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넉넉한 맨 아래층 화단에는 야생화들이 가득히 피어있다. 잡초도 무리무리 어울려 피어나니 저리도 아름답다. 문득 빛의 화가인 프랑스의 인상주의파 화가 클로드 모네를 떠올린다.
20세기 모네는 알았을까. 이 먼 나라 유월의 찬란한 햇빛을 …. 만약에 그가 이곳을 보면 어떻게 이 아름다운 유월을 그렸을까? 아니 어쩌면 21세기의 기계문명이나 낯선 초현대식 건축공간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을까.
오로지 자연의 빛을 사랑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기의 움직임에 따라 붓을 움직여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들의 소재는 초원의 빛이며 떠오르는 태양이고 흔들리는 파도였다. 그의 작품 안에 그가 살아있듯이 역동적으로 타오르는 정신세계를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 불현듯 그가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살았던 파리 근교 지베르니의 정원을 살아생전 꼭 한 번만이라도 가 보고 싶어진다. 한 가지의 테마 '수련'을 그토록 많은 작품으로 연작을 창조해 낸 그의 열정을 더욱 가까이 느껴보고 싶어진다. 노년에 악화한 백내장으로 더는 그림을 그릴수 없을 때도 붓을 놓아버리지 못한 집념은 결코 아무나 흉내 낼 수 없으리. 이 작은 나의 소박한 꿈으로 감히 어디 20세기를 풍미한 천재 화가를 떠올리는지 부끄럽다.
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 유월은 언제나 나를 그렇게 꿈 많은 소녀로 만든다. 단 2분이면 오르내리는 계단 위에서도 나는 몽상가가 되곤 한다. 오늘도 병원의 진료를 마치고 조금 더 나아진 건강에 감사드리며 작은 정원의 쉼터를 찾는다.
ㅡ 「유월을 보다」 중에서
ㅡ 김상분(金相芬) 수필집, 『류시의 노을 정원』, 교음사, 2026.1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