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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수상자 ] 임민자 : 대상

작성자편집기자(최춘)|작성시간25.12.11|조회수51 목록 댓글 0

제8회 수상자  :  임민자

수상 년도 : 2025년 

수상 작품 : 마음과 마음을 잇는 희망의 끈

                — 송성자의 『백만 원짜리 여행』을 읽고

 

  마음과 마음을 잇는 희망의 끈

  은은한 풀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아름다운 문장에 시선을 두어 시간쯤 빼앗긴 것 같다.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와 무릎에 살포시 앉는다. 산다는 게 늘 이런 식이다. 뭔가에 정신을 쏟고 있으면 다른 것은 아예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가까이에 있는 것만 보고 먼 곳에 있는 것은 볼 줄 모르기 때문이다. 삶을 그린 책에서 현재의 내 삶을 돌아보고 미래의 꿈을 꾼다.  

  삶의 자질구레한 일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가족으로 시작해 세상으로 나아가는 글에서 웃음도 만나고 감성도 만나고 활기찬 희망도 만난다. 책을 읽는 것인지 꿈을 읽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좋은 글에 밑줄 치는 즐거움은 나만이 누리는 산속에서의 풍요로운 일상이다.

  세계적 이상 기온 때문인지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던 듯싶다. 햇살의 열기가 어찌나 드세던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아들, 손자, 며느리 손 잡고 바닷가를 거닐며 낭만을 즐기려던 우리의 꿈은 높은 열기와 함께 사라지고, 제각기 알아서 적당한 휴가를 즐기자는 쪽으로 기운다.

  한껏 부풀던 꿈이 깨지고 나니 마음 한편이 허전하다. 남편과 함께 가까운 데라도 갈 걸 그랬나 싶은 미련도 있었지만, 뜨거운 햇살 속에서 물 한 모금 얻기 위해 나를 바라보는 채소들을 버릴 수가 없다. 나만이 즐기는 피서 방법을 택하기로 한다. 나만의 공간인 이 층 서재에서 책을 고른다. 얼마 전 배달되어 온 붉은 표지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책을 뽑아 든 순간, 표지부터 화려한 것도 그렇고 마치 만화가 연상 되는 그림도 그렇고 『백만 원짜리 여행』이라는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이 생긴다. 올여름 더위를 식혀줄 최고의 선물처럼 느껴진다.

 

  나는 구조의 틀 속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워지려고 그림도 그리고 요가도 했다. 그러한 노력이 나를 지배하는 무의식적인 가치와 습관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어느 순간 그림에 매달리고 작품을 완성하거나 전시회를 여는 일에 쫓기는 나를 바라보았다.

 

  작가의 삶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탐내고 소유하고 경쟁하는 마음은 나이에 상관없어 보인다. 퇴직 후 속세를 떠난 듯 살고자 하지만, 인에 박힌 일상은 빨리빨리 앞만 보고 달려가라 이른다. 그림을 배우든 요가를 하든 마음은 뭔가를 채우기 위해 항상 바쁘게 돌아간다. 삶의 본질적 인식과 거기에 젖어있는 조용하고 편안한 서정이 내 눈을 붙잡는다. 작가는 글을 쓰므로 자아를 돌아보고 존재 가치의 깨달음을 얻는 것 같다. <지금은 천천히> 가야 한다는 철학적 사유가 마음만 바빠 허둥대는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꿈을 이루었다고 해서 또 다른 꿈이 없을까. 인간의 욕망에는 한계가 없다. 나 자신 투병 중에도 살아있기에 앞을 향해 가야 한다는 것에 집착했다. 의무 같기도 하고, 권리 같기도 한 그 다그침이 쉴새 없이 나를 달리게 했던 듯 싶다. 작가는 <내 꿈은 몇층에 있는가>를 통해 끝없는 삶의 이야기를 펼친다. 달리고 달려 이룬 꿈이 많은데도 시들지 않는 열정은 여전히 살아 있음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며 부추긴다. 온몸이 지치도록 일해도 정신적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 모양이다.

