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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자 수필집, 『해는 서쪽에서 뜬다』

작성자편집기자(최춘)|작성시간26.10.21|조회수32 목록 댓글 0

  그의 말은 때로 바람처럼 건조했고, 때로는 오래 묵힌 고백처럼 깊었다. 그 짧은 대화가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말 대신 마음으로, 기억 대신 감각으로, 우리는 여전히 이어져 있었다.

  삶은 늘 한 가닥 실처럼 위태로웠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흔들렸다. 그러나 손을 놓지 않는 한 완전히 흩어지지는 않았다. 우리는 서로가 붙들면서도 동시에 놓아주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마음만은 물러서지 않으려는 고집 같은 것이 우리의 하루를 살게 했고, 하루를 더 기다리게 했다.

  때로는 기다림은 고통이었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서서히 익어갔다. 서로의 약함을 견디며, 서로의 불안을 감싸며, 마지막 장면을 서두르지 않으려는 사람들처럼, 우리가 견디어 온 시간은 동쪽이 아닌 서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ㅡ 「해는 서쪽에서 뜬다」 중에서

 

ㅡ 송성자 수필집 『해는 서쪽에서 뜬다』, 한국수필가협회출판부, 2026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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