레이 때문이 아니고 무슨, 약이라도 맞은 느낌 같기도하다.

왠지 이건 예전에 맞아본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예전에, 언젠가, 이런, 이런 감촉의, 그런데, 그럼데 어째서인지 생각이 안나. 단지 어렴풋한 기분 뿐.

 딴 생각을 하고 있던 도중에 툭, 발 쪽에 뭔가가 부딧혔다. 케로로. 아, 오늘… 늦었었는데. 아까 봤듯이 놀고 있던 장면을 나에게 들킨 케로로는 조금 식은땀을 흘리며 변명을 하는데, 어지러워서 케로로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안 들린다. 저렇게 놀다가 변명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굳이 화를 내기도 귀찮다. 그냥, 쉬고 싶다….

"…늦어서 미안…. 낮잠 자다 일어나서 몸 상태가 좀 안 좋아…."

어째서인지, 저쪽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쿠루루가 인상을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대충 어딘가에라도 앉아서 쉬려고 했으나, 녀석들의 노골적인 시선에 이상함을 느꼈다. 아까 그 스프레이에 쿠루루가 이상한 걸 한 건 아니겠지….

"왜 그래…. 뭐가 묻었나?" 

"풋…, 그게 아니라! 벨트는 어쨋어용?" 

 음? 설마 하며 타마마의 대답에 고개를 깔고 배 쪽을 보자─.

 

─윽!!!

벨트가 정말, 없다.

"이게 뭐야?! 난 벨트 푼 기억 없는데?!"

 당황함에 소리치자, 곧이어 케로로와 타마마가 뒤집어 지면서 비웃는다.

그런데 쿠루루는 어째서 화가 난 듯한 얼굴이야?

"우하하하하하!! 정신이 나갔어!! 파치몽 같아!!"라던가, "하사님 너무 웃기셩!"하면서 비웃고 깔보고! 조, 조용히 하란말이지! 민망하고 부끄러움에 확─하고 얼굴이 달아오름이 금새 느껴진다. 안그래도 붉은 얼굴이 분명 더 더, 붉을 것이다.

"웃지마-!!!"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정신이 팽글팽글거리는 기로로는 "이, 이것들…! 엑"하며 문지방에 발이 걸려 미끄러져서, 머리를 벽에 박았다. 그재서야 실컷 기로로를 비웃던 모습은 사라지고 약간 당황한 표정 만이 남아있다.

"아~아…."

 

"찾아 갖고 올게…."

 기로로가 피를 닦으며 기지 밖을 향했다.

 

 

++

 

 

어디에 있는 거야? 어디에 있어? 어디에…

어째서? 누구야? 나의 벨트를 가져간 녀석은?

 찾고 찾고 계속, 미친 듯이 벨트를 찾았다. 그러나, 벨트는 보이지 않았다.

누구 득 될 물건 따위는 아니야. 누가 가져갔다면, 제발 돌려줘.

 히나타 家 마당의 붉은 텐트도, 마당도, 집 안도. 모두 뒤져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누가 가져갔어? 돌려줘 돌려줘. 제발. 돌려만 줘.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아. 그 벨트를, 돌려줘.

 머릿 속이 복잡하고 눈시울이 붉어지며 계속 왈칵왈칵 눈물이 쏟아지려고 한다.

내가 무릎을 꿇고 빈다면,  내가 울어서 벨트가 나온다면 차라리 난 무릎을 꿇을 꺼야. 돌려줘, 나의 벨트를, 제발.

 "젠장."

  그에게서 눈물 한방울이 뚝하고 떨어졌다. 참으려 했지만 눈물은 한 번 나오면 금방 그치기 어렵다. 기로로는 계속 눈을 비비며,  눈물의 흔적을 지우며 한 손으로는 계속해서 벨트를 찾고 있었다.

 

 

++

 

 

지잉-하며 문이 열린다. 그래도 최대한 눈물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서 고개를 약간 깔고 들어왔다.

