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틈을 통해 들어온 빛에 의해 희미하게나마 겨우 글씨를 볼 수 있었는데, 그 책은 바로 ‘중학교입학시험문제집’이었다. 나는 가정형편으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포기 상태에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은 깊숙한 터널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의 불빛이 환히 비쳐진 것이다. 눈을 부릅뜨고 책을 훑어보니 조금 찢어지기는 하였지만 중요한 부분은 남아 있어 공부하기에는 별로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너무나 기뻐서 책을 가슴에 품고 뒷간을 빠져나왔다.
그 찢어진 ‘중학교입학시험문제집’ 한 권으로 인해 나는 중학교에 1등으로 합격하게 되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서 그처럼 경쟁이 심했던 사범학교까지 진학하게 되어 평생 교단에서 제자를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보람된 삶을 보낼 수 있었다.
ㅡ 「찢어진 한 권의 책으로」 중에서
ㅡ 윤원영 자전 에세이, 『그래도 살만한 세상』, 신흥인쇄, 2025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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