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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강

작성자2244/이관희|작성시간06.12.16|조회수19 목록 댓글 0

형제의 강



  온갖 정성을 쏟아 부었건만 밑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기대하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노사개혁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시작했던 노사대타협의 기회는 어느덧 가을이 깊어 낙엽이 한겹 두겹 겹쳐지면서 시작할 때보다 더 영겨붙고 더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으니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 아니었나 싶다. 그야말로 목구멍에 넘어간 음식을 다시 되새김질 하도록 아니꼽게 만든다.

  한편 성급하다는 말을 들으면서 어느듯 선진국이라는 간판을 걸어 놓고 과분한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감겨야 하는 절박한 처지를 모르는바 아니건만 이 나라의 노사관계는 그야말로 온 세계가 걱정해 줄만큼 여리고 서글픈 현실로 추락했다.

  지난 세월에 숱하게 사라져 간 아까운 희생들, 헤아릴 수 없이 쏟아부은 많은 정성들이 일조일석에 허물어지는 모양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내꺼는 내꺼이고 네꺼는 내꺼이다.’

  한때 농담처럼 오고간 이 말투는 혹시 오늘의 한국 노사관계에 보이지 않는 암투의 구실로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공략하려는 협상이 계속되는 동안 다소 응어리가 풀렸다싶었던 한국의 노사관계는 더한층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고 협상을 했다 하면 반드시 자기에게 유리하게 고집하는 타성이 남아 있는한 장기간 지루하게 테이블을 마주할 필요가 없었다는 후회스러움과 함께 지난 한여름 어정쩡한 각종 노사협상조차 흐지부지된 아쉬움도 크다. 욕심은 더욱 더 큰 욕심을 잉태한다고 했다.

  형제가 산에서 나무를 해 짊어지고 내려오다 손잡이에 값비싼 보석이 박힌 보검 두 자루를 주었다. 형제는 한 자루씩 나누어 가지고 나뭇짐 속에 감추었다.

  강을 건너기 위하여 형제는 배에 함께 올랐다. 이윽고 강 중심에 이르렀다. 동생이 나뭇짐 속에서 그 보검을 끄집어 내더니 깊은 물 속에 던져 버렸다. 형이 물었다.

  “왜? 그 아까운 것을 버렸니?”

  “형님! 갑자기 저도 모르게 형님이 미워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형도 동생이 한 것처럼 나뭇짐 속에 깊이 넣어 둔 그 보검을 끄집어 내더니 ‘풍덩!’ 강속 깊이 던져버리고 두 손을 툭툭 털며,

  “잠시 나는 너를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단다.”

  형제는 강을 건너 배에서 내리자 무거운 나뭇짐을 지고 각기 자기 집으로 갔다. 그날밤 두 형제는 두 다리 쭈욱 뻗고 깊은 잠을 잤다.

  꿈속에서 어머님의 인자한 모습을 보았다.

  이튿날 형제는 다시 만나 마주 쳐다보면서 따뜻한 웃음을 주고 받았다. 어떤 보배보다도 더 값진 이들의 미소는 그들이 한 형제간임을 거듭 증명했다.

  서로 상대를 공략하려는 무기경쟁에 혈안인 한국의 노사, 어차피 한 번은 이 강을 건너가야 한다. 형제의 급소를 노리는 것이라면 아무리 값나가는 보물일지라도 강물 속에 미련없이 ‘풍덩’ 던져넣을 수 있는 아량이 지극히 필요한 때다.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 정도조차 극복할 수 없다면 노․사형제는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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