"엇, 찾았나용?"

 

"…아니…."

 힘 없는 발 걸음은 안으로 들어오는 도중 문지방에 찧여버렸다

─쿵! 하는 큰 소리와 함께.

 기로로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발을 부여 잡다 균형을 잃어 벽에 강하게 머리를 부딧혔다. 그래서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노란색의 음침한 녀석이 말했다.

"맛이 갔어 이거…. 크~읏, 큭큭큭…. 벨트가 사라져서 미묘하게 벨런스가 무너진 모양이야."

쿠루루의 얼굴이 음침하기보다는 왠지 -슬퍼보이는 것은 눈의 착각일까?

"이래서야 도저히 기동병은 못하겠어."

 잠깐,그건 갑자기 왠 날벼락. 
"뭐… 뭐라고?!"

 당황스러움에 약간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러자 쿠루루는 입가를 올리며 다시 말했다.

"쓸모가 없으면 본부 귀환을 생각해야지… 큭큭."

 아아, 그 것은 좀 사양… 이라고 생각한 기로로가 외쳤다. 약간, 식은땀이 나는 듯 했다.

쿠루루의 손이  꽉, 쥐어져 있다. 무언가를 놓지않으려 듯이.

"어이! 뭐 대신할 것을 가져와! 그걸로 충분해!!"

"옛썰… 크~읏, 큭큭"하며 쿠루루가 어디선가 가져온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곧바로 기지가 움직이며, 서서히 기지내에 있는 사격 훈련소로 가기 시작했다. 항상 가던 곳이 왠지 낯설게만 보인다. 

 

 나 혼자만 사격소로 내려갔고, 그 외의 인물들은 밖에서 대기 중. 저 녀석들을 무시하고 정신을 집중한채 총을 집어 들었다.

 후우, 하고 한숨을 조금 쉰 채 옆에 대기하고 있는 띠들 중 하나를 둘러 매고 안전장치를 풀고 쐈다.

-피융, 하는 소리까지는 좋았으나 목표에 스치지도 않고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젠장, 역시 그게 없으면 안 됀단 말이지. 그게 얼마나 나와 함께 있던…

 한 방, 두 방. 총 쏘는 소리가 늘어갈 수록 걱정도 늘어난다. 이젠 나는- 정말 본부로 가야겠다고.

아, 무의식적으로 벨트에 의존할 뻔 했다. 그런 의지로는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자신을 자책해도, 나아지는 것은 없다. 뒤에서는 유리창사이로 케로로와 타마마의 나를 걱정하는 듯한 잡담이 들린다. 너희한테 까지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군. 제길.

쿠루루의 목소리도… 약간. '겨우 그런 거에 의지하며 전장에서 살아남는 거였어? 선배?'라며 나를 책망하는 소리는 마치 아까 전의 나와 같은 물음. 왠지 가슴이 저릿거린다… 젠장, 이런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툭, 총을 손에서 떼어 놓았다. …더 이상 해 봤자 헛수고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 딴생각만 나고 한심스럽고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이…아파와.

 

"기로로…"

 케로로의 약간 낮은 톤의 목소리. 얼굴을 들 수 없다.

"아… 새 걸로 사자, 통신 판매로."

 안타까운 듯한 케로로의 목소리는 더욱 나의 가음을 죄어 온다. 미안, 이라는 짧은 단어하나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건, 살 수 없어. 벨트가 같더라 해도 나의 마음이, 정신이 있지 않아.

"이 참에 표범 무늬로 이미지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미안, 혼자 있게 해줘…."  

 입 밖으로 겨우 나온 말은 장난끼 어린 그들의 호의를 무시 하는 것이 었으나, 그래도, 혼자 있길 원했다.

안돼…. 그 벨트가 없으면…

기지에서 나와 집 마당쪽으로 걸어 갔다.

