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이 있어 연말과 새해에는 떠들썩했던 그곳도 춘천시청사 내에 종각이 생기며 힘을 잃어갔는데, 나도 몇 년째 종각에 오르지 않았다가 올라와 보니 그곳 역시 많이 변해 있었다.
나는 그 난간에 몸을 기대어 서면과 춘천대교, 소양 2교를 카메라에 담았다. 종각도 함께 담았다. 왕벚나무도 심어놓았다니 벚꽃이 필 때 다시 올라오면 벚꽃 구경도 하리라. 그곳에는 산 벚꽃과 진달래 함박꽃이 많이 피어있어 봄 동산의 운치가 물씬 풍기던 곳이다.
산수유나무 두 그루가 있어 가을이면 나뭇가지가 휘도록 빨간 산수유가 달려있었는데 공사를 하면서 소나무 가지도 잘려나갔고 산수유 나뭇가지도 꺾여 있다.
청소년도서관 쪽 돌계단을 내려오는데 월요일이라 도서관이 휴관이니 차도 사람도 없다. 조금 전 종각에서처럼 쓸쓸함이 불어온다. 온의동에 새로 생긴 아파트를 지나오면서 그곳에 있던 몇 채의 집과 꽃나무들이 추억 사진 필름처럼 돌아간다. 예쁘게 꽃피우던 야산과 과수원은 서서히 아파트 개발에 몸을 내주어 이제 화사한 꽃 대신 성냥갑을 쌓아 올린 듯한 아파트가 서로 마주보고 서 있다.
ㅡ 「종각에 오르다」 중에서
ㅡ 심영희 여덟 번째 작품집, 『빈 의자』, 청어, 2025년 10월 20일.
ㅡ 제44회 조연현문학상 수상작 : 『빈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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