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는 날 아침 어머님은 혹시나 해서 패물과 맏아들을 아버님에게 남겼다. 아버님을 보살필 아들이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돌아서다 보니 딸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 양말이라도 챙겨드리라고 딸마저 남겼다. 아들과 달리 어머니를 따라가겠노라고 울면서 떼쓰는 딸을 억지로 떼어 놓았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남편과 맏아들과 딸은 북한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이산가족이 된 것이다.
세월이 흘러 아버님 어머님 돌아가신 후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만남' 행사가 있었다. 나에게는 시숙 되시는 맏형을 동생들이 만나자고 초청을 했다. 금강산 숙소에서 동생들은 형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헤어져서 알아볼 수나 있을는지 의문이었다.
걱정할 것 없었다. 형제들은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았다.
ㅡ 「살아진다」 중에서
ㅡ 박기옥 수필집, 『담장 너머』, 도서출판 학이사, 2026년 2월 6일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