…별 수 없어…. 지구 침략의 발목을 붙잡고 있을 수는 없지

질질 끄는 것은 적성에 안 맞아. 빨리, 짐을 정리해야지.

욱씬욱씬.

이젠, 돌아 가야겠군. 하하, 정신 상태가 글러 먹은 거야.

하긴, 벨트에나 의존해가지고는. 이런 한심한 모습, 더 이상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어.

다시, 처음 부터 시작하는 거야.

모든 과거를 청산할 수 있을까? 사적인 일 조차도.

"얼래,왜 저러지?"

 아!

"나… 나츠미?!"

 빨래감을 쥐고 있는 나츠미가 말했다. 그리고 이어 애완동물을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로 "뜻밖이네, 힘 없이 걸어 가다니. 몸이 안 좋니?"라며 물었다.

 당황한 나머지 말을 더듬긴 했지만. 

"힘 없어 보이는 것보다 날뛰는 게 보기 좋아. 폐를 끼치겠지만."이라고 말하는 나츠미로 인해,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런 나약한 정신으로는 안돼. 그리고, 우리는 지구 침공군이니까….

"쓰…쓸데없는 참견이야!"

그리고 폐를 끼칠 일도,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오늘부로 이 인연은 마지막이니까.

후다닥, 나의 붉은 텐트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짐을 서둘러 챙겼다. 녀석들에겐 면목이 없으니 도망친다는 심정으로. 그랬지만, 녀석들은 짐을 다 챙길 무렵, 나에게 찾아왔다.

 

"재대한다고?!"

이 게 다 나의 방심때문이니까. 이 글러먹은 정신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잠깐만, 기로로!"

 케로로에 이어, 타마마.

"그래요! 뭘 그렇게까지 몰아 붙일 필요는…."
몰아 붙히지 않으면 안 돼. 나의 머리는 그렇게 물렁하지 않으니까. 

 

"굳이 따지자면 나의 방심…. 군인 실격이다!"

 계속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금방이라도 갈 준비를 했다.

 

"기로로씨가 실격이라면 이쪽은 어떡하라구요?!"
"그래그래! 맞아!"

하지만 케로로는 사실, 언제든지 필요할 때면  강한걸.

 

"그럼…."

 이게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하고 떠나려고 했다.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쿠루루의 얼굴을 살짝 봤다. 인상을 쓰고 그 두꺼운 렌즈 덕에 어떤 표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쿠루루의 입이 벌어지려고 할 때, 맞은 편에서의 고양이 소리.

 

"야옹."

 무언가의 주머니를 물고 나타난 고양이는 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넌…!!"

 가방을 벗고 축축해진 땅을 밟아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뭐냐, 넌…. 선물이라도 주어갖고 온 거냐.고맙다… 고맙게 받으마."

 고양이의 입에서 주머니를 받았다, 수상한 노란색으로는 쿠루루의 문장이.

갑자기 왠 쿠루루의 주머니인가 했다. 사생활이라던가를 밝히기 싫어하는 쿠루루가 아무말 없는 것을 보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설마 쿠루루가 물려준 것은 아니겠지.

 주머니를 풀어보니… 

내가 그토록 찾던, 벨트.

 

 쿠루루가 음침하게 이야기 한다.

"크~읏, 큭큭큭큭큭…."
 설마, 내용물을 조사했지는 않았겠지?
"발각 났으니 어쩔 수 없군. 항상 같은 벨트를 하고 있으니까…."
그건… 
"신경이 가서 말이지…."
잠깐, 정말 이 벨트 속의 사진을 본 것은 아니겠지?! 젠장!

 

 짐 속을 뒤적거리다 총을 꺼내 그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기억이 날라가 버리길 간절히 기도하며.

 콰광─!!!하는 소리와 함께 데이터가 사라지길 원했다.

잊어줘. 이런 추한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않아.

 

투덜거리며 다시 텐트를 펴는 기로로의 얼굴은 약간 부끄러움에 붉어져있었다.

