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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턱’의 무게

작성자소망|작성시간26.06.14|조회수22 목록 댓글 0

 


♣ ‘한턱’의 무게 ♣ 살다 보면 “내가 한턱 낼게”라는 말을 가볍게 꺼낼 때가 있다. 그 말 한마디에는 분위기를 풀고 싶은 마음도, 상대를 배려하고 싶은 마음도 담겨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말을 들으면 괜히 마음이 풀리고, 그 자리가 더 따뜻해진다. 그런데 그 따뜻함이 때로는 뜻밖의 계산서 앞에서 흔들리기도 한다. **** **** 어느 날, A가 B에게 선뜻 한턱을 내겠다고 했다. 둘은 기분 좋게 술집으로 향했고, 이야기가 무르익을수록 음식과 술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낸 뒤 계산대 앞에 섰을 때, 금액은 예상보다 훨씬 큰 90만 원에 이르렀다. 순간 A의 얼굴이 굳었다. “이건 좀 부담되니 나눠 내자”고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B의 생각은 달랐다. “네가 한턱 낸다고 했잖아.” 그 말은 단순한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약속과 신뢰의 문제로 번져갔다. 결국 둘은 감정이 상했고, 일은 법정까지 가게 되었다. 법원의 판단은 의외로 현실적이었다. ‘한턱’이란 처음 주문한 범위까지를 의미하며, 이후 추가된 부분은 함께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 주문한 20만 원은 A가, 나머지 70만 원은 둘이 나누어 내게 되었다. 참으로 사람 냄새 나는 판결이다. (이 이야기는 실제 서울남부지법 민사조정 판례다) 법은 차갑다고들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우리의 일상과 감정을 그대로 비춰준다. 이 이야기를 듣고 웃어넘길 수도 있다. “그럼 한턱 낼 땐 처음에 소박하게 시키고, 얻어먹을 땐 처음부터 크게 시키면 되겠네” 하고 말이다. 실제로 그렇게 요령을 부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남기는 진짜 의미는 거기에 있지 않다. 한턱이라는 말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다. 그 말속에는 ‘오늘은 내가 기쁘게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고, 그것을 듣는 사람에게는 ‘그 마음을 존중하겠다’는 배려가 필요하다. ‘말은 가볍게 던질 수 있지만, 그 말이 지니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결국 사람 사이를 지탱하는 것은 계약서가 아니라 말 한마디, 그리고 그 말을 지키려는 태도다. 그 사이에 욕심이 끼어들면, 즐거웠던 자리는 순식간에 다툼으로 바뀐다. 우리는 종종 계산기를 들고 관계를 따지려 한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얼마를 냈느냐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렸느냐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내가 한턱 낼게”라는 말을 건넬 수도 있다. 그때는 그 말의 무게를 한 번쯤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자리에서는, 그 마음을 넘어서지 않을 줄 아는 절제도 함께 가져보자. 작은 말 한마디가 관계를 따뜻하게도, 차갑게도 만든다. 결국 우리는 돈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관계를 지켜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모셔온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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