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핫.”
93년 10월 28일 밤부터, 저절로 터져 나오는 이 웃음을 참을 수 없다.
“허 허 헛.”
일본왕 히로히또가 1988년 9월 19일 쓰러졌다. 이 자는 죽는 날까지 우리 민족을 괴롭혀 온 흉물이다. 88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막되던 바로 그날 저녁, 지켜보던 TV 앞에서 개살스럽던 심술보가 터져 개거품을 물고 쓰러지더니 그 이듬해 아귀(餓鬼)같은 일생을 마쳤다. 소 돼지도 마다하는 이 심술보를 왜놈들이라면 누구나 혹부리처럼 흉물스럽게 다 달고 있음을 본다.
언제든지 기회만 있으면 우리를 헤치려고 틈을 노리고, 최근에도 핵폐기물을 슬그머니 동해 바다에 버려오면서 러시아가 핵폐기물을 버렸다며 적반하장격으로 오히려 더 호들갑을 떨고 시치미를 떼던 일이라든지, 우리 민족을 흉보는 책을 한국 사람이 쓴 것처럼 가명으로 위장출간, ‘식민통치는 오히려 한국의 발전을 도왔다’는 개소리를 짖고 있는 사실을 보더라도 지척지간에 있는 우리로서는 희희낙낙 즐기기나 할 처지가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일본열도 전체를 폭파시켜도 시원치 않을 우리의 심정이긴 하지만 다만 축구 이긴 일만 떠오르면 웃음이 나온다.
“훗훗훗.”
월드컵 본선 진출에 앞서 일본에게 어처구니 없이 지고난 다음, 가뜩이나 상해 있던 참에 북한과는 3대 0이라는 후한 스코어로 이기고 있지만 이마저 달갑잖고, 오히려 앞서 일본에 졌던 것만 더 역겹게 느껴지던 찰라, 기상천외한 일이 너무도 갑작스레 일어났다는 사실! 일본에 뒤지고 있던 이라크가 마침내 게임 종료 10초 앞서 2대 2로 비김으로써 우리나라는 기적처럼 본선에 진출하게 된 반면, 일본은 애처롭게 일장춘몽 헛꿈으로 무너지고 일본열도에서는 수소폭탄 수만방이 한꺼번에 작열한 듯 비통한 눈물의 수렁으로 변모해 버렸다., 한편 졸립고 지겹던 괴로운 순간을 보내던 이 땅에는 돌연히 우렁찬 탄성과 함께 활짝 즐거운 웃음의 바다로 물결쳤던 것이다.
야구에만 미쳐 축구는 별로 관심을 나타내지 않던 왜놈들이 온통 이 축구시합을 두고 갑자기 수선을 떠는 까닭이 수상쩍게 여겨져 꺼림직하지만 그래도 가까운 이웃이니까 기특타 여길 참인데 어쩌다 한 번 실수로 이긴 것을 가지고 오두방정을 떨던 그 꼬락서니들이 괘씸하다.
8년 뒤, 2002년에 월드컵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느닷없이 서둘러 저희네가 가로채려는 음모의 하나로 짐작되는 판에 돈으로 심판을 매수, 승부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아가면서 열도를 들쑤셔 흥분의 도가니로 이끌고 가는 그들의 지식층 특히 매스컴의 소행이 더욱 가소로워 웃지 않을 수 없다. 생각만 해도 저절로 입술을 뚫고 튀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웃고 또 웃는다.
“후 후 훗.”
웃고 보니 쌓였던 스트레스도, 묵었던 체증도 말끔히 사라져 그저 상쾌하기만 하다. 하지만 나는 가급적 크게 소리내어 웃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누구 약올리는 것처럼 여겨질까봐 입술을 다물고 다만 ‘흠흠흠’ 하며 웃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웃이니까. “히히 히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