 

 

++

 

 

 치직, 하며 햄이 익기 시작했다. 기로로는 "야옹."하며 꼬리를 흔들거리는 눈 앞의 분홍고양이에게 약간 덜 익은 햄를 건네주며 말했다.

"자아, 먹어주라. 가장 좋은 부위다."

 정말 고마워.

"젠장, 네가 구조 해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어젯까지만해도 "구조돼기만 기다리면 어떡하냐…. 전쟁터라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움직여야지!"라며 투덜거리던 입에서는 고맙다는 마음을 담아 계속 중얼거리고 있다.

네가 아니었으면 난 망가졌을 지도 몰라. 고마워.

"감사의 의미는 아니지만 잠깐만 보여주지"

 기로로가 옆에 있던 벨트를 꺼낸다.

─철컥

 나츠미의 사진.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다. 도대체 언제 이런 사진을 구한 건지 그래도 정면을 보고 있다.

어째서 나츠미의 사진을 넣어뒀었지?

 "부적이야."라며 부드럽게 웃는 기로로는 다시 철컥소리를 내며 벨트의 뚜껑을 닫았다. 고양이도 배가 불러서 그런지 꼬리를 계속 살랑거린다. 퍽이나 기분이 좋다는 듯이.

 비가 그쳤다. 빗물을 살포시 머금은 풀잎과 축축한 땅을 밟으며 고양이는 밖으로 나갔다.

 

 

 

 기로로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지면서 벨트를 바라본다.

 

 이 벨트는, 형이 주었던 벨트. 나중에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사진이라도 넣어두라며 건네준 벨트.

그러고 보니 형의 벨트에는 어떤 사진이 있을까?

 벨트를 꾹 누르자, 나츠미의 사진이 들어있다.

사실, 이 지구인 여자는 별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야. 좋아하기 보다는 다른 쪽으로 호감이 갔을 뿐. 힘이라던가. 체력이라던가. 내가 처음 만난 지구인 이었으니까.

─나츠미는, 나에게 정말로, 소중해?

나는 알고 있어. 이 여자는…

-벨트에 넣어둘 만큼 소중하지 않아. 마지막에, 최후에, 도움이 안 된다면 나는 -버려버릴꺼야.

손에서 그 존재를 포기할 거야. 손을 놔버릴꺼야. 최후의 최후에는.

 이 벨트는 나 혼자만의, 맹세. 마지막까지 지켜주고 영원히-지켜줄 소중한 존재를 확인하려는 나의 맹세.

그렇지만 그 맹세는 지켜지고 있어? 마지막까지. 나의 최후까지도 지켜 줄 소중한 존재야?

미안, 미안, 나는… 군인이다. 그런 것은, 별로. 필요하지 않아.

 

 소중한 존재를 각인시키려는

─마음 속의 맹세.

 소중한 존재를 지키기 위해 살아남으려는 의지와 함께. 

 

지구인은, 너무 마지막이 쉬워. 그러니까, 후에는 나의 가슴만 아파올꺼야.

그 것이 몇 년이던, 몇 십년이던, 영원이던. 

난, 이기적이니까. 겁쟁이 니까. 나의 가슴이 계속 아파오는 것은 싫으니까.

지금, 포기 해야 해. 후회 하지 않으려면.

 찌익. 찌익-.

 사진이 손에서 갈갈히 찟겨 나갔다.  이젠 완전히 종이 쪼가리가 된 사진은 불에, 서서히 타간다. 재만을 남긴 채.

맹세는, 지켜져야 하는 거야. 그런데 나는, 지금 그 맹새를 불태운다.

 눈에서 왈칵하고 눈물이 쏟아졌다.

"…최후의 최후에는, 널 져버리꺼야."

그래, 생각도, 모습도, 수명까지 다 다르니까. 이해한다고 해도 그 것은 표면 뿐.

