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우물속 산신령

작성자2244/이관희|작성시간06.12.15|조회수10 목록 댓글 0
우물속 산신령 
 
  지금은 북쪽 땅인 함경도 산수갑산에 한 나무꾼이 무쇠도끼 한 자루와 지게에 주먹밥 한 덩이를 매어 달고 산으로 올라갔다.  나무를 베다가 그만 옛날처럼 연못에 도끼를 빠뜨리고 말았다. 연못가에서는 나무를 베지 않으려 했는데 그만 깜박 잊고 말았던 것이다.
  옛부터 연못가에서 나무를 하면 도끼자루가 부러지면서 도끼를 연못에 빠트리게 되고 마침내 산신령이 나타나 금도끼와 은도끼를 억지로 떠맡기며 무쇠도끼는 뺏어간다는 전설이 있었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했었건만 기어코 일은 저질러지고 말았다.  신세한탄을 하며 넉장거리를 하기 시작했다.
  "내 도끼를 돌려주세요! 내 도끼 안 주면 연못에 합성세재 뿌릴란다아아……."
  아니나 다를까 연못 속에서 백발장신 노인 한 분이 물위로 솟아올라 오는데 오른손에는 금도끼를 들고 왼손에 은도끼를 들었다. 먼저 금도끼를 들어 보이며,
  "이 도끼가 네 도끼냐?"  물었다.
  "아니요."  산신령은 다시 은도끼를 들어 보이며,
  "이 도끼가 네 도끼냐?"
  "아닙니다."
  "오! 너는 과연 정직한 나무꾼이구나! 이 금도끼와 은도끼를 모두 가져라."    
  "싫습니다 내 무쇠도끼나 돌려주십시오."
  "너무 사양하덜 마! 요즈음 나무꾼들은 너무 정직한 척 한단 말야! 매우 착한 사람이군 그래."
  "신령님, 제발 철 좀 드십시오. 금도끼 은도끼는 견고하질 못해 나무를 찍어 넘길 수 없어요. 단단한 무쇠만 못합니다. 어서 무쇠도끼나 주세요. 날이 저물면 나무도 못하고 굶어 죽는답니다."
  "이 맹꽁아! 금도끼 은도끼를 팔아서 나무를 사던지 양식을 사 먹으려무나?"
  "신령님도 참! 어찌 그리 멍청하십니까?"
  "나보고 멍청하다니 무엄하다 이놈. 나무꾼 주제에!"
  "그걸 가지고 마을에 내려가면 살 사람도 없지만 어디서 훔쳐 온 물건이라며 윽박지르고 물건도 빼앗길 뿐만 아니라 집단 수용소로 끌려가기 안성마침입니다요."
  "아니 내가 이걸 훔쳐 왔다는 말이냐? 이건 몇 천년 전부터 이 우물속 창고에 보관해 오던 거야. 이제는 이것도 마지막 남은 거란다. 너무 사양해도 실례란다. 어서 받아라!"
  "신령님이 훔쳐 오셨다가 아니고요 요즘은 내것은 네것이고 네것은 내것이라 임자 있는 물건은 없는 세상이랍니다."
  "웃기네?"
  "그저 무쇠도끼로 나무나 해서 양권이나 타다 목숨이나 부지하며 처자식이나 먹여 살리며 숨죽여 사는 게 가장 현명하게 사는 것입니다. 성인도 시속을 따르라 했다는데 장난 그만 치시고 무쇠도끼나 어서 돌려주세요."
  "싫다면?"
  "무쇠도끼가 겉만 번지르한 금도끼 은도끼보다 훨씬 더 좋은 줄 모르시나봐."
  화가 머리끝까지 돋아난 산신령은 다시 연못 속으로 들어가더니 지금까지 다시 나왔다는 기별은 없다.
  개구리 한 마리만 거품을 물고 헤엄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윗니없는 황소-이관희 수필집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