 

  멀리 보이는 호수, 산,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 영혼과 마음이 평안해졌다. “바로 이것이 내가 꿈꾸었던 행복이야.” 나는 행복에 겨워 낮은 소리로 외쳤다. 피부로 느끼는 경계는 없어도 나의 공간으로 인정해 준 남편은 TV로 보고 싶으면 예전과 달리 방해하지 않으려고 나의 눈치를 보며 승낙을 구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주장했던 ‘나만의 방’이 이런 것일까,

 

  <나만의 공간>은 작가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한다. 감성에 출렁거림이랄까, 순간순간 마음을 풀어 놓고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의식의 흐름을 맡긴 채 무작정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은 상기 된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글도 쓰지만 그림도 그린다. 명암과 질감을 붓 터치하는 일도 글 쓰는 것만큼 섬세한 작업이며 의미를 채색하는 일이다. 남편과 둘이라 식구가 단출하기는 하지만 불어난 살림을 줄여야 할 만큼 공간이 비좁다. 방 2개, 화장실 2개, 거실에 주방이 붙어 있는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자니 나만의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체념한다. 하지만 함께 살아온 세월의 굴절만큼 사랑의 힘으로 반사시킨 남편의 배려를 통해 작가는 바라던 소망을 이루고 또 한 번의 사랑을 확인하는 아름다운 관계로 다가간다.

  작가는 심리학 교수로 재직한 이력을 갖고있다. 수필 쓰기의 끊임없는 관찰과 해석에도 주변에 물들지 않은 자기만의 심리적 반응이 나타난다. <IT 시대는 셀프다>라는 자조 섞인 고백은 생존 본능과 같은 예민한 기질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글쓰기는 기억과 생각을 전달하는 것만이 아닌 나의 인생관, 나의 사고를 통찰하고, 깨닫고, 가슴에 정제된 사유를 담아내는 일이다. 이렇듯 글은 작가의 심경처럼 내게도 삶의 희망이며 살아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삶의 질을 유지하고 높이기 위해서는 IT 기기 사용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달라진 시대가 충분한 이유가 된다. 예전보다 보고, 먹고, 구경하고, 입고, 여행 등 즐길 수 있는 것이 많다. 이제는 돈이 있어도 상품에 관한 정보와 구매 방법 그리고 정산하는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하면 불편하다. 마치 핸드폰을 잊고 외출하면 불편한 것과 같다.

 

  송성자의 수필집 『백만 원짜리 여행』에는 눈으로 스쳐가되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다. ‘한 권의 책이 인생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마음에 조용히 뿌리를 내린 문장은 그 어떤 말보다 강한 힘을 발휘한다. 희망의 글을 짓고 책을 만든다는 것은 나의 생을 남기고 전달하려는 메시지인 듯하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향해, 무엇을 쓸지, 어떤 삶을 살지, 깊이 마주하고 생각하며 나를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작가와 나는 동떨어진 세계에 산 듯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마음과 마음을 잇는 새로운 끈처럼 어떤 공동체 같은 소속감이 느껴진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듯 나의 자화상도 아름답게 성장하기를 꿈꾼다.

 

  수상 소감

  글은 나의 살아가는 힘

  따스한 햇볕 같은 뜻밖의 선물입니다. 오랜 세월 나를 힘들게 하던 투병 생활도 끝내고, 늦깎이 대학생으로 졸업도 하고, 덤으로 독서문학상 대상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으니 그야말로 삼종 선물세트를 받은 듯 2025년은 최고의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한국수필은 저를 글쟁이로 태어나게 해준 고향이고, 한국작가회는 피붙이 같은 형제애를 느끼게 합니다. 제 글이 부족하여 좌절하고 있을 때 이토록 큰 상을 주시어 다시 일어날 용기를 얻습니다.

  송성자 작가와는 살아온 환경도 살아갈 미래도 다르지만, 그분의 소소한 일상의 희로애락은 진심이 담긴 글들이 많아 읽는 내내 제 마음까지 절로 따듯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절망하며 살 것인가, 희망을 꿈꾸며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도 하고 깨닫게도 합니다. 좋은 책을 출간해 오늘의 이 행운을 안겨준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낮에는 숲의 향기가 넘치고, 밤에는 달과 별을 훔치는 산속에서 서두르지 않고 아름다운 삶을 가꾸는 글로 독자들에게 보답하겠습니다. 글은 제게 살아가는 힘을 부추겨주는 에너지입니다.

  부족한 저를 늘 아낌없는 사랑으로 문정을 나누어 준 한국수필 문우들, 문학의 장을 이어주는철원문학 가족들, 그리고 제게 문학을 하도록 든든한 후원이 되어준 남편과 가족들, 오늘의 이 영광스런 상을 주신 심사위원님들, 그 한 분 한 분이 제게는 고맙고 소중한 분들입니다.

 

▮임민자  img458@daum.net

2011년 <한국수필> 등단. (전)한국문인협회 철원지부장. 저서:박하꽃 향기(2016년 세종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수필집 『보물창고』(2019년 세종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수상 : 강원작가상(2018년). 이태준 백일장 수필부문 장원. 동서커피 문학상 수필부분 맥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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