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인생’이란 말은 인생으로서 대접받지 못하는 부류를 일컫는 대명사다. 노동자도 삼등노동자가 있다. 노동자이긴 하지만 노동자로서의 온전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로서 다음과 같은 유형이다.
첫째는 소사장이라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소사장이라는 허울좋은 명칭이 붙었으나 노동자처럼 월급을 받고 일하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한 상태에 있다. 말하자면 노동자로서의 보호받아야 할 법의 범위를 벗어나 버렸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의 범위를 벗어난 상태이며 노동조합법상으로도 조합원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소사장 뿐만 아니라 자신과 같이 일하고 있는 노동자까지 싸잡아 피해를 입히고 있다.
다음은 파견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직업의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불특정한 제3자에게 노동을 바친다.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닌 자에 의해 감독 받으니 언제 어느 때 해고될지 모르고 산업재해로부터도 떳떳하게 보호받지 못하는 불행한 부류다. 대개 단순 사무직 노동자여서 외모 따위에 구애받고 결혼과 동시에 당연 해고되어도 할 말을 못한다. 이는 노사관계가 첨예화되던 시대에 생겨난 노동통제 방법의 일환으로서 노동운동을 견제할 목적으로 착안하여 소외당한 삼등노동자들인 것이다.
현재 노동자파견법의 찬반 소용돌이가 항간에 화두로 꼽히고 있지만 어디서나 이들을 대변해주는 기구는 없다. 이들 노동자는 노동조직으로부터도 동정 받지 못하는 처지에 있다. 이들 단순사무 노동자들은 대부분 사용자의 측근에서 낮은 임금으로 일하는데다가 임금의 일부는 근로계약의 상대자인 인력회사에 일부를 착취당해 불명예한 노동을 감수하여야 하는 아픔을 안고 있다. 이는 노․사․정간의 불신과 노조의 귀족화 등 노노갈등의 골이 깊어진 탓도 그 원인의 하나이다.
삼등노동자는 이외도 얼마든지 많으나 마지막 하나를 예를 든다면 골프장의 캐디와 소위 관광유흥업에서 팁에 의존하면서 노동을 바치는 노동자들이다. 특히 캐디들은 같은 노동조합으로부터 차별을 받으면서 노동자로의 취급을 못 받는 점은 매우 불합리한 가운에 오랜 숙제인양 논란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다.
캐디가 노동조합원으로 인정되면 골프장 기존의 노조조직이 상당한 진통을 겪게 된다는 전제하에 조합원 자격을 의심받는 삼등노동자로 남았다.
이와 유사한 관광유흥업소의 팁 받는 노동자들도 엄연히 사용자의 지배를 철저히 받고 있으며 노동의 질 역시 다른 노동에 못지 않고 특히 윤리와 도덕을 넘어서까지 저질의 노동을 바쳐야 하는 처지에 있으니 노동자도 아닌 사이비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도덕적 의심을 받으면서 구차히 생계를 이어 가고자 처절한 노동을 바치건만 같은 노동자로부터도 도덕적 멸시를 당하니 실로 삼등보다 더 못한 사등취급도 못 받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자로서의 대접조차 못 받는 그들에게 만민이 평등하다는 민주화된 사회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심지어 쿠테타라는 이름으로 총칼을 휘둘러 대담하게 도둑질하는 현실에서 혹여 이들도 그런 꿈은 꾸지 않을까? 참으로 무서워지고 있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