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시골집 앞마당에는 유난히 수많은 별이 내려왔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난 평상에 누우면 바람길을 살펴 피워 놓았던 모깃불이 사그라질 즈음, 푸른 밤하늘에 별들이 하나씩 제 모습을 드러냈다. 할머니의 부채질에 따라 움직이는 은하수의 푸른 물결은 동화 속 상상의 나라로 들어가는 길이 되어 주었다.
계절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별자리들은 각각의 푸른 사연을 담고 있다. 별들이 별이 될 수밖에 없었던 신화는 언제 들어도 슬프도록 아름답다. 지극한 아픔으로 가슴에 푸른 멍이 든 이들만이 별이 되었다는 이야기. 별들은 그 찬란한 푸르름으로 영원성을 획득했다. 그래서일까? 별빛은 가슴 시린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속성을 지녔다.
ㅡ 「별마로 천문대에서」 중에서
ㅡ 고미화 수필집, 『별빛을 담다』, 선우미디어, 2025년 11월 26일.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