 나츠미의 사진이 사라진 벨트에는, 쿠루루의 모습이 언 뜻. 다 낡은 사진은,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사진을 보는 것은 도대체 몇 십년 만이지?"

 자신이 늙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지구인의 수명은 케론인의 수명의 몇 십분의 일, 약 백년 밖에 살지 않는다. 지구인의 생명력은 너무 짧아서, 우리와 비교하면, 너무 짧아서 안타까워.

금방 부서져 버릴꺼야. 그래서 져버린거야.

 음침하게 웃고 있는, 즐거워 보이는 듯한 쿠루루의 사진. 약간 바랜 사진의 오른쪽은 찟겨져 있다. 기로로는 사진을 꺼내, 손 안에서 바스락거리다가 그 사진을 얼굴에 묻는다.

"…쿠루루…."

 지긋이 눈을 감은채 중얼거린다. 누군가가 들어주길 바라는 듯이.

 쿠루루는. 쿠루루는, 약간 남보다 오래 된 전우.

라기엔 많이 부족해. 그걸로 마무리 짓는 다면 가슴이 아파. 그럼, 다시. 그와 나의 관계는?

"나의…."

 살짝 고개를 들어, 사진을 바라보고 앞에 있던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본다,

나의, 소중한─

"옛, 연인…." 

 굳어져 있던 얼굴이 이젠 금방이라도 울어버릴것 같다. 눈에 맺힌 무언가를 참으려 인상을 쓰고 있는 그의 얼굴은.

과거형이라는 게 애석하구나. 그를 아직도, 사랑해?

"난 그를, 좋아…해?"

 거울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되 묻는다. 내 자신에게.

의문형은 마음 속으로만. '좋아한다'는 like의 의미가 아닌 '사랑한다'는 love의 의미. 그 둘은 틀려. 그럼 다시, 나는 그를 '사랑'해? 

"그를, 사랑…한다."

 사랑해서, 가지고 싶고, 다가가고 싶고, 손을 잡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던 과거는, 지금 계속해서 그의 목을 졸라온다. 군인이기 때문에, 헤어졌던 연인이기에, 무엇보다도 같은 성별이기 때문에.  

지금만? 아니면 계속 그를 원할 수 있어? 금방 식어버릴 것이라면 방금 전 처럼 깔끔하게 포기해.

"그 때부터, 아직도. 그리고…"

그리고?

"…계속, 계속, 그에게 사랑 받고 싶어…."

혼자 사랑하는 것은, 괴로우니까, 외로우니까. 마음이 아려오니까.사랑을 보답받지 못하는 것은 견디기 힘드니까. 과거의 나처럼? 그 때 처럼?

 

 

 

 오랫동안 꺼내보지 않은 조그만 사진의 위에는,  계속, 끊임없이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다음 이야기 -는 금지 됐었던, 휴먼 건의 이야기.

 

-Fin

2005. 7/

 

----------------------

 

음, 이제부터 제가 쓸-그리고 쓴- 쿠루기로들은 조금씩 연관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계속 다음 이야기는 글 마지막 Fin 위에 하얀 글로 써있을 것이니까 긁어주세요.

성실연재는 불가능 하니까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군요.

그래도 방학이니까 힘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시도한 말보다는 표현. 실패OTL 게다가 막 시점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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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코아네아 | 작성시간 05.07.27 그리고 언젠가! 쿠루루를 덮치는 거다![야야야!]
  • 작성자kitami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5.07.27 넴!! 언젠가 땡기면 기로쿠루를 쓰겠심다!!(......)
  • 작성자자l현창조z | 작성시간 05.09.22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 작성자elludi | 작성시간 05.11.13 살짝 땅기는 기로쿠루 ㅋㅋㅋㅋ;;; 마이너 기질이 또 발동하려 함둥 ;3;.. 자제하는 약이 어딘가 있을텐데 <뒤적
  • 작성자루나 | 작성시간 05.12.09 기로로도 역시.. 쿠루루님을 좋아햇었